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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후리 전력 60분/하루미하] ice cream kiss 본문

오오후리

[오오후리 전력 60분/하루미하] ice cream kiss

승 :-) 2016. 3. 19. 23:12

 


*오오후리 전력 60분, '아이스크림' 으로 참여합니다.

*BGM이 존재하는 글입니다^^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하지. 다들 연애 초기엔 꼭 가봐야 한다며 자신의 손을 꼭 붙잡고 이야기 하던 그 장소에 드디어 도착했는데, 하루나는 당최 이 넓은 공간에서 옆에 서 있는 아이와 무엇을 해야 할지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

 

 외마디 탄성에 돌아본 옆에는 미하시가 마치 처음 와 본다는 듯 신기한 눈빛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빤히 보던 하루나가 살짝 자세를 달리했다. 벌써부터 이러면 곤란한데. 미하시는 그런 하루나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살짝 붙잡은 손에 힘을 주며 살짝 앞으로 끌었다.

 기분이 좋긴 좋은가보지, 한 번도 하루나에게 먼저 무언가를 하자고 말한 적이 없었던 미하시가 저도 모르게 가요!” 하고 말했을 때 하루나는 이곳에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짐짓 질질 끌려가면서 미하시의 뒤통수를 보는 것도 꽤나 쏠쏠한 재미였다. 이제까지 한두 번 쓰다듬기만 했지, 가까이서 보는 건 처음이라 하루나는 저도 모르게 미하시의 뒤통수에 다가갔다.

 살랑거리는 엷은 머리칼이 콧등에 내려앉자 훅 끼쳐오는 아기 냄새에 하루나는 잠깐 멍하니 서 있었다. 뭐야, 같은 고등학생 아니었어? 이제 하루나는 더 이상 미하시의 앞에서 걷지 못하게 되었다.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어기적어기적 걷는 하루나의 사정도 모르고 미하시는 열심히 걸어가고 있었다.

 

큰일 났다.’

 

 걷는 모습마저 아장아장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하루나는 남은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하루미하] ice cream kiss

 

 

 

 지치지도 않는지 미하시는 하루나의 손을 이끌고 이런 저런 놀이기구를 타러 다니기에 바빴다. 생각보다 미하시는 놀이기구를 잘 탔고, 하루나는 울렁이는 속을 가라앉히는 데 바빴다. 그도 그럴 것이, 초등학교 이후로 야구만 하느라 놀이공원 같은 곳엔 가볼 일도 없었다. 자신이 놀이기구를 잘 타는지 못 타는지도 모른 채 몇 년이 지나서야 알게 된 하루나는 살짝 씁쓸해진 입에 입술을 삐죽였다.

 

,아요!”

 

 그리고 그 멜랑꼴리한 기분은 미하시가 들뜬 목소리와 표정으로 저를 돌아보며 입을 열었을 때 사르르 흩어지고 말았다. 내가? 순식간에 되물을 뻔한 입을 손으로 막으며 하루나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미하시를 쳐다보았다.


놀이공원!”

 

그 말에 하루나의 입술이 다시 부루퉁 나왔다. 놀이공원이 좋다는 거구나. 발끝이 애꿎은 땅을 틱틱 걷어찼다.

 

,선배랑 와서!”

 

 하루나가 그 말에 뻣뻣하게 굳었다. 어색해진 발걸음과 뗄 수 없는 입과는 달리 미하시는 혼자 싱글벙글, 여전히 하루나의 손을 꼭 붙잡은 채 놀이공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모든 게 새로운 놀이공원에 완전히 들뜬 하루나와 미하시가 발견한 것은 놀이공원의 상징인 인형 머리띠였다. 그 중에서도 너구리 귀가 달린 머리띠가 맘에 들었는지, 하루나는 그것을 들고 조심스럽게 미하시에게 씌워 주었다.

 

완벽하다. 이걸로 하면 안 돼?

 

 묻는 듯한 말과는 다르게 하루나는 이미 그 머리띠를 결제하고 있었다. “쓰고 갈게요.” 하는 말과 함께. 하루나는 이미 미하시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귀가 달린 머리띠는 신의 한수였다. 물론, 그 어떤 머리띠가 안 어울리겠냐만은. 하루나가 흐뭇하게 미하시를 바라보고 있던 찰나, 둘의 뱃속에서 꼬르륵, 하는 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난 터라 둘은 웃음을 터뜨렸다.

 

뭐라도 먹을까?”

!”

 

 비싸기로 유명한 놀이공원의 밥집 안에서 하루나와 미하시는 간단한 음식을 시켰다. 답답해서 밥을 먹을 때만큼은 벗을 만도 했는데, 미하시는 여전히 머리띠를 한 채 밥을 먹고 있었다. 오물오물 꼭꼭 씹어 먹는 미하시의 입술을 멍하니 보던 하루나가 크흠, 하며 다리를 꼬았다.

 만족스러운 듯 배를 통통 두드리던 미하시가 하루나를 보고 싱긋 웃었다. ‘못 일어나겠다.’ 큰일이라고 생각하며 그는 뜨거운 속을 가라앉히려 찬물만 벌컥벌컥 들이켰다.

 이윽고 음식점을 나온 하루나와 미하시의 눈에 띈 것은 소프트 아이스크림 가게였다. 마침 누군가 사고 있었던 터라 먹음직스러운 아이스크림이 콘 위에 예쁜 모양으로 얹히고 있었다. 둘은 누가 뭐랄 것도 없이 자연스레 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뭘로 먹을래?”

,닐라!”

 

바닐라랑 초코 하나요. 하루나가 지갑을 열자 미하시가 이번에는 하루나의 손을 지갑과 함께 덥석 잡았다.

 

제가!”

 

 괜찮은데. 하루나가 중얼거리자 미하시가 느릿한 손놀림으로 지폐를 꺼내 직원에게 건네주었다.

 

,무 많이, 써서.”

 

 오늘을 위해 모아둔 용돈이었다. 미하시와의 놀이공원 데이트에서 다 쓸 작정으로 왔는데 저도 돈을 내겠단다. 그 마음이 예뻐서 하루나는 미하시의 뒤통수를 살짝 쓰다듬었다.

 

.”

 

 손에 닿아있던 동그란 뒤통수가 살짝 내려오고, 미하시가 작은 탄성을 내뱉었다. 미하시의 시선 끝에는 대관람차가 있었다. 느릿하지만 확실히 그것은 돌아가고 있었다.

 

타고 싶어?”

!”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하는 미하시를 보고 하루나는 올라가는 입꼬리를 막을 길을 찾지 못했다. 분명 평소엔, TV에서 볼 땐 저런 지루한 걸 왜 타나 싶었지만 미하시가 타고 싶다니 저건 분명 재밌는 것이 틀림없을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한 자신의 모습에 웃음이 터진 하루나가 신난 발걸음을 대관람차로 향했다.

 

 대기줄이 그다지 길지 않아 둘은 바로 관람차에 오를 수 있었다. 분명 안정적이고 지루하게 돌아갔던 것 같은데 막상 오른 관람차는 생각보다 덜컹거렸고, 생각보다 더 높이 올라갔다. 미하시 역시 조금은 겁을 먹은 듯한 모습이었다. 음악도 나오지 않는 대관람차 한 칸 속에 어색한 공기가 가득 찼다. 둘 다 무서워 다리가 후들거리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쩐지 묘한 기류가 흘렀다.

 

 이제 대관람차는 정점을 향해 가고 있었다. 슬쩍 밖을 내다 본 미하시가 히익, 하는 소리를 내며 눈을 질끈 감았다.

 

이 쪽으로 올래?”

 

 조금은 떨리는 목소리로 하루나가 말했고, 그 말에 미하시가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겨우 한 발자국만 떼면 되는데 덜컹이는 관람차가 당장이라도 중심을 잃을까 두려웠는지 미하시가 차마 앞으로 가지 못하고 관람차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벌벌 떨었다. 그 비맞은 아기사슴 같은 모습에 하루나 역시 몸을 일으켜 미하시의 맞은편에 쭈그리고 앉았다. 자리가 워낙 좁았던 터라 옆에 딱 붙어 마주앉은 둘 사이에는 아무 말도 없었다. 저도 모르게 미하시의 맞은 편에 앉았지만 사실 딱히 뭘 해줄 것은 없었고 어색함은 점점 가중되었다. 그 때, 정점에서 천천히 낙하를 시작한 관람차가 하루나쪽으로 살짝 기울어졌다.

 

,!”

 

 미하시가 울 것 같은 표정으로 하루나를 쳐다보았다. 무릎이 서로의 팔에 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둘의 시선이 얽혔다. 어색한 공기 속에서 어색하게 하루나가 미하시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가까이 댔다. 또 다시 훅 끼쳐오는 아기 냄새에 하루나는 이제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이래도 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마음 한 구석에서 피어올랐지만 몸은 생각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살짝 묻은 끈적한 입술이 초코 아이스크림이 묻은 끈적한 입술에 맞닿았을 때, 하루나는 저도 모르게 달콤한 그것에 이끌려 혀를 내밀어 미하시의 입술을 살짝 핥았다.

 

달다.’

 

 첫 키스의 인상은 달콤함이었다. 서투르게 입술을 물고 핥던 하루나가 한쪽 손으로 미하시의 턱을 부드럽게 잡아 입술을 벌렸다. 그리고 얌전히 있던 미하시의 혀를 톡톡 건드렸다. 그러자 조금씩 함께 움직이는 그것에 하루나의 손이 이제는 미하시의 뒤통수로 향했다.

 

 관람차의 속도가 줄어든 지도 모른 채 새로운 세계로의 여행을 떠난 두 사람이 바로 옆에 있는 땅바닥에 황급히 입술을 떼었다. 그리고 두 사람이 바닥에서 일어나 의자에 앉았을 때에, 기적적으로 문이 열렸다.

 

즐거운 시간 되셨, 어머, 고객님!”

 

 놀이기구 안내를 도와주던 직원이 하루나와 미하시의 손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분명 예쁘게 쌓아올려져 있던 아이스크림은 이미 녹아 둘의 손에 흥건하게 흘러 내린지 오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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