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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봇/셈한] 밀어서 잠금해제 본문

레트로봇

[또봇/셈한] 밀어서 잠금해제

승 :-) 2016. 1. 25. 23:33

 

 

하나야. 이번 ios 업데이트 했어?”

? 아니.”

 

 ios가 뭔데. 권세모는 둘의 대화에 귀를 쫑긋 세웠다. 종종 그 둘은 자신이 모르는 대화를 나누곤 했다. 아니, 사실 둘이 만나면 늘 그랬다. 권세모는 그 사실에 조금 많이 찝찝함을 느꼈다. 그렇다고 대놓고 그게 뭐냐고 물어보기에도 자존심 상하고.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관심 없는 척 하면서 그 쪽의 대화를 최대한 새겨듣는 것뿐이었다.

 

아직 안했어? ?”

, 안정화되면 하려고 했거든.”

이번 업데이트는 저번 버전 오류 수정해서 나온 건가봐. 나는 어제 설치했는데 오늘 보니까 딱히 별 문제 없던데?”

그래? 그럼 나도 해볼까?”

괜찮더라고. 내가 해줄까?”

, 괜찮은데.”

핸드폰 가져와 봐.”

 

 그게 무슨 말인데. 권세모가 여기서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라곤 업데이트와 핸드폰 밖에 없었다. 잠시 후 차하나가 자신의 휴대폰을 가지고 돌아왔다. 독고오공은 능숙하게 자신의 보조 배터리에 차하나의 아이폰을 연결한 뒤 길다란 손가락으로 액정을 톡톡 두드렸다.

 

“8.9.1? 하나 너 도대체 언제 업데이트 한 거야?”

? 하하그게, 귀찮아서.”

지금 나온 게 9.2.1인데. 시간 좀 오래 걸리겠다.”

하하.”

 

 이건 이렇게 놔두고. 독고오공이 자신의 노트북을 열어 하나 쪽으로 돌렸다. 독고오공은 늘 전자기기에 둘러싸여 있었다. 권세모의 마음의 소리가 말하는 표현에 의하면 전부 다 사과가 그려진 그런 물품들. 최신형 아이폰, 아이패드, 그리고 맥북까지. 독고오공이 열심히 알바를 하는 이유는 단 두 가지였다. 새로 나온 전자기기들을 제일 먼저 사서 써보기 위해, 온달이에게 맛있는 걸 사주기 위해.

 

맞다, 이거. 네가 저번에 물어봤던 거. 스펙 괜찮은 것 같더라.”

아 진짜? 사도 괜찮겠지?”

. 그래픽카드도 괜찮고. 가성비 괜찮은 것 같더라고.”

다행이다! 역시 너한테 물어보길 잘한 것 같아.”

 

 권세모는 자신의 헤드폰을 만지작거렸다. 사실 독고오공에게 딱히 질투를 느낄 만한 일은 아닌 게, 독고오공은 모두에게 그랬다. 저번에는 권세모의 헤드폰이 고장 난 걸 보고 직접 고쳐주겠다고 가져갔다가, 도저히 맞는 부품이 없어서 안 되겠다며 직접 가격 대비 성능비가 제일 좋은 헤드폰을 추천해준 적이 있었다. 확실히 그 전에 선물로 받았던 헤드폰과는 음질이 달랐다.

 그래서 차하나에게 저렇게 추천해주거나, 자신이 모르는 얘기를 하는 것에 대해 정말, 정말, 저엉말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

 

 …라고 한다면 거짓말이지.


 그렇지만, 독고오공은 소위 말하는 이 시대의 얼리어답터였고, 차하나 역시 그런 쪽에 관심이 있고 꼼꼼하게 살핀 뒤 전자기기를 사는 타입이었으나 권세모, 그는 아니었다.

 

 

 

 

[또봇/셈한] 밀어서 잠금 해제

 

 

 

 

, 전원 나갔다.”

. 이거 완전 끝났어. 바꿔. 추천해줘?”

됐어. 대충 가서 사지 뭐.”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3년 전이었다. 권세모는 약 4년간 쓴, 몇 주 전부터 조금씩 맛이 가기 시작한 플립 커버 휴대폰을 억지로 써오다가, 결국 세상을 뜨신 휴대폰을 대신할 통신기기를 찾고 있었다. 독고오공은 그 당시에도 여전히 아이폰4를 쓰다 4S가 나오자 바로 갈아타 버렸고, 차하나 역시 독고오공에게 추천받은 아이폰4를 쓰고 있었다.


 권세모는 어땠느냐고?

 

핸드폰 사려고 왔는데요.”

, 그러셨어요? 찾으시는 기종은 있으세요?”

아뇨, 대충 뭐, 전화만 되면 되는데.”

! 그럼 이 제품은 어떠세요?”

그걸로 주세요.”

? , . 생각해두신 요금제는 있으세요?”

통화는 한 사람이랑만 좀 오래 하니까, 그것만 맞춰서 주시면 돼요.”

!”

  

 하고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대에 한참 구형인 갤럭시 s2를 덥석 사온 권세모는 차하나와 독고오공에게 엄청난 잔소리를 들었다. 청약철회를 하겠다고 나선 독고오공에게 권세모는 귀찮다고 손사래를 쳤고, 그 뒤로 그들은 권세모의 마이웨이에 손을 대지 않았다.

 

 

 

* * *

 

 

 

 차하나와 권세모가 이제껏 늘 같은 학교만 다니다가 처음으로 떨어져 지내기 시작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같은 대도시였지만 차하나는 공과 대학이 유명한 S대학에, 권세모는 상경계열이 유명한 D대학에 입학하게 되었기 때문에, 둘은 더 이상 하루 종일 붙어 있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새내기 배움터니, 오티니, 엠티는 얼마나 많은지. 자신은 별 상관이 없는데 차하나는 분명히 여러 똥파리들이 몰려들 것이다. 하고 D대학 경역학과 최고 인기남인 권세모가 하루하루 손톱만 물어뜯던 어느 날이었다.

 

 차하나와는 가뜩이나 연락이 잘 되지 않고 있었다. 과제니 뭐니 바쁜 것 같았다. 예전에는 연락하지 않더라도 시선만 돌리면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기껏해야 아침에 잘 잤냐는 연락과, 점심 때 밥 먹는다는 연락, 그리고 선배들이 술을 사준다고 늦게 들어간다는 연락만 오니 미칠 노릇이었다.

 물론 권세모도 나름대로 동아리 활동에 여러모로 바빴지만, 차하나 만큼은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것보다 제일 불만인 건 늘 권세모가 먼저 연락한다는 것이었다. 답장은 꼬박꼬박 잘 해주니 딱히 불만을 토로할 건덕지도 없었다. 권세모의 속은 시간이 지날수록 타닥타닥 타들어가고만 있었다.

 

세모야. 너 핸드폰 잠금이 안 걸려 있네?”

. ?”

잠금은 걸어 둬야지. 누가 보면 어떡해.”

딱히 봐도 상관없는데.”

이젠 상관있잖아. 아무나 보면 너 곤란해질 거 아냐.”

 

 오랜만에 만난 차하나는 권세모의 휴대폰을 구경하며 말했다. 뭐 딱히 산관 없긴 한데. 하자 아냐! 근데, 누가 막 와서 번호 달라고 해도 주면 안 돼? 라며 쫑알거리는 차하나를 피식 웃으며 쳐다본 권세모가 무조건 반사식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렇게 만나기만 하면 좋은데, 도대체 대학이 뭐라고 우리를 갈라놓는단 말인가.


그런 김에 잠금 패턴 설정하자!”

그러던지.”

 

 차하나는 권세모의 휴대폰을 톡톡 두드렸다.

 

갤럭시는 안 써봐서 잘 모르겠다. 이거 패턴설정 어떻게 들어가?”

몰라.”

? 한 번도 안 해봤어?”

할 일이 없으니까.”

 

 벙찐 표정으로 권세모를 바라보던 차하나는 그럴 만 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곤 겨우겨우 들어간 환경 설정에서 직접 권세모의 휴대폰에 잠금 패턴을 그려주었다.

 

, 역시 세모가 좋겠다. 그치?”

너 편한 대로 해.”

네가 쓰는 건데 내가 편한 대로 하면 어떡해! 세모야, 이것 봐. 이걸로 한다?”

그래.”

 

 차하나는 세모 모양에 조금 더 무언가가 추가된 패턴으로 화면을 설정해두었다.

 

세모야, 봐 봐. 이거야 이거. 알았지?”

알았어.”

 

 그 때, 권세모는 그 패턴을 조금 더 잘 기억해 뒀어야 했는데.

 

 권세모는 기억력이 젬병이었다. 워낙 단순한 걸 추구하기도 하고, 복잡한 건 딱 질색이었다. 권세모가 외우는 거라곤, 차하나에 관련된 것과 자신에게 필요한 것뿐이었다. 전공이라든지, 전공이라든지.

 그러니까 문제는 차하나와 헤어지고 그 다음 날의 문제였다. 분명, 분명 오후까지도 권세모는 패턴을 겨우겨우 기억해 냈었다. 그리고 차하나의 연락을 기다리며 도서관에서 과제를 하고 있던 권세모에게 온 차하나의 카톡이, 모든 것을 잊게 했다.

 

 가방 안에서 징징 울리는 휴대폰을 꺼내보니, 배너 쪽에서 무언가가 울리고 있었다. 그리고 권세모의 눈에는,

 

좋다고 하네.

어쩌지

일단 이따 연락할게

나 선배랑 과제하고 저녁까지 먹을 것 같아.

 

 였다.

 

 권세모의 입가가 꿈틀거리고 눈썹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좋다고 하네? 어째? 선배? 모든 것들이 권세모의 신경을 거스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물어보려 패턴을 풀자,

 

?”

 

 이거 왜 안 돼. 것보다 뭐였지? 무슨 패턴이었지? 세모였는데? 권세모는 온갖 종류의 세모를 휴대폰 위에 그려보았으나 되지 않았다. 아 미치겠네. 권세모의 얼굴이 새빨개졌다가 순식간에 다시 새하얘졌다. 식은땀까지 나기 시작했다. 뭔데. 무슨 일인데.

 권세모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선배가 차하나에게 저녁을 먹으며 고백하는 내용이 펼쳐지고 있었다.

 

씨발 안 돼.”

 

 권세모가 도서관에서 벌떡 일어나 짐을 챙겼다. S대학으로 갈 참이었다. 이제는 배너에 더 이상 하나의 카카오톡 내용이 뜨지 않았다. 정확히 S대학으로 가는 버스에 탔을 때, 권세모의 머릿속에서 차하나는 이미 선배의 고백을 어쩔 수 없이 받아주고 자신에게 뭐라고 이별 통보를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안 돼, 차하나, 안 돼.”

 

 이번 역은, S대학 정문입니다. 권세모는 누구보다 빠르게 내리느라 버스카드를 단말기에 찍는 것도 잊어버렸다. 대학 근처의 식당을 뒤질 요량이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열군데 정도 돌아다녀 본 식당에는 차하나의 머리털 한 올도 보이지 않았다. 씨발. 좆같네 진짜. 평소 욕지거리를 잘 하지 않던 권세모의 입에서 끊임없이 험한 말이 튀어나왔다.

 

 지지잉- 어딘가 기묘하게 울린 진동에 권세모는 그대로 휴대폰을 쳐다보았다. 길거리에 그대로 멈춰 선 채 배너에 뜬 그 자그마한 글씨를 해석하는 권세모의 모양새가 참으로 기구했다.

 

미안해, 세모야.

나 지금 통화가 어려워.

 

! 씨발 진짜! 뭔데 이거!!”

 

 이제 권세모는 도저히 정상적인 판단이 불가능했다.

 

저기요. 이거 핸드폰 잠금 어떻게 풀어요?”

?”

 

 지나가는 사람을 다소 거칠게 붙잡은 권세모가 물었다.

 

, 대리점 가 보세요.”

 

 대리점이라는 말만 들은 권세모가 그대로 학교 근처의 대리점을 찾아보았다. 몇 분 째 찾았을까, 허름한 대리점이 보였다.

 

패턴을 잊어버렸어요. 풀어주세요.”

?”

 

 당황한 대리점 직원이 차분하게 말했다.

 

, 잠금 패턴 해제는 본인 확인서가 있어야 하는데요.”

제가 본인인데요.”

. 그러니까 그게, 본인임을 증명할 수 있는 그런 서류가.”

그게 뭔데요?”

주민등록등본과 가족관계 증명서요.”

 

 권세모의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툭 끊기는 소리가 났다.

 

하하.”

 

 권세모가 어이없다는 듯 허탈한 웃음을 짓곤 그대로 휴대폰을 쥔 왼손에 힘을 주었다. 빠각하고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났고 대리점 직원은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권세모의 왼손에서 휴대폰 조각들이 떨어졌다.

 

하하, 부서졌네.”

,손님?”

 

 

  

* * *

 

 

 

야 권세모. 너는 핸드폰 안 바꾸냐?”

.”

야 그럼 잠금이라도 하고 다녀라. 요즘 개인 정보가 아무리 공공 정보라지만.”

내 앞에서 잠금의 잠자도 꺼내지 마라.”

 

 그리고 권세모는 그렇게 4년 간 갤럭시 s3를 쓰다가, 독고오공과 차하나의 꼬임에 넘어가 결국 지문인식이 가능한 아이폰 6로 갈아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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