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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클론즈/화심피오] 이카루스의 날개 본문

레트로봇

[바이클론즈/화심피오] 이카루스의 날개

승 :-) 2015. 8. 18. 21:28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XP1Bz


*BGM이 존재하는 글입니다. 가급적 PC에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바이클론즈/화심피오] 이카루스의 날개

 

 

말해주세요.”

 

 이미 정해진 궤도에서 벗어난 지는 한창, 화심은 스스로 너무 오래 평화로움을 즐겼다 싶었다. 점점 더 가까이, 가까이,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밀랍이 녹아 깃털이 하나씩 뚝뚝 떨어지고, 종국엔 자기 자신도 함께 끝이 보이지 않는 깊은 심해 속에 가라앉을 것이다. 예상한 결말이었지만 역시 그 결말에 다가가는 과정은 힘들었다. 제 눈앞에 서 있는 꼬마 아이, 세상을 전부 잃은 듯한 표정을 하는 그 아이의 얼굴이 화심의 가슴에 깊게 파고들었다.

 

아저씨, 외계인이에요?”

 

 예, 아니오로 나뉘어져 있는 그 흑백의 세상 속에서 화심은 그 어떤 것을 선택해야할지 막막했다. 이대로 너덜너덜해진 날개를 끌어안고 불덩이처럼 타오르는 몸을 절망밖에 보이지 않는 어둠에 내던질 것인지, 혹은 말도 안 되는 거짓말로 실낱같은 목숨을 이어갈 것인지. 시간의 차이일 뿐이지 결국 불구덩이로 몸을 던지는 것은 같았다. 화심은 침묵했다. 그 침묵 속에서 아이는 무언가를 읽은 듯했다. 모르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지. 저도 모르게 위아래를 오가던 고개가 삐걱거리며 괴기스러운 형태를 한 채 멈췄다.

 

 

* * *

 

 

 탐을 잃은 지 3년 만이었다. 조금 더 막강한, 잔혹한 것을 원하던 화심이 만들어낸 것은 괴물이었다. 그것의 눈동자가 처음으로 화심을 향했을 때 화심은 이것이 세상을 멸망시킬 것이라 확신했다. 제국으로 돌아가지도 않고 지구에 눌러 살면서 꼬박 3년을 매달려 만들어낸 것이었다. 그 당시에 화심은 오직 탐만을 생각하며 살았다. 그는 지난 세월동안 내내 자신이 탐을 자폭시켰다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자신의 의지가 아닌, 타의로, 그러나 자신의 손으로 그것을 부순 것에 대해 화심은 그들에게 철저한 복수를 하고 싶었다. 오직 그 뿐이었다.

 그리고 괴물을 이끌고 출격한 그 곳엔 여전히 다섯 명이 서 있었다. 화심은 알고 있었다. 그 중 가장 작은-그 때보다는 많이 큰-아이를 바라보자 순식간에 지난 3년이 스쳐지나갔다. 고맙습니다. 아이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울렸다. 화심은 지끈대는 머리를 자신의 왼쪽 팔에 달린 금속으로 때렸다. 탐의 웃음소리와 아이의 목소리가 한데 잔뜩 섞여 화심은 비틀거렸다. 가장 중요한 이런 때, 대체 왜. 전장에서 입은 상처와 흉터들이 고통에 몸부림치며 비명을 질렀다.

 이를 악문 화심이 지팡이로 그들을 가리키자 불가사리는 그대로 움직였다. 불가사리가 움직였던 곳은 독극물로 녹아내렸다. 움직임 그 자체로 독을 내뿜는 존재. 화심은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괴물이라고 생각했다. 다섯 명은 3년 전과 똑같은 패턴으로 공격해왔다. 하나도 발전한 게 없군. 악당들이 그렇게 없었나? 화심의 머릿속에서 또 다시 자폭한 탐이 웃었다.

 접합부에 심각한 손상이 생겼는지 한데 합쳐진 기체들은 다시 다섯 개로 나뉘어졌다. 차라리 도망가는 것이 나을텐데 말이야. 화심은 혀를 끌끌 찼다. 이럴 땐 도망갈 줄도 아는 것이 전략이다. 지금 너희의 힘으로 이것을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은 없다. 돌아가서 전력을 재정비하고 와라. 화심의 입술이 씰룩거렸다. 당장이라도 나가고 싶어 하는 목소리가 성대에서 들끓었다. 이를 악문 화심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그들을 향해 다시 한 번 손짓했다.

 탐보다 민첩하지만 강력하고, 게다가 독까지 합쳐져 그것의 움직임은 그야말로 무적이었다. 계속해서 쏘아대는 강공에 하나 둘 힘없이 꺼져가는 생명들이 안쓰러웠다. 사자 모양을 한 커다란 기체가 바닥에 부딪혀 산산조각이 났다. 원래 모양으로 돌아가지도 못한 채 그것은 형태를 알 수 없을 정도로 구겨져 독에 녹아들어갔다. 그리고 이윽고 양도, 소도, 그리고 곰도. 마지막 남은 것은 전갈이었다.

 왜! !! 왜 안 되는 거야! 남들을 보호하는 것이 자신의 능력이었는지 전갈 안에 들은 소년은 앳된 목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팀 커버리지! 팀 커버리지! 쉬어버린 목소리가 안타까웠다. 그러나 입을 꾹 다문 화심과는 달리 어떤 감정도 담지 않은 그 괴물의 한쪽 팔이 전갈을 덮쳤고, 그것은 힘없이 구겨져 건물에 박혀버렸다. 괴물이 다시 한 번 그것을 끌어당기자 삐거덕거리는 소리를 내며 그것은 최후의 발악을 시작했다. 이미 안에 있는 바이클로넛은 죽은 모양이었다. 폭주인가. 중얼거린 화심이 고개를 돌리자 괴물이 전갈을 붙잡고 독을 내뿜었다. 기체에 독이 스며들자 이윽고 그것은 치익-하는 소리를 내며 녹아들어갔다.

 그러나 이윽고, 날카로운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고, 그쪽을 바라본 화심의 눈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여전히 실드는 존재했고, 괴물의 어떤 공격도 전부 튕겨내고 있었다. 아마 시삽의 능력이겠지. , 혀를 찬 화심이 괴물의 팔을 통해 그쪽에 다가갔다. 수트가 벗겨져 의식을 잃은 아이는 더 이상 바이클로넛이 아닌 단지 열 세 살짜리 어린아이였다. 3년 전에 하늘공원에서 보았던, 자신이 자전거를 가르쳐 준, 감사하다고 품에 안겨왔던 어린아이에 불과했다. 그 순간 화심은 주변에 조각난 채 흩어져있는 액티베이터를 들었다.

 

실드를 풀어라.”

 

 그럴수 없다. 지직거리는 음성이 화심의 귀에 맴돌았다. 그러자 화심이 그 조각을 그대로 쥐어 부숴버렸다. 액티베이터가 부서지면 그 능력도 없어지겠지. 실드가 풀리는 그 순간 화심이 그 어린아이를 품에 안았다. 스스로도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이었다. 웃기는군. 정말 웃긴 일이야. 그렇게 화심은 자기 자신의 날개를 완성시켰다.

 

 

 

* * *

 

 

 

피오.”

 

 아이가 쪼르르 달려왔다. 아저씨! 하고 부르는 목소리가 청량했다. 어제 준 책은 어쨌냐고 묻자 아이가 활짝 웃으며 답했다. 다 읽었어요.

 

읽어서만은 안 돼. 꼭꼭 씹어 삼키듯 머릿속에서 외우고 또 외워라.”

!”


 다시 책을 읽으러 몸을 돌린 아이를 불러 세운 화심이 가까이 오라는 듯 손짓했다. 북실한 머리칼에 손을 얹자 느껴지는 따끈따끈한 것이 마치 생명이 살아 있다고 몸부림치는 것 같았다. 소년에게서 머물지 못하고 방황하던 눈빛이 결국은 바닥을 향했다. 왜 그러세요? 묻는 소년의 물음에 대답하지 못하고 화심은 결국 다시 손을 내저었다. 소년이 책을 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슬쩍 시계를 보자 이미 자시(子時)였다. 평소 같았으면 심심하다고 다가왔을 법도 한데 아무 말이 없는 것이 의아했다. 설마 외우랬다고 다 외우는 건가. 저녁도 먹지 않고 방 안에 들어간 소년이 걱정스러워 화심이 소년의 방으로 향했다.

 아이는 책을 옆에 두고 책상 위에서 잠들어 있었다. 화심은 소년을 조심스럽게 들어 침대로 옮긴 뒤, 책상 위에 있던 책을 덮었다. 불가사리의 약점과 해체 방법소년이 긴 잠에 빠져있는 동안 화심이 정리한 것이었다. 오직 소년을 위해 만든 것이었다. 이것은 그 어느 곳에도 새어나가서는 안 되는 물건이었다. 혹시라도 화심의 계획이 틀어지면, 그것은 그대로 불태워져 자취를 감춰야 할 것이었다. 그런 위험을 감수하면서라도 화심이 그 책을 지은 이유는, 스스로도 정의하기 힘든 어떤 감정 때문이었다. 화심 자신이 불가사리를 해체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불가사리를 해체하고, 자신과 함께 지옥으로 보내는 일은 온전히 어떤 누군가에게 맡겨야 하는 일이었다. 화심이 잠든 소년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3년을 들여 완성한 불가사리도 결국은 너를 이기지 못하겠구나. 나는 단 한 번도 네게 이겨본 적이 없다. 중얼거린 화심의 눈에 소년이 가득 들어찼다. 화심이 소년의 이마에 오른손 검지를 대며 중얼거렸다.

 

결코 돌아오지 않기를.”

 

 네 깊은 무의식 속에 잠들어있는 그 지옥과도 같은 수라장이, 더 이상 네 의식 위로 떠오르지 않기를. 화심은 잠깐 동안이나마 눈을 감고 기도했다. 쥐죽은 듯 고요한 밤이 그렇게 지나갔다.

 그 동안 화심은 무중력 속에서 유영했다. 점점 태양이 가까워오는 지도 모를 정도로, 모든 우주가 제 손에 들어온 것 마냥 달큰하게 취해오는 소유욕에, 화심은 단 한 가지를 저버렸다. 아니, 억지로 잊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뻔히 알면서도 그는, 사령관이 가져야 할 첫 번째 조건인 냉철한 이성을 스스로의 의지로 꺾었다. 그리고 더욱 더 높이 날아올랐다. 그 끝이 어디인지도 모른 채, 눈을 가린 채 불로 달려드는 불나방마냥 그렇게 화심은 달콤한 유혹에 몸을 던졌다.

 

 

 

* * *

 

 


 소년의 작은 손이 파르르 떨렸다. 마치 강풍을 앞에 둔 약하디 약한 풀 같았다. 당장이라도 뿌리 채 뽑혀나갈 것만 같은 위태로운 상태로 소년이 입을 열었다. 입을 열자 두 눈에서 눈물이 뚝, 하고 떨어졌다. 동시에 화심의 깃털도 하나 뚝, 떨어졌다.

 

, 그럼, 우리 가족들 다 죽인 것도아저씨에요?”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아이의 손에는 지금까지 불가사리의 행보가 기록되어 있는 수첩이 들려있었다. 맞다. 아마 그 곳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겠지.

 

바이클론즈, 5, , , .”

 

 벌벌 떨던 아이가 결국엔 수첩을 손에서 떨어트렸다. 아마 저 수첩이 기억의 도화선이 되었을 것이다. 화심의 어금니가 꽉 다물렸다. 남의 수첩을 왜 읽었느냐고 도저히 추궁할 수 없었다. 이렇게 될 줄 알면서도, 불구덩이에 달려든 내 잘못이다. 화심은 그저 입을 꾹 다물었다. 부정도, 긍정도 아닌 긴 침묵에 아이의 가느다란 무릎이 푹 꺾였다.

 

아니라고 말해주세요.”

 

 무릎으로 기어온 소년이 화심의 다리를 붙잡았다. 눈물이 목소리보다 먼저 튀어나와서 도저히 알 수 없는 발음으로 그렇게 말했다. 아니라고 말해달라고. 그렇게 하고 싶었다. 네 형제들을 죽인 건 내가 아니다. 단지 그 한 마디 뿐이었으나 화심은 잘 알고 있었다. 아니라고 말해달라는 것, 아니라고 말하는 것 모두 더 이상 둘에게 어떤 의미도 갖지 않는다는 것을.

 아이가 결심한 듯 일어났다. 순간 머릿속엔 단 한가지의 선택지만이 펼쳐졌다. 불가사리의 약점과 해체 방법. 비록 눈물로 범벅이 되어있었으나 눈동자만은 한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소년과 화심 모두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고 있었으나 그 누구도 행동을 멈추지 않았고 제지하지 않았다. 소년이 화심 앞으로 걸어가 기계를 조작했다. 타닥타닥,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고 곧 지문 인식 창이 떴다. 소년은 망설임 없이 자신의 손을 갖다 댔고, 이어 어떤 버튼이 튀어나왔다. 어쩌면 내가 자초한 일일 수도 있겠군. 소년의 지문을 자신의 것과 함께 등록해 뒀던 것을 기억해낸 화심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나는 아저씨를 용서할 수 없어요.”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고 놀아난 나 역시 용서할 수 없어요. 소년은 어떤 일이 벌어질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이미 책으로 읽고, 읽어서, 외우다시피 한 것이었다. 그제야 소년은 대체 왜 화심이 자신에게 그렇게 그 책을 권유했는지 알 수 있었다. 소년의 눈에서 다른 의미의 눈물 방울들이 뚝뚝 떨어졌다.

 소년이 버튼을 누르자 순식간에 쿠궁, 하고 무언인가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 지하에 있는 불가사리 우리들이 하나씩 붕괴되는 소리일 것이다. 이제까지 화심이 정성스레 키워왔던 불가사리들이 하나 둘씩 형태를 잃고 죽어가기 시작했다.

 이어서 어떤 구멍 하나가 나타났다. 저 구멍은 출구로 향하는 탈출로였다. 소년이 저 구멍으로 빠져나가면 모든 일을 스스로 마무리 짓는 셈이 되는 것이었다. 자신의 목숨을 구하면서 할 수 있는 최고의 복수를. 소년도 그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한참동안을 그 구멍만 바라보던 소년이 화심에게로 몸을 돌렸다. 타박타박 가벼운 발걸음 소리를 내며 다가왔으나 한걸음 한걸음이 화심에게는 너무나 무겁게 느껴졌다. 뭐하는 짓이냐. 얼른 가라. 당장이라도 소년에게 소리치고 싶었지만 또 다시 이성 저편에 잠들어있던 욕망이 고개를 불쑥 들었다. 제발 가지 말라고, 나와 함께 있자고, 화심의 입이 멋대로 움직였다. 그 순간,

 

아저씨, 나랑 같이 가요.”

 

 나는 이제 어디에서 살아야할지 모르겠어요. 그 어느 곳도 나에겐 의미가 없어요. 소년이 천천히 말했다.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소년의 눈을 보고 화심은 기꺼이 그렇게 해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소년이 고개를 똑바로 들어 화심을 쳐다보았다. 시간이 지체된 나머지 출구마저 부서지고, 곧바로 불길이 치솟았다. 소년이 화염을 뒤로한 채 말했다.

 

나와 함께 죽어요.”

 

 이미 시뻘겋게 그들에게 혀를 낼름거리는 불길에 의해 그의 의수는 달아오를 대로 달아올라 화심의 팔 다리를 녹여가기 시작했다. 살이 녹아내리는 고통보다도 더 견디기 힘든 것은, 눈앞에 있는 아이가, 겨우 열 세 살짜리 아이가 생존에 대한 의욕이 단 하나도 담기지 않은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밀랍이 다 녹아내려 끝없는 심해로 추락, 또 추락할 때 화심의 곁에는 소년이 있었다. 간신히 옷자락을 붙잡은 채. 둘은 자신이 왜 떨어지는지, 왜 심해에 부딪혀 산산조각 나는지, 깊은 물속으로 빨려 들어가 호흡을 잃고 죽어 가는지도 모르게 그렇게 불길에 사로잡혔다. 화심이 어떻게든 소년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품 안으로 그를 가뒀다. 죽음 앞에서 무서울 정도로 가라앉은 심장 고동소리만이 서로의 맞닿은 살을 울렸다. 그제야 화심은 알 수 있었다. 하늘공원에서 소년을 만났을 때, 모든 것은 이렇게 될 것이라고 정해져 있었다는 것을.

 

 그렇게 두 인영이 깊은 심해로 떨어졌고, 연구소는 그대로 불타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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