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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셈공] 너는 왜 for. 다련님 본문

레트로봇

[셈공] 너는 왜 for. 다련님

승 :-) 2015. 12. 26. 21:57

다련님 생일 축하드려요!♡



야 독고오공.”

 

 퉁명스러운 권세모의 말에 고개를 박고 과제를 하고 있던 독고오공의 고개가 천천히 들린다. ? 하고 상냥하게 웃는 독고오공의 얼굴을 보자니, . 됐다. 소리가 절로 나온다. 그 말에 독고오공이 고개를 살짝 갸웃하더니 다시 수식이 잔뜩 펼쳐진 공책에 다시 코를 박았다. 아오, 저 눈치 없는 놈. 권세모는 애꿎은 빨대만 질겅질겅 씹었다. 뭐라고 써있는지도 모르는 수식 하나를 가지고 한 시간 째 저러고 있다.

 천상 문과인 자신과는 달리 독고오공은 수학을 잘했다. 아니, 저걸 수학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하여간 독고오공은 저런 숫자도 영어도 아닌 걸 참 잘했다. -무 잘해서 한 번 문제를 풀기 시작하면 적어도 한 시간은 같은 자세로 미동도 안한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지만.

 도서관에서 공부하면 말을 걸 수도, 하다못해 까슬한 뒤통수를 쓰다듬을 수도 없어서 카페로 가자고 했더니, 이게 웬걸.

 

세모야. 나 이 과제 집중해서 풀어야 하거든. 좀만 집중할게.”

 

 한 게 한 시간 전이다. 10분은커녕 5분마다 부르고 싶은 입을 막으려고 커피를 쭉쭉 들이켰더니 20분 만에 아메리카노 그란데 사이즈를 다 마셔버렸다. 40분 간 씹힌 빨대는 이미 조각이 나 있었다. 진짜 독고오공눈치도 없이. 과제 제출일은 꽤 남았을 텐데 꼭 저런다. 뭐든지 미리 처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쓸데없이 성실한 성격. 나한테나 집중해보지. 권세모는 멍하니 흩어져 있던 초점을 하나로 모아 독고오공의 정수리에 꽂았다.

 

 하여간, 짜증낼 수도 없게 정수리도 귀엽고 난리?

 

 

 

 

[또봇/셈공] 너는 왜

 

 

 

 독고오공은 덥던 춥던 늘 따듯한 아메리카노를 연하게 마셨다. 따듯한 아메리카노, 연하게요. 어딜 가나 늘 주문은 저 모양이었다. 넌 단 것 안 먹냐? 하고 물어보자 별로. 하는 대답이 돌아왔기에 희한한 놈이라고 생각했던 게 작년 가을이었다. 여전히 독고오공은 따듯한 아메리카노를 연하게 마셨고 덕분에 이제는 권세모도 아메리카노를 연하게 마시게 되었다.

 

 따듯한 아메리카노 연하게 한 잔이랑요, , , 플레인 요거트 스무디 하나요.

 따듯한 아메리카노 연하게 한 잔이랑요, . 잠시만요. 카라멜 마끼아또 한 잔이요. 아이스로요.

 따듯한 아메리카노 연하게 한 잔이랑자바칩 프라푸치노 한 잔이요. 휘핑, 많이.

 

 에서,

 

 따듯한 아메리카노 연하게 두 잔이요. 로 주문이 간단명료해지는 데에는 꼬박 일 년이 걸렸다. 물론 권세모는 기분에 따라 아이스로 바뀌곤 했다. 게다가 어제가 과제 제출 마감일이었던 탓에 이틀 밤을 꼬박 샌 권세모는 잠도 깰 겸 아이스 아메리카노, 진하게, 그란데!를 외쳤다. 애인이란게 다 뭐냐. 이럴 때 예쁘신 얼굴이라도 보면서 힐링하려고 했더니 저렇게 내내 고개를 박고 있어서야. 권세모는 올라가는 눈썹 한 쪽을 막지 않았다.

 야, 나 진짜 피곤한데 너 보러 온 거라고. 나 오늘 공강인 거 알잖아. 라는 말이 턱 끝까지 차올라 권세모는 다시 빨대에 입을 댔다. , 다 마셨지. 끝이 다 갈라져버린 빨대가 담긴 컵을 옆으로 밀어두자 그제서야 독고오공이 고개를 슬쩍 들었다. 여전히 손은 빠르게 에이포 용지에 글씨를 써내려가고 있었다.

 

.”

 

 고개를 살래살래 흔든 독고오공이 다시 고개를 숙여 종이를 바라보았다. 젠장. 좀 더 상냥하게 대할 걸 그랬나. 권세모는 방금 전에 내뱉은 자신의 퉁명스러운 말투를 원망하며 휴지로 테이크아웃 컵 겉에 맺힌 물방울을 닦아냈다.

 독고오공은 예나 지금이나 참 글씨를 정갈하게 잘 썼다. 단 한 가지, 안 좋은 습관이 있다면 목이 당장이라도 부러질 것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쓴다는 것. 아마 온달이랑 책상을 같이 쓴 탓에 자신의 몸에 맞는 책상을 쓰지 않아서일 것이다. 가뜩이나 키도 큰 놈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어 권세모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독고오공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었다. 그제야 독고오공이 고개를 들고 기지개를 쭉 폈다. 목이 아픈지 고개를 뒤로 젖힌 채 미동도 않는 독고오공을 권세모는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독고오공이 끄응, 하는 소리를 내며 자세를 바로 하고 권세모를 똑바로 마주보았다. 서로 엉기는 시선. 독고오공의 눈이 선하게 휘었다.

 

권세모다.”

 

 그럼, 젠장, 권세모지 권네모냐. 순식간에 머릿속이 새하얘진 권세모의 얼굴이 빨개졌다. 뭐야? 왜 갑자기 저렇게 쳐다보고 난리야? 초점을 잃은 권세모의 눈이 다시 재빨리 독고오공의 눈동자에 모였다. 정확히 한 시간 십 분 만에 자신을 쳐다보는 독고오공이 너무 예뻐서 권세모는 약이 올랐다. 오랜만에도 보이십니다? 잔뜩 꼬인 속이 당장이라도 그렇게 말하라고 시키는 것 같았지만 독고오공의 얼굴을 보자마자 아무 생각이 안 드는 건 왜지.

 아까처럼 퉁명스럽게 대했다간 고양이처럼 숨어버릴 것 같은 독고오공 때문에 권세모는 할 말을 여전히 못 찾고 있었다. 자신 옆에 놓여 있던 아메리카노를 천천히 한 모금 마신 뒤 독고오공이 입을 열었다.

 

오늘 우리 집에 아무도 없는데.”

십분 안에 끝내.”

 

 이거 뭐야? 새빨개진 얼굴과는 달리 입은 독고오공을 재촉하는 말을 뱉고 있었다. 자신이 내뱉은 말을 곰곰이 생각하던 권세모는 이제 목까지 새빨개졌고 그 모습을 본 독고오공이 빙글빙글 웃었다. 저게 진짜 죽고 싶나.

 

, 한 시간은 더 해야 하는데.”

 

 독고오공이 시선을 종이로 옮기며 말했다. 그 모습에 권세모는 급하게 독고오공의 내려가는 턱을 붙잡았다.

 

십 분.”

 

 단호하고 진지하고 다급한 권세모의 말투와 얼굴에 결국 독고오공이 웃음을 터뜨렸다. 새빨개진 얼굴을 한 권세모를 앞에 두고 독고오공은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물음표를 잔뜩 붙이고 자신에게 쏘아대는 의문의 시선을 무시한 채 꿋꿋하게 짐을 챙긴 그가 입을 열었다.

 

다 했어, 바보야. 가자.”

 

 그 말을 듣자 이틀 밤을 샜다는 권세모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독고오공의 손을 붙잡고 빠르게 카페를 빠져 나갔다.

 

. 너네 집은 왜 학교 앞에 없어?”

 

 번화가로 빠져나가는 걸음을 걷는 도중 뜬금없이 날아든 권세모의 툴툴거림이 귀여워 독고오공은 킬킬 웃었다.

 

그러게. 택시 탈까?”

됐어. 빨리 걸어.”

 

 그렇게 D대학 인문대, 공대 대표 미남들은 손을 잡고 빠르게 대학가를 벗어났고 그 다음 날 학교 커뮤니티에는 그 둘의 사진이 올라왔다. 물론 독고오공의 집에 도착한 권세모는 침대에 눕자마자 잠들어 그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났다. 왜 안 깨웠냐는 권세모의 분노에 피곤해보여서.” 하고 생글생글 웃으며 아침을 차려주는 독고오공의 얼굴에 권세모는 한숨을 쉬었다



 다련님 생일 축하드려요! 비록 다련님처럼 여러가지 써드리진 못해서8ㅁ88ㅁ88ㅁ88ㅁ8 넘 죄송한 마음 뿐입니다8ㅁ8 정말 축하드려요,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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