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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봇/셈한] おれ、めちゃくちゃ‘はな’が好だ! 본문

레트로봇

[또봇/셈한] おれ、めちゃくちゃ‘はな’が好だ!

승 :-) 2015. 12. 21. 00:33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h5uAf

*BGM이 존재하는 글입니다. 가급적이면 PC에서 보시길 권장합니다.









, 차하나 엄청 쳐다보네.”

?”

오늘 하루 종일 하나만 쳐다봤잖아.”

  

 나를 불러 세운 주딩요가 생각지도 못한 직구를 꽂았다. 물론, 내가 하나를 쳐다본 건 맞지만, 다른 사람이 알아챌 정도였던가? 갑자기 달아오른 얼굴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그래서, 언제 말할 건데?” 주딩요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묻는다. , ? 나도 모르게 말을 더듬자 한쪽 눈썹을 들어 올리는 주딩요.

 

알면서 모른 척 하긴.”

 

 가끔 보면 매일 놀리기만 하는 것 같더니 이럴 때는 사람 마음을 너무 잘 알아채서 당황시킨다니까. 슬쩍 쳐다본 주딩요의 얼굴에는 웃음기라곤 하나도 없었다. 그렇게 말하니까 더 무섭잖아. 나는 뒷머리를 벅벅 긁었다.

 

나는 서울로 갈 거야.”

 

 이제 하나 만날 일도 없고말하는 순간 가슴 한쪽이 쿡쿡 쑤셨다. 하나를 더 이상 만날 수 없다니. 오늘까지만 해도 그렇게 눈에 담으려고 노력했는데. 가기 직전까지도 마음 한 가득 담아갈 예정인데. 서울로 올라가면 나는 더 이상, 하나를,

 

그러니까 더 말해야지.”

 

 확신에 차 있는 듯한 주딩요의 말에 나는 그저 입을 꾹 다물었다.

 

가기 전에 확실하게 말해. 하나한테.”

 

 그 단 한마디 때문에, 나는 쉬는 시간에 지나가던 하나를 붙잡았다. “이따 잠깐 대도천에서 봐.” 하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몸이 걷잡을 수 없이 떨렸다. 이제까지 그저 혼자 감춰두었던 감정을, 어릴 때부터 함께 했음에도 한 번도 말할 수 없었을 정도로 꽁꽁 숨겨두었던 감정을 고백하는 데에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나는 이제 떠난다. 나의 미래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 그 전에 하나에게 내 마음을 전해야만 했다. 주딩요의 말대로, 확실하게 말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아마 평생 후회할 것이다. 성공할 것인가 실패할 것인가로 나뉠 문제가 아니었다. 그런 수학적인 계산으로 판단할 수 없는 복잡하고 미묘한, 가슴 속에서부터 벅차오르는 감정.

 

 겨우 서로가 다른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을 어렴풋한 기억부터 열아홉이 되었을 지금까지, 나는 쭉.

 

 너를 좋아했다고.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좋아한다고.

 

 

 

 

[또봇/셈한] おれめちゃくちゃはな!*

 

 

 

 늘 진지한 얼굴이긴 했지만, 오늘따라 왠지 더 진지해 보이는 세모의 얼굴이 이따 대도천에서 보자고 말했다. 무슨 일일까? 두근거린다기보다는 어쩐지 긴장되는 마음에 남은 수업이 귀에 들어오질 않았다. 요즘 자꾸 나를 피하는 것 같기도 하고 찜찜했는데, 물어봐야겠다. 들어오지 않는 칠판의 판서를 아무 생각 없이 공책에 베꼈다. 엉망인 글씨.

 대도천, 세모와 내가 늘 놀던 곳이었다. 물장구도 치고, 물고기도 잡고, 물론 잡히진 않았지만, 같이 아무 말 없이 노을을 바라보기도 했다. 그러니까, 최소 10년 이상은 함께 했던 장소였다. 세모가 아버지에게 혼나거나, 힘든 일이 있어 집에서 없어지는 날엔 늘 대도천 징검다리에 혼자 앉아 있곤 했다. 그런 세모를 달래 집으로 데려가는 건 늘 나의 일이었기에 이번에도 역시 나는 곧장 징검다리로 향했다.

 

 아니나 다를까, 징검다리엔 세모가 서 있었다. 부서지는 석양을 온몸으로 받으며 서 있는 세모. 권세모. 내 소꿉친구.

 

 정말 잘생겼다.

 

 발걸음이 절로 멈춘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한 거지? 얼굴이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멈춘 발걸음과는 달리 생각은 멈추질 않아서, 머릿속이 온통 세모로 가득 차버렸다. 잘생겼다는 생각은 볼 때마다 했지만, 이번처럼 새로운 감정으로 다가온 건 처음이라 당황스러웠다. 눈이 부셨다. 말로 형용하기는 어렵지만, 그런 느낌이었다. 좋다라고 표현하기도, 이 세상 그 어떤 수식어로도 표현할 수 없는 감정.

 나에게 세모란, 늘 멋진 사람이었다. 상냥하고, 내 일이라면 언제든 발 벗고 도와주는 친구. 내가 가장 힘들 때 항상 옆에 있어주는 친구. 그랬는데, 이상하다. 이렇게,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사람이었던가?

 

 물이 졸졸 흘러가는 소리와 함께 심장이 쿵쿵 뛰었다.

 

 징검다리 가운데 서 있는 세모를 향해 조금씩 다가갔다. 점점 빠르게 뛰는 심장이 정말 이상했다. 오늘 따라 왜 이러지? 그러다 결국, 세모가 서 있는 바위 위에서 삐끗해 버려서,

 

어어-!”

 

 몸이 뒤로 넘어가고, 세모가 나를 향해 몸을 돌렸다. “차하나!” 하는 소리와 함께 세모의 큰 손이 내 팔을 잡았다. 이렇게 손이 컸던가. 세모가 잡아준 덕에 겨우 물에 빠질 뻔한 것을 면한 나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고마워.”

왔으면 부르지 그랬어.”

미안. 그나저나, 도와줄 때도 있네?”

“?”

,릴 때랑은 다르게.”

 

 내가 무슨 말을 한 거지. 순간 내 팔을 잡고 올려준 그 큰 손이 너무 든든해서, 나도 모르게 뱉어버린 말에 나는 입을 막으려고 양 손을 올렸다. 아니, 올리려고 했다. 그런데 세모에게 붙잡혀 있는 팔이 올라가질 않았다. 내 팔을 잡고 있는 세모의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세모야?”

 

 한참 동안이나 내 손을 붙잡고 있던 세모가 입을 열었다.

 

,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

서울.”

내가 배우고 싶었던 공부를 더 하고 싶어서.”

…….”

 

 세모가 서울로 간다. 그러니까, 대도시를 떠난다는 말인 거지, 이거? 갑자기 이상해진 기분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럼 이제 못 봐? 언제 가? 확실히 정해진 거야? 대도시에 오긴 올 거야? 머릿속이 온갖 질문들로 가득 차 있었지만 쉽게 내뱉을 수는 없었다. 입술이 서로 들러붙어 떨어지질 않았다. 지금 당장 입을 열면 눈물이 먼저 나올 것 같았다.

 

 세모와 떨어지는 건 싫다. 둥둥 떠다니던 생각이 마침내 하나로 모였을 즈음, 세모가 입을 열었다.

 

, 하나가 좋아.”

 

 여전히 떨어지지 않는 입술. 상황 파악을 하기도 전에,

 

, 하나가 정말 정말 좋아!”

 

 그러니까, 세모의 뒷말은 들리지도 않았다.

 

, 잠깐, ,

 

 첨벙! 눈을 감을 새도 없이 일렁이는 수면 위로 세모가 보였다. 신발이 젖는지도 모르고 곧바로 물속으로 들어온 세모, 옷이 젖는지도 모르고 쭈그리고 앉아 내 양 팔을 잡아 끌어 올리는 세모.

 

하나야!”

, , ,

 

 황송합니다. 멍청이 같은 말을 내뱉고 나는 벌떡 일어났다. 온 몸이 축축하다 못해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어버렸다. 세모가, 나를 좋아한다고? 내가 그렇게 멋지고 상냥하다고 생각했던 권세모가, 나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야. 얼굴에 흐르는 것이 머리에서 흘러나온 것인지 눈에서 흘러나온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나, 오면서 조금 춥다고 생각하지 않았나? 옷이 물에 젖어 불어오는 바람이 더 차게 느껴짐에도 전혀 춥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뜨거운 무언가가 둥둥거리면서 울려서,

 

그럼, , 이만, 가볼게.”

 

 그대로 달렸다. 그러지 않으면 온몸이 뜨거워 견딜 수가 없을 것 같아서, 멍하니 서 있는 세모를 뒤로 하고 그저 달렸다.

 

 뭐지?

 세모가 방금 뭐라고 했지?

 그래서 나 뭐라고 대답했지?

 

 분명 저녁이었던 것 같은데 주변이 전부 환하게 밝았다. 마치 내 주변에만 형형색색의 전구를 켜둔 것처럼, 온 세상이 온갖 색으로 반짝거렸다. 세모가, 나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 하나가 정말 정말 좋아!’

 

 그렇게 달렸음에도 숨이 차지 않았다. 오히려 발에 날개를 달고 그대로 날아갈 것만 같았다. 하늘을 걷는 기분이 이런 걸까. 이대로라면 어디든지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가슴께가 너무 간지러워 나는 옷깃을 부여잡았다. 거리에서는 내가 발걸음을 디딜 때마다 꽃이 피어올랐다.

 

 

하나가 정말 정말 좋아!’

 

 

 

 

* * *

 

 

 

 저질러 버렸다.

 

 지금 생각하면 무슨 정신으로 말했는지 모를 일이었다. 부담스러웠겠지? 짐을 챙기던 나는 머리를 벅벅 문질렀다. 그렇게 하나가 돌아가고 나서, 나는 하나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답을 바라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멀리 떠나는 마당에 하나에게 괜한 짐을 준 것 같아서 미안했다.

 

 이기적이었던 걸까.

 

, 모르겠다.”

 

 어제 인쇄해 둔 기차표를 들고, 대도역으로 향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이제는, 서울로 떠난다. 하나도, 볼 수 없겠지. 마지막으로 우리 집과 하나의 집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매일 밤 커튼 사이로 쳐다보았던 하나의 방. 그러다 눈이라도 마주치는 날이면 밤새 잠을 설쳤던, 그럴 정도로 좋아했던 차하나를 두고 이제 나는 떠난다.

 

모두들, 안녕.”

 

 그리고 차하나도. 전의 말보다는 조금 더 작게 덧붙인 뒤 나는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겼다. 미련이 뚝뚝 떨어지는 발걸음. 점점 멀어지는 우리의 집. 우리의 추억.

 

 안녕. 차하나.




*나, 하나가 정말 정말 좋아!

타마코 러브스토리의 대사를 차용했습니다. 이 에피소드 자체도 타마코 러브스토리를 모티브로 삼은 거예요!

참고 링크는 이곳 - https://youtu.be/dcvLAALi1b0 


뒷 이야기는 삐삐님이 열심히 그리고 계시니, 기대해 주세요^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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