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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지미하] - 좋은 배터리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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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지미하] - 좋은 배터리

승 :-) 2014. 12. 7. 14:58

[타지미하] - 좋은 배터리

 

"미하시!"

미하시는 눈을 번쩍 떴다. 아무래도 방금 전까지 했던 생각이 입 밖으로 나온 모양이었다.

 

"몇 번을 말해야 알겠어, 아베는 이제 없잖아."

타지마군 ..난거, 아니야. 미하시는 다짐하듯 생각했다

아베가 심한 부상을 당하고 부활동을 그만둔 뒤 미하시의 상대는 타지마가 되었다. 둘의 배터리는 그럭저럭 잘 맞았고 워낙 신체능력과 센스가 좋았던 타지마 덕에 그들의 조합은 아베-미하시 때의  배터리를 따라잡을 정도로 성장해있었다.

 

하지만 타지마는 항상 불만이었다. 조금만더, 미하시가 조금만 더 열심히 해준다면 아베 때를 뛰어넘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미하시는 노력하지 않는 듯 했다. 마치 넘어서기를 거부하는 듯이.

 

"미하시- 나이스볼!"

어째 감정이 잔뜩 담긴듯한 공이었지만 미하시는 입을 다물었다

'아베군,이 사인, 줬으면'

타지마는 안쪽, 슬라이더 사인을 보냈다.

'아래쪽, 직구를'

 

결국 맞지않은 사인은 미트를 빗겨나갔고 둘의 캐치볼은 엉망이 되었다. 그리고 타지마는 보호구를 거칠게 집어던졌다.

'타지마, , 화난거, 아니야..'

미하시는 타지마가 자신에게 화를 내지 않는다는 것, 아니, 내지 못한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있었다. 타지마의 실수 탓에 일어난 그 날의 사고, 그리고 그 사고 때문에 벌어진 현재의 상황 속에서 그가 화를 낸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어쩌면 미하시는 그것을 아주 잘 이용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미하시."

무던히도 화를 참는 표정과 말투의 타지마였다. 그도 그럴것이, 그 뒤로 6개월이었다. 6개월동안 미하시는 아베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했고, 그것이 놀라울만큼 눈에 보였다. 방금도,

 

"',베군이라면,?' 아베군이라면, 슬라이더를 던지라고 사인을 줬겠지. 라고 생각했지? 그래서 슬라이더를 보내라고 했더니 왜 이젠 직구를 던지는거야."

 

타지마는 미하시와 캐치볼을 할 때마다 미하시의 입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아베의 이름탓에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었다. '아베군이라면, 아베군은, 아베군이랑은,'

 

"이제 적응할 때도 됐잖아."

 

타지마는 자신이 왜 이렇게 화가 나는지도 알 수 없었다. 단지 자신이 상대방에게 지는 리드를 하기때문은 아니었다. 공식전에서 그들은 종종 이겼고 팀원들 모두 그들의 팀웍에 대해서는 불만이 없었다.

 

"아베는 이제 여기 없다고."

 

미하시의 시선이 땅으로 떨어졌고 일순 타지마는 묘한 감정을 느꼈다. 다시 고개를 든 미하시의 얼굴엔 형용하기 힘들만큼의 상실감이 담겨있었고 반대로 타지마는 형용할 수 없을 만큼의 성취감을 느꼈다.

 

"다시 한 번 말해줘? 아베는 이제 야구를 못 해. 더 이상 네 배터리를 못한다는 말이야."

 

미하시의 얼굴이 더욱 일그러졌고 이내 눈이 촉촉해졌다. 당장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 같은 눈을 한 미하시를 두고 타지마는 어쩐지 이상해지려는 표정을 감추며 보호구를 집어들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둘은 약간의 차이를 두고 걸었고 락커룸에 도착했을 때 그들의 분위기는 냉랭했다.

미하시는 더 이상 울먹이지 않았고 타지마는 말 없이 옷을 갈아입었다. 오랫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평소 같으면 타지마가 사과를 해왔겠지만 오늘은 달랐다.

 

",타지마 군"

미하시가 먼저 입을 열었다

", 이제, 고개, 안 저을 거야."

 

타지마는 머리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그러니까, 가드를 완전히 내린 상태에서 카운터를 맞은 기분이었다. 고개를 젓는 문제는 암묵적으로 합의되었던 상황이었다. 둘 모두 볼배합에 대한 합의에는 이의가 없었고 만족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즉 지금 상황에서의 미하시의 발언은 더 이상 타지마와의 상의를 하지 않겠다는 뜻과 같았다. 대체 왜? 타지마는 미하시의 말을 듣자마자 1년 반 전으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아베의 볼 배합에 불만없이 따라왔던 미하시. 그리고 자신과의 배터리 덕에 고개를 젓는 법을 배운 미하시. 그리고, 다시 고개를 젓지 않겠다고 말하는 미하시.

'지금 그 말은, 나를 아예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

타지마는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눈 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아베를 못 벗어나겠어? 이제 내 리드는 무시하겠다는거야?"

"타지마군,"

"? 그럼 그렇게 잘난 아베''이 다쳤을 때 가서 간호라도 해주지 그랬어빤히 보고만 있었던 주제에 뭐가 그리 잘났다고-"

"아베군은지 않아."

"뭐라고?"

"아베군은 화내지 않아."

 

이제 타지마는 더 이상 자신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오늘부터 니 입에서 그 아베군이라는 단어가 안 나오도록 해주지."

 

그리고 그 다음 날, 미하시가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미하시는 그 다음 날도 학교에 오지 않았다. 단지 침대에 누워 멍하니 천장만 바라봤다. 그 날, 문제의 그 날 미하시는 옷이 잔뜩 찢긴 채 집에 돌아왔다. 하나 밖에 없는 와이셔츠라 학교에 가기도 막막했다. 마침 부모님이 한동안 안 계신게 다행이었다.

눈을 감으면 천장이 흔들렸다. 아마 마지막 기억의 천장이 흔들리는 거겠지. 온몸이 아픈 와중에 미하시는 천장이 흔들렸다는 것만을 기억했다. 아니, 기억하고 싶지 않았다. 다시는, 겪고 싶지도 않았다. 너무 아팠고, 너무 힘들었다. 여기저기 멍 투성이였다.

 

너도 망가져 봐야 정신 차리겠어?’

하지만 흔들리는 천장 속에서 기억들은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마치 잔잔한 호수에 돌 하나가 파동을 일으키듯, 기억들은 걷잡을 수 없이 흔들려왔다.

 

내가 말했지. 야구는 너와 아베 둘이 하는 게 아니라고. 그래서 내가 가르쳐줬잖아. 그래서 내가 하나는 망가뜨려줬잖아 그런데, 그렇게 까지 했는데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타지마군은, 나한테, , 이러는 거야

 

미하시는 울 것만 같았다. 미하시는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던 포수 둘을 한꺼번에 잃어버린 기분이었다. 아베의 부상이 타지마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었는데...

 

미하시는 고등학교 생활이 꿈만 같다고 생각했다. 자기가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순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행복은 아베가 부상을 당하면서 모두 사라져버렸다.

'이래서는 미호시 때와 다를 게 없어'

미하시는 그때서야 눈물이 나왔다. 타지마가 자신을 때렸다는 것도 슬펐고, 아베가 부활동을 그만둔 것이 타지마 때문이라는 것도 믿기지 않았다. 미하시는 이대로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 *

 

타지마는 미하시가 이틀 내내 학교를 나오지 않자 죄책감에 시달렸다. 그날 타지마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미하시가 고개를 젓지 않겠다는 말을 듣고 머리에서 뭔가 끊어지는 소리가 난 뒤로 자신도 모르게 행동했기 때문이다. 그 행동은 아마 미하시를 '정복'하기 위한 일종의 행위였을 것이다. 미하시는 자신의 밑에서 떨었고 그 순간만은 미하시가 자신의 것이 된 것만 같았다.

묘했다.

타지마는 죄책감이 드는 동시에 다시 한 번 그 느낌을 느껴보고싶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옷이 다 찢겨진 미하시는 자극적이었고 자신의 것이 그 안에 들어가는 느낌은 생경했다.

 

"타지마! 미하시한테 무슨 일 있어?"

이즈미가 물어오는 말에 타지마는 천연스럽게 고개를 저었다. 글쎄, 걱정되네. 중얼거리는 타지마의 말에 이즈미는 배터리가 그런것도 모르면 어쩌냐며 약간의 핀잔을 주었고,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

 

"미하시네 집에 가볼까?"

 

그리고 타지마는 다시 그 기회가 왔음을 직감했다.

학교가 끝나고 이즈미와 타지마, 사카에구치는 미하시의 집에 찾아갔다. 메일을 보냈지만 답장은 오지 않았고, 벨을 눌렀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다들 이제 돌아갈까- 하는 분위기였다. 그 때,

철컥-

 

","

", 미하시!"

 

문이 열리고 보인 미하시의 모습은 초췌했다. 얼굴이 푸석하고 분명 '무슨 일이 있는게 분명한' 몰골이었다. 미하시는 자신의 친구들이 찾아온 것에 감동을 받은 듯 했다. 하지만 곧, 타지마와 눈을 마주치고 미하시는 아연실색했다.

 

타지마는 웃음이 나왔다. 지금 미하시의 모습은 그 때와 다를게 없었다. 공포에 질려 부들부들 떠는, 약하디약한 존재. 어느 새 타지마에게 남아있던 죄책감은 사라지고 타지마의 어금니는 아드득하는 소리를 내며 앙다물렸다. 턱끝이 찌릿찌릿하고 아래쪽은 뻐근하게 피가 몰렸다.

타지마는 곧 검지손가락을 입에 가져다댔다. 미하시,

 

"미하시- 무슨 일 있어? 학교도 안나오고 걱정되서 찾아왔어."

다행히 그들은 타지마가 아무말도 하지 않는 것에 아무런 의심을 하지 않는 듯 했다.

",,,사카…구,"

 

미하시는 평소보다 더욱 말을 더듬었다. 타지마는 더욱 머리가 아찔해졌다. 순한 먹잇감이 눈앞에 있을때의 굶주린 포식자의 마음이 이런 것일까

 

"미하시~ 생각보다 상태 안 좋아보이네. 부모님은 안 계셔?"

",부모님,,찮아"

"밥은 좀 챙겨먹었어?"

",먹었어"

 

빤히 보이는 거짓말이었지만 다들 신경쓰지 않는 듯 했다. 아베였다면 달랐겠지. 당장에 미하시의 상태를 파악하고 그 원인이 타지마라는 것까지 단번에 알아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타지마도 마찬가지였다. 누구보다 눈치가 빠른 타지마는 지금 이 친구들이 미하시가 걱정되어서 온 것이긴 하나 각자의 일이 바빠 금세 돌아가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아챘다.

 

"- 그럼 내가 집도 가까우니까 미하시랑 같이 저녁 먹고 갈게."

"!지마!"

다들 이의는 없었다. 의리 좋은 배터리네~ 하고 그들은 웃었다. 미하시는 눈앞이 새까매졌다. 또 맞을까? 타지마는 또 나를 때릴까? 타지마는 착해. 착하지만 그때는 화가나서 그런걸거야. 하지만 미하시는 당장이라도 문을 잠궈버리고 싶었다.

 

"그럼 다들 내일 봐~"

 

미하시가 생각하는 동안, 모두는 돌아가고 타지마는 문을 닫고 자신 앞에 서있었고, 미하시는 다리가 풀려 주저앉았다.

 

"미하시~ 아직도 아베''이 네게 공을 던져줬으면 좋겠어?"

 

미하시는 재빨리 고개를 저었다. 맞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하시는 그 날 아베의 이름을 부른 횟수대로 자신의 아래가 아팠다는 것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아래를 내려다보는 타지마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무슨 표정인지 알 수 없었다. 미하시는 무섭고, 또 무서웠다.

 

", 타지마 군"

"착한 아이네, 미하시는!"

""

 

의외로 순한 말에 미하시는 표정을 풀었다. 맞을 것 같지 않았다. 순식간에 온 몸의 긴장이 풀렸다.

 

"그러니까, 오늘은 아프지 않게 해 줄게, 미하시."

 

아베 같은 건 생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야

타지마는 미하시를 안고 계단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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