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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즈마 일레븐/키리신] Defender 본문

기타

[이나즈마 일레븐/키리신] Defender

승 :-) 2015. 10. 16. 21:11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9ZeeW

*BGM이 존재하는 글입니다. 가급적 PC에서 읽어주시길 권장합니다.


 

 

막아!”

 

 공이 날아온다. 제법 빠른데, 저 공에 맞으면 다칠 것 같아. 키리노는 재빨리 몸을 움직여 자신의 손으로 공을 쳐냈다.

 

키리노.”

 

 가을의 빛을 담은 머리색을 한 소년이 짐짓 단호하게 말한다. “그 정도는 나도 막을 수 있다니까.” 소년의 핀잔에 키리노는 입을 다물고 그저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나도 알아. 그렇지만,

 

 

[이나이레/키리신] Defender

 

 

확실히 드문 경우네요.”

그러게. 가이드가 저러는 건 흔치 않지?”

보통 가이드 입장에선 센티넬이 귀찮을 텐데 말이에요.”

 

 신도우가 각성을 한 것은 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체육시간. 멀리 뛰기를 시험 보는 날이었다. 가볍게 뛰어올랐을 뿐인데 또래 친구들의 두 배를 뛰었다. 말 그대로 날았다고밖에 표현할 말이 없었다. 그 뒤로 신도우는 국가 기관에 센티넬로 이름을 등록했다. 다행히도, 재력이 있는 집안 덕분에 가이드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몇 십 명의 가이드가 매일 신도우의 집 앞에 줄을 섰다.

 

아니에요.”

 

 정확히 아흔 아홉 번째 부정적인 대답을 한 뒤, 새로운 가이드가 들어왔을 때 신도우는 눈을 크게 떴다. 이제까지 늘 불규칙하게 쿵쿵거리던 심장이 그와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만으로 묘하게 진정되며 몸이 차분히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분홍색의 조금은 긴 머리를 한 소년이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자 신도우는 이제까지 느껴본 적 없는 깊은 안정감에 눈이 감길 지경이었다.

 

저 애에요.”

 

 그렇게 분홍머리의 소년은 신도우의 이름 옆에 센티넬과 가이드의 관계로 등록되었다. 이름은 키리노라고 했다. 마침 나이도 동갑인 탓에 둘은 자주 어울려 놀았다. 초등학교 4학년, 한창 친구가 필요할 나이였다.

둘은 자주 어울려 놀았지만, 센티넬과 가이드의 관계로는 느껴지지 않았다. 조금 친한 소꿉친구인가 싶을 정도로 잔잔한 날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키리노 역시 신도우에게 가이드로서의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부모님은 신도우가 워낙 착하고 순한 아이라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가이드가 없어도 별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믿었다. 그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 * *

 


 

 신도우의 능력은 또래 센티넬보다 훨씬 우수한 축에 속했다. 등급을 따지자면 S등급일 정도였으니 기관에서 신도우에게 거는 기대는 막대했다. 센티넬들은 국가의 관리를 받는 만큼 국가에서 의뢰하는 일들도 떠안아야 했다. 다른 사람보다 오감 능력이 훨씬 뛰어난 센티넬들은 일반인이 하지 못하는 일들을 해내곤 했다. 신도우는 오감 중에서도 특히 청각에 두각을 보였다. 다른 사람이 듣지 못하는 소리까지도 듣고, 한번 들었던 소리는 절대 잊지 않았다. 센티넬로서의 능력이 점점 개화되고 진화하자 이제는 다른 사람의 심장박동까지도 구분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이번 일은 뭐에요?”

 

 게다가 신도우는 다른 센티넬에 비해 비교적 발화점이 높은 편이었다. 웬만한 일에는 흔들리지 않는 멘탈에 현장에 나가도 키리노가 하는 일은 신도우가 베이스캠프로 돌아오면 그저, 손을 잡아주는 것뿐이었다. 그것도 아주 잠깐. 신도우는 5분 정도 그렇게 손을 잡고 있다가 다시 나가봐야 한다며 현장으로 나갔다.

 키리노 역시 그것이 당연하다고 느꼈다. 신도우는 강한 아이니까. 내가 없어도 괜찮을 거야. 그리고 잠깐 자리를 비운 새 사건이 일어났다.

 

신도우!!”

정신차려!!!”

가이드는 어딜 간 거야?!”

 

 잠깐 바람이라도 쐴 겸 밖에 나갔던 키리노가 베이스캠프에 돌아왔을 때 들은 것은 누군가의 울부짖음이었다. 그런데 그 울부짖음 사이로 간간히 들려오는 목소리가 너무 익숙해서, 키리노는 저도 모르게 인파를 헤치고 가운데로 향했다.

 

, 신도우.”

 

 신도우도, 키리노도 센티넬과 가이드로서는 처음 겪어보는 폭주였다. 지금 이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도 모른 채 키리노는 저도 모르게 신도우를 끌어안았다. 신도우는 무릎을 꿇고 머리를 감싸 안은 채 계속해서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아아아악!! 베이스캠프의 적막을 찢듯 날카로운 소리가 사방을 찔렀다. 그 목소리가 마치 칼날이 되어 키리노의 마음에 박히는 것 같았다. 나는 왜 우는 거지? 키리노는 신도우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다. 입 밖으로는 내내 사과의 말을 흘리고 있었다. 자신도 왜 그러는지 모를 일이었다.

 평소에는 쳐다보기만 해도, 손을 잠깐 잡는 것만으로도 금세 진정되었던 신도우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키리노의 품 안에서도 계속 허리는 고꾸라지고, 울부짖는 소리는 더욱 커져만 갔다. 그리고 곧 키리노가 본능적으로 신도우의 얼굴을 들어 올려 입을 맞췄다. 메마른 입술이 안쓰러웠다.  거칠게 벌어진 채 소리를 질러대는 신도우의 아랫입술을 자신의 말랑한 입술로 살짝 포갠 뒤 가볍게 빨아 당겼다. 그러자 신도우의 비명이 멈췄다. 키리노가 덜덜 떨리는 신도우의 턱을 붙잡고 이번엔 윗입술까지 한 번에 맞댔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신도우의 떨림이 점점 멎어갔다. 그리고 곧 신도우는 키리노의 품에서 잠이 들었다.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살짝 들 때였을까, 키리노의 뺨이 갑자기 불에 탄 듯 뜨겁게 달아올랐다.

 

한심한 놈.”

 

 베이스캠프의 지부장이었다. 그는 조용하지만 누구보다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가이드라는 놈이 자리를 비워?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센티넬이다. 넌 가이드 자격 박탈이야.”

 

 그 말을 들은 키리노의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자격 박탈.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신도우의 가이드가 된다. 손을 잡는다. 입을 맞춘다. 그 상상만으로도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그리고 그제서야 키리노는 깨달았다. 신도우의 가이드는 자신이 되어야 한다는 감정이 얼마나 그의 내면에 깊이 자리 잡고 있었는지를. 안 돼요. 키리노가 중얼거렸다.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수십 번을 되뇌이던 키리노가 사람들이 쓰러진 신도우를 데려가려고 하자 그를 끌어안은 채 그들을 노려보았다. 그 눈빛이 평소의 것이라고는 느낄 수가 없어서 사람들은 다가가던 걸음을 멈칫했다.

 

신도우의 가이드는 내가 할 거에요.”

 

 덜덜 떨리는 턱으로 키리노가 말했다. 그리고 모두는 느꼈다. 둘의 각인이 이루어졌다는 것을.

 

 

 

* * *


 

 

 보통 가이드는 센티넬이 없어도 잘 살아갈 수 있지만, 센티넬은 가이드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고들 말한다. 폭주를 진정해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저 둘은 유독 독특하네요.”

가이드가 뭐랄까, 마치

 

 신도우. 키리노가 진지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또 다시 공이 날아들었다. 이번엔 키리노가 공을 붙잡았다. “이쪽으로 차지 마.” 조금은 화난듯한 목소리가 운동장을 울렸다. 그 모습에 신도우의 눈썹이 살짝 풀렸다. 알고 있었다. 사실은, 알고 있었다.

 

난 널 지켜주는 사람이란 말이야.”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신도우는 내가 지킬 거야. 키리노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온몸으로 느껴지는 진심에 신도우가 흩어지는 햇살처럼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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