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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 Wind-up!
[후루미유] 무제 신입사원이 들어온 회사는 시끌벅적했다. 후루야의 팀에도 신입사원이 배정됐다. 이름은 미유키 카즈야. 생긴 것과는 다르게 회사 수석으로 들어왔다고 했다. 흐음… 후루야는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나이도 대리인 나보다 많은데 어떻게 수석이 됐지? 하지만 가뜩이나 인력부족이 극심했던 영업팀이라 지금은 이것저것을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그래도 나이 많은 건 싫은데. 하고 후루야는 입을 삐쭉였다. “잘 부탁드립니다! 신입사원 미유키 카즈야입니다!” 예, 후루야는 눈인사를 했다. 사실 후루야에게 미유키의 첫인상은 매우 안 좋았다. 언뜻 보면 준수하고 잘생긴 얼굴이었지만, 어딘가 날티나는게 후루야는 미유키가 자신과 안 맞을 것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원래도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는 것을 잘 못했..
[쿠라하루] 지워지지 않는 흉터 키스톤 콤비. 2루수와 유격수의 연계 플레이를 말한다. 사실 그딴 건 다 필요 없어. 그냥 딱 맘이 맞는 사람이 있거든. 아, 료상? 이제까지 호흡 맞춰왔으니까. 잘 맞는 분이었지. 아, 그렇다고 지금 너랑 안 맞는다는 말은 아니야. 앞으로 맞춰 가면 되는 거니까. 음, 그렇게 생각해. 쿠라모치는 본인도 무슨 말을 지껄이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방금 전에 찾아온 작은 코미나토가 '선배와 호흡을 잘 맞추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하고 질문했기 때문이다. 아니, 호흡을 잘 맞추려면 어떻게 해? 내가 너에게 묻고 싶은 말이다! 쿠라모치는 얼빠진 표정을 짓곤 이내 나오는 대로 내뱉은 것이다. 하지만 이 불쌍한 작은 코미나토는 수긍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실 눈이 잘 보이..
[후루미유] 길 위에 흩날리는 추억 上 "하아~" 한숨을 푹 쉰 미유키는 더운 차 안의 공기에 답답함을 느꼈다. 아무래도 아까 직장동료들과 함께 마신 술 한 잔 때문일 것이다. 창문을 살짝 열자 밤공기가 훅 하고 밀려왔다. 차가운 공기에 코끝이 약간 아린 것도 같았다. 바깥은 짧아진 해 탓에 벌써 어두워진지 오래고, 덕분에 미유키의 시야 안에는 빨간 정지등들이 더욱 선명하게 들어와있었다. 문제는 그 정지등들이 20분째 안 움직이고 있다는거다. 미유키는 좁아터진 차 안에서 몸을 쭉 뻗었다. 179cm의 크다면 큰 몸집이 그 작은 경차 안에서 시원하게 펴진다면 그게 더 이상할 것이다. 노래라도 틀어볼까, 하고 라디오의 전원을 켰지만 나오는 말이라곤, "57분 교통정보입니다. 현재 서울 시내가 전체적으로 정체..
[메이미유] 유리잔 속의 얼음 와드득, 그가 얼음을 깨물었다. 까페에는 사람이 제법 많았다. 그러나 지금 내 귀에는 그의 이빨이 얼음을 부수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짜증스런 표정이었지만 이번엔 달랐다. 마치, 폭풍전야와 같은 아주 불안한 상황이라고 할까. 그는 항상 짜증을 낼 때 생각을 거치지 않고 말을 했다. 그러니까 카즈야, 짜증난다고. 그 새끼랑 붙어먹는거 싫다고. 사람들이 많을 땐 제발 자제해달라고 그렇게 얘기했지만 그는 듣지 않았다. 그럴 정도로 자신의 감정을 아낌없이 드러내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 여기, 내 앞에 있는 이 사람. 조용히 얼음만 아작내는, 나루미야 메이. 이 상황은 아주, 아주 아주 위험하다. 어, 무슨 말이라도 해봐. 평소 같으면 넉살 좋게 얘기했겠지..
[메이미유] 팔각형의 공간 "와.. JSP쩐다." 화면 안에선 우람한 남정네 둘이 링에 피칠갑을 하며 서로의 얼굴을 두드리고 있었다. 링 내에 피가 고여 슬슬 비위가 상해갈 때 쯤 5라운드의 종이 울렸고 그렇게 두 선수는 각자의 벤치로 돌아갔다. 그러니까, 저딴게 뭐가 재밌다고 저렇게 보고있는거야? 하여간 보는 것도 지 같은 것만 본다. 완전 악취미. "미친... 사람 저 안에다 가둬놓고 개싸움 하듯이 싸움 붙이는게 정상이냐?" 들은 척도 안하네. 이미 마음은 저 관중석에 가 있겠지. 그러나 입을 잔뜩 내밀고 심판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저 사내의 모습이 꽤나 의외의 모습이어서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 아…! 승자는 조니 핸릭스입니다!! 정말 완벽한 경기였는데요. 티비에서는 그렇게 말했으나 내 앞의 남자는..
"아, 조금 더 누워있어요.." 잔뜩 잠긴 목소리로 그가 말한다. 분명히 어제 일찍 잤잖아? 적어도 8시간은 잔 것 같은데.. 너나 누워있어, 난 물 좀 마실래. 하고 허리를 감고 있던 팔을 살짝 밀치자 그 팔에 더 힘이 들어간다. 어쭈,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맘먹고 더욱 힘을 줘 밀어내도 꿈쩍도 안한다. 나도 웨이트 많이 하는데 말이지.. 괜히 자존심이 상했다. 젊음은 이래서 좋구나~ 팔을 밀어내던걸 멈추고 오늘 자율 연습 때 어떤 웨이트를 해야 이 몸을 따라잡을 수 있나 생각하고 있는데 후루야가 입을 열었다. "어제 그 사람이랑은 무슨 사이에요?" 뜻밖의 주제에 나는 고개를 들어 후루야를 쳐다봤다. 어제...? 그 사람..? 후루야가 모를 만한 사람들 중 어제 만난 사람이라, 그렇게 따지자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