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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 Wind-up!
바람이 차다. 잠깐이라도 추위를 피할 겸 들어온 마트는 한창 저녁을 준비할 시간이라 점원들의 말소리로 북적였다. 딱히 살 것도 없었기에 카트도, 바구니도 들지 않은 채 마트 안으로 성큼 들어섰다. 그러다 문득 발걸음이 멈춘 것은, 할인 상품을 적어 놓은 전단지를 눈으로 쓰윽 훑다가 지나간 한 코너에서, 들려온, [하루미하] 사랑을 전하세요! 색색깔의 포장지에 잔뜩 감긴 무언가를 내민 것은 A반의 한 여자아이였다. 이게 뭐야? 라고 묻기도 전에 주변에선 환호성이 빗발쳤다. 생각보다 묵직한 무게의 상자를 받아들자 여자아이의 빨간 뺨이 이제는 터질 것만 같았다. “이게 뭐야?” 아이는 말이 없었다. 나는 슬슬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곧 끝나가는 점심시간을 이런 식으로 허비하고 싶지 않았는데. 머리를 긁적이곤 잠..
한 때는 네가 나의 모든 것일 때도 있었지. [하마이즈] - 균열(龜裂) 잠에서 깨자 느껴지는 공기가 차가워 나도 모르게 이불을 목 끝까지 끌어올렸다.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이라도 하듯 집안은 고요했다. 보일러라도 켜야 할 텐데. 차가운 바닥을 걷기 싫어 오들오들 떨고만 있던 와중에 문득 한 기억이 머릿속을 잠식했다. ‘야, 추워. 넌 안 춥냐?’ 그 말에 그는 내가 오는 날이면 늘 없는 돈에도 방을 따끈하게 데워놓았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그랬다. 오늘은 따듯하네? 나는 딱 한 번 그 말을 하곤, 이 집이 추웠었다는 사실 자체를 잊어버렸다. 그의 집은 늘 따듯했고 혹시라도 추운 날엔 그가 어떻게든 나를 따듯하게 해주려 애썼으니까. 한 겨울 날에도 추웠던 기억은 별로 없었다. 소용없는 기..
[오오후리 전력 60분에 '아무 이유 없이'로 참여한 글입니다!]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6hYrN 야, 너 왜, 스파이 영화 보면 그런 거 있지. 뭐. 스파이 하러 갔다가 그 대상이랑 사랑에 빠지는 거 있잖아. 어. 뭐, 그래. 내가 지금 그런 상태인 것 같다. [하루미하] - 그 남자의 사정 오랜만에 찾아온 금 같은 휴일이었다. 그 동안 중간고사에, 과제에 지쳐있던 나에게 이번 휴일은 사막 한 가운데에 있는 오아시스와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받으면 안 되는 거였다. 침대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미친 듯이 울리고 있는 전화벨을, 나는 무시해야 하는 거였다. “여보세요.” 바보 같은 나는 누워..
“선,배!” “…끄응…미하시?” “우,리, 아직,도!” 다급한 목소리가 아침을 깨운다. 무슨 일이야. 덩달아 다급해진 내가 수화기를 붙잡고 묻자, “사,사,귀는 거예요?” 잠이 확 깰 정도로 황당한 내용과는 달리 생각보다 정말 진지하고 울음이 묻어나오는 목소리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뭐라고 대답해줘야 하나. 당연하지? “무슨 일 있어, 렌?”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탓에 잔뜩 갈라진 목소리를 용케 알아들은 렌이 그제야 조금 풀어진 목소리로 웅얼웅얼 말을 잇는다. 요는 –울먹거리며 하는 말을 대충 미루어 짐작해보았을 때- 꿈을 꿨는데, 거기서 내가 다른 여자와 바람을 폈다는 것이었다. 자기가 용기 내어 뭐하는 거냐고 묻자 우리는 예전에 끝났다고, 돈 때문에 이어진 사이였지 저에게 관심은..
4점째! 단순하게 ‘잘했다’라는 표현이 아닌, 그 이상의 힘을 실은 손바닥과 손바닥이 마주했을 때 우리는, 여름 한 가운데에 서 있었다. [니시우라] Dramatic! “나이스 피칭!”“나,이스 우익수!” 8회 초의 경기는 상당히 잘 풀려가고 있었다. 7:0. 아직 방심하기엔 이르지만 어쩐지 결정되어버린 것 같은 분위기에 모두들 가벼운 마음으로 그라운드에 서 있었다. 그리고 공만 바라보는 우리들은 모두 한 마음이었다. ‘저 녀석만 잘해준다면.’ 마운드를 지키고 있는 에이스의 등번호가 여느 때보다도 빛이 났다. 이 경기만 잘 이겨내면 우리는 16강에 오른다. 중요한 경기였음에도 어쩐지 마음을 놓아버리게 된 건 작년보다 훨씬 바람직하게 자라준 팀원들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무더운 날씨에 다들 지쳤을 법한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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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후리 전력 60분, 두근두근으로 참여합니다.*BGM이 존재하는 글입니다. 가급적 PC에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침부터 입술이 부루퉁 나온 것이 까딱 잘못했다간 일갈이 날아올 참이라, 하마다는 왜 그러냐고 묻고 싶은 입을 간신히 다물었다. 평소의 이즈미는 침착하고, 감정 기복이 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가끔, 아아주 가끔. 이렇게 고운 미간을 잔뜩 찡그린 채로 있을 때가 있는데, 그게 참, 뭐라고 해야 할지. ‘귀엽다.’ 물론 이런 말 하면 화내겠지만. 위에서 내려다 봤을 때, 찡그려진 미간과 함께 툭 튀어나온 입술이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었다. 평소보단 배로 나온 입술이 대체 왜 그렇게 나오셨을까. 하마다는 당장이라도 검지로 그 불만을 잔뜩 담고 있는..
*오오후리 전력 60분, '아이스크림' 으로 참여합니다.*BGM이 존재하는 글입니다^^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하지. 다들 연애 초기엔 꼭 가봐야 한다며 자신의 손을 꼭 붙잡고 이야기 하던 그 장소에 드디어 도착했는데, 하루나는 당최 이 넓은 공간에서 옆에 서 있는 아이와 무엇을 해야 할지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우,와.” 외마디 탄성에 돌아본 옆에는 미하시가 마치 처음 와 본다는 듯 신기한 눈빛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빤히 보던 하루나가 살짝 자세를 달리했다. 벌써부터 이러면 곤란한데. 미하시는 그런 하루나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살짝 붙잡은 손에 힘을 주며 살짝 앞으로 끌었다. 기분이 좋긴 좋은가보지, 한 번도 하루나에게 먼저 무언가를 하자고 말한 적이 없었던 미하시가 저도 모르..
“야.”“응?”“넌 혼자 살면 안 외로워?”“뭐, 딱히.” 애초에 잠만 자고, 가끔, “네가 와주니까?” 환하게 웃는 얼굴을 보곤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버렸다. 하여간 뻔뻔하게 낯간지러운 말 잘하는 데엔 아주 선수다. 무릎을 모으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혼자 사는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깔끔하고 정돈된 방. 비록 들어와서 잠만 잔다지만 그래도 어쨌든 누군가의 손길이 닿은 건 틀림이 없었다. 다른 이라면 분명 여자라도 있는 거 아니야? 하고 슬쩍 의심이라도 해보았겠다마는, 이 사람이라서. 하마다 요시로여서 그렇게 문득문득 치고 올라오는 의심을 가볍게 흩어버릴 수 있었다. “야. 넌 내가 이렇게 틱틱대는 말투로 말해도 기분 안 나빠?”“언제 틱틱댔는데?” 참나, 정말. 능구렁이라 해도 믿을 수 있을 만한 멘트다..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yQQNP*BGM이 존재하는 글입니다. 가급적 PC에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오오후리 전력 60분, ‘뒤를 돌아봤을 때 너는’ 처음 그를 보았을 때, 나와는 다른 강속구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 미트에 꽂혀 울리는 소리에 나는 눈물이 날 정도로 복잡한 감정이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부럽다. 저렇게 되고 싶다. 저 사람이, 최악의 투수? 라는 생각과 동시에 멋있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한 쪽 마음을 물들여 가서, 마운드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할 지경이 되었다. 고개를 들어 마운드를 쳐다보면 그가 있다. 경기에서 가장 주목 받는 자리에서, 당당하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그가 서 있다. 그리곤 세상에서 제일 멋진 모습으로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