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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미하] 내 애인이 재벌일리가 없어 (RT이벤트 당첨글) 본문

오오후리

[하루미하] 내 애인이 재벌일리가 없어 (RT이벤트 당첨글)

승 :-) 2015. 10. 30. 21:45

RT이벤트에 당첨되신 콘님께서 주신 소재입니다!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 이름은 하루나 모토키. 한 때는 제법 좋은 성과를 올려 잘 나가는 직위에 권력을 갖고 있었지만 지금은 조금 상황이 달라졌다. 아주 조금. 결코 내 명예에 금이 가는 정도는 아니고. 이 바닥에서는 그래도 나름 아직도 유명하고, 부하도 많고. , 그러니까 예전에는 현장에서 뛰는 게 내 전공이었다면, 지금은,

 

,토키 상, 잠깐, ,

, !”

,거 새로 사온, !”

와아. 렌한테 잘 어울릴 것 같아.”

모토,, , !”

, 내 옷이야?”

 

 잠깐 가 봐야 할 것 같다.

 

 어쨌든, 분명 두 달 전까지만 해도 나는 현장에서 발로 뛰면서 세력을 넓혀 가는데 공을 세우는 실력파 중의 실력파였는데. 저 소년은 누구냐고? 그건 조금 이따가 이야기 하도록 하자. 일단 내가 행했던 업적들을 말하는 데에도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으니까.

 

 내 일상이 이렇게 180도로 바뀐 건, 약 두 달 전이었다.

 


 

[하루미하] 내 애인이 재벌일 리가 없어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오직 달빛만이 우리를 비추는 밤이었다. H 조직이 슬슬 자신들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출동한 참이었다. 사실 이쪽 바닥이라는 것이 다 그렇다. 영역다툼이 결국은 조직싸움의 모든 것을 차지하는데, 이제까지는 그나마 작은 수준의 싸움이었다면, 이렇게 대규모의 전투는 오랜만이었다. 1년 만인가. 부러졌던 어깨뼈 쪽이 아직도 시큰거리는 것 같았다.

 검은 목 폴라티에 검은 구두라니. 스스로도 웃긴 차림이라 생각했던 것이 벌써 5년 전이었다. 그러나 이런 어둠 속에선 그 어떤 것보다 눈에 띄지 않는 색이 검은 색인 법이지. 구두 끝에 박혀있는 징이 흙을 파고들어 단단하게 자리를 잡았다.

 영화에서 보면 우두머리로 보이는 누군가가 야! 가자! 하고 일제히 달려들어 싸울 것 같지만, 실제로 대부분의 싸움은 우두머리끼리 말로 몇 번 협상을 하다 끝나는 것이 대부분이다. 보통 담부턴 잘 좀 합시다~ 애들 다 끌고 오게 일 키우지 말고. 가쇼!’ 하고 끝나기 마련이지만,

 

아 새끼들 입 터는 거 더러운 것 보소.”

요즘에 몇 대 안 터졌더니 대가리가 또 때려줍쇼 하고 쳐 기어 나와 있지?”

 

 이렇게 험악하게 분위기가 전개된 것은 간만이라 야구 방망이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내가 나설 차례가 된다. 우두머리가 눈짓을 하며 뒤로 쭉 빠지면 나 같은 선봉대가 앞으로 뛰어나가 누구 하나를 미친 듯이 짓이기기 시작하고, 누군가가 나를 막으려고 하면 우리 편의 다른 이들이 달려 나와 엄호하는 식이다.


가라.”

 

 그리고 누구보다 빠르게 튀어나가 휘두르는 야구 방망이가 퍼억 하는 둔탁한 파열음을 내고, 오랜만에 느껴지는 충격에 손바닥이 익숙하게 얼얼해질 때 와아아아! 하는 소리와 함께 현장은 그야말로 난장판이 된다. 몇몇의 욕지거리와 살이 터지고 뼈가 부러지는 소리들이 난무하는 그 현장에서 나는 한 명 한 명 타겟을 잡아 철저하게 부순다.

 보통 이겼다고 표현되는 날엔 한창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일을 하다 조용한 주변에 고개를 들면 반대편엔 일어서 있는 사람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거의 다 줄행랑을 친 상태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이겼다.’ 제 풀에 못 이겨 꺾인 야구방망이를 놓고 이제 막 누구 하나를 붙잡아 주먹을 꽂으려는데 갑자기 조용해진 주변에 고개를 들어 살펴보니 이미 현장은 소강상태였다. “.” 중얼거리며 잡고 있던 놈의 멱살을 놓고 땅에 메다꽂자 얄팍한 인영이 픽 쓰러진다. 이 새끼 뭐야? 싶은 생각에 아래를 내려다보니 이제까지 상처 하나 안 입은 소년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야 모토키. 상태 괜찮은 놈 있냐?”

이 새끼요.”

 

 때 마침 들린 중간 보스의 제안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앞에 널브러진 소년을 지목했다. “데려가서 정보라도 얻자.” 그렇게 누군가에 의해 기절한 소년이 우리와 함께 차에 탔다.

 

 상대편을 붙잡아 묶고 차에 태운 뒤 어디론가 데려가는 건 내 소관이 아니었다.

 

안에 있냐?”

.”

 

 이런 게, 내가 할 일.

 

 사방이 시멘트로 둘러싸인 벽 안은 창문도 없는 그야말로 모종의 목적이 있는 방이었다.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흔들리는 전등이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측하듯 불안하게 깜빡거렸다.

 눈앞에 쓰러져있는 소년이 깼는지 꿈틀거렸다. 아마 손이 뒤로 묶여 있던 터라 자유롭게 움직이긴 힘들 것이었다. 으윽, 앓는 소리를 내던 소년이 고개를 살짝 들어 내 얼굴을 쳐다보았다.

 

정신이 좀 드냐?”

 

 겁에 질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얼굴을 한 소년이 궁금증을 가득 담은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적대감이라던가, 공포심이라던가, 여타 부정적인 감정이 전혀 섞이지 않은 그 얼굴에 오히려 당황한 내가 다시 물었다.

 

, 여기가 어딘지는 알아?”

 

 소년이 고개를 살래살래 저었다. 그리곤 힘이 없는 듯 얼굴을 다시 땅에 처박았다. 시멘트 바닥에 볼이 눌려 웃긴 얼굴이 되었다. 웃음이 터질 뻔한 것을 겨우 참고 나는 짐짓 협박을 했다.

 

지금부터 너를 고문할 거야.”

 

 침묵.

 

뼈를 부러트리고, 눈을 터트려서 네 조직에 있는 정보를 다 알아낼 거야.”

 

 그리곤 소년의 얼굴을 구둣발로 들어 올렸다. 말랑한 볼이 구두에 눌려 더 웃긴 꼴이 되었다. 그러나 아무 표정도 담고 있지 않은 얼굴에 울컥한 나는 세게 나가야 할 필요성을 느꼈고 말했다.

 

제법 꼴리게 생겼네.”

 

그런 짓은 하지 말아야 했는데.’

 

 

 

 

* * *

 

 

 

, 모토키,, 커플,.”

?”

,무도 모,르니,

그런 거 안해도 다 알아.”

!토키, ! 그 때, !”

 

난 그 사실을 몰랐어.’

 

, 그 때는 그러려고 그런 게 아니고. 너도 알잖아

…….”

이걸로 주세요.”

 

 늘 이런 식이었다. 사실 그 때의 그 소년은 그 조직의 일원이 아니라 그 쪽에서도 인질로 잡혀 있는 상황이었는데 어쩌다보니 현장에 말려들었고, 그런 것도 모르고 얼씨구나 업고 온 내가 그 책임을 다 떠안아야만 했다. 처음에는 이런 비리비리하고 약골인 놈을 뭣하러 데리고 있어야 하나, 그냥 자기네 집에 던져 줘 버리면 끝나는 일 아닌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경제계 큰 손의 아들내미였고, 무엇보다,

 

,토키 상, 무슨, ?”

, 별 건 아니고. 이번에 별관을 증축해야 하는데 계약한 회사가 자꾸 귀찮게 굴어서.”

, ,, 우리, ,은 아버지, .”

……?”

 

 같은 상황이 정확히 여섯 번째 발생했을 때, 우리는 이 소년을 우리의 편으로 끌어들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이 소년 자체도 그다지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하는 말로는 매일 놀기만 하는 생활보다는 자기가 무언가 도움을 주는 이 생활이 훨씬 재밌다고 했고, 자신에게 위해만 가하지 않는다면 부모님도 적극 지원하시겠다고 했으며,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마음에 들기 때문에 자신도 더욱 이 조직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다고.

 

?

 

??

 

???

 

??”

그렇다는데요.”


 그야말로 펄쩍 뛸 노릇이었다. 아니 무슨 사내새끼가 같은 남자를 좋아해! 미쳤냐? 라고 말한 지 정확히 2개월 만에,

 

사귀게 되었습니다.”

 

그럴 줄 알았다. 지 앞일도 못 내다보는 멍청한 새끼.”

야 미춌냐? 새내새꿰개 냄쟤뤨 줴에헤~? 웃기고 있네! 지가 한 말도 기억 못하지, 븅신.”

죽인다, 진짜.”

 

 나는 하루나 모토키가 새로 들어온 재벌 집 아들내미에게 코가 꿰어 산다는 소문이 무성하게 된 채로 조직 생활을 이어가게 되었다. 그 문제의 소년-미하시 렌-은 내가 현장에서 위험한 일을 하는 것이 싫다며 가급적 사무직을 맡길 바랬다. 그래서 결국 나는 조직이 운영하고 있는 외부 기업의 간부로 들어가게 되었고, 더 이상 현장 일을 맡지 않게 되었다. , 몸으로 뛸 일이 없게 되었다는 뜻이다.

 덕분에 월급이라는 것도 생겼고, 제법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까지 돈이 필요할 일도 없었을 뿐더러 월급이라기 보단 보스가 주는 용돈이라는 개념에 더 흡사했던 내 경제관념은, 통장에 찍힌 몇 백 만원대의 금액을 보고 뿌리 채 흔들리기 시작했다.

 

 결국 미하시와 함께 커플티를 사러 간 날이었다. 늘 장례식에라도 다니듯 거무죽죽한 옷들만 입고 다니던 나에게 곰, 그러니까, 곰 캐릭터가 그려진 -지극히 미하시의 취향인- 티셔츠는 제법 생소한 것이었다. 그러나 더욱 자존심 상하는 일은,

 

, 때요?”

귀여워. 미하시, 너무 귀여워.”

,!”

 

 그걸 입은 미하시가 너무 귀여웠다는 거다.

 

이걸로 주세요.”

, , 계산!”

아냐, 이건 내 선물.”

 

 흐음, 미하시가 고개를 갸웃거렸고 나는 마침 월급이 들어와 두둑한 지갑을 꺼내 들었다.

 

“38만원입니다.”

. ?”

 

 아니, 무슨 천 쪼가리 하나가 38만원? 예전엔 한 달에 겨우 쓸까말까 했던 금액을, 월급이 들어왔다고 한 번에 이렇게 써도 되는 건가? 아니, 원래 옷들은 이렇게 비싼 건가? 내가 똑같은 옷만 입어서 세상 물정을 모르는 건가? 오만 생각이 다 드는 와중에 미하시가 카드를 꺼내 들었다.

 

,, 제가

여기 카드도 되죠?”

 

 호기롭게 카드를 꺼내든 나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서명을 했다. 그래, 어차피 돈이라고 해봤자 쓸 곳도 없고, 괜찮을 거야. 스스로를 다독였다. 앞으로 밥은 하루에 두 끼 씩만 먹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밥은, 제가.”

 

 이 말엔 도저히 내가 사겠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못 이기는 척 고개를 끄덕이자 미하시의 눈이 반짝였다. 저 반짝이는 눈에 코가 꿰인것도 어언 두 달이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 표정은 봐도봐도 질리지가 않는다는 점이었다. 이거 너무 위험한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미하시는 마치 어둠 속에 있던 나를 이끌어내는 빛과도 같았다.

 

, 여기, 모토키 상이랑, 오고, 싶었어,!”

 

 주먹을 꼭 쥔 채 앉아있는 미하시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나는 그저 흐뭇하게 바라보고만 있었다. 촛불이 은은하게 빛나고, 그 빛이 일렁일 때마다 미하시의 얼굴도 일렁였다. 그러다 문득, 주위가 너무 조용해 둘러보니 사람들이 너무 없었다. 여기 맛없는 곳 아닌가? 음식점은 자고로 사람이 바글바글해야 맛있다는 건데.

 

근데 여기 사람이 없네. 이 큰 레스토랑에 우리 밖에 없어.”

, ,, 빌려,! 오늘, 손님, 우리 밖에 없!어요.”

 

 그런 거구나. 빌린 거구나. 아까 어디론가 전화를 걸더니 그게, 여길 통째로 예약한 거였구나. 순간 핑 도는 머리에 이마를 짚었다.

 

 메뉴판이 없다고 했더니 이 곳은 원래 코스 A, B, C로 나뉘어 있는데 오늘 들어온 재료 중 가장 좋은 것들만 엄선해서 요리한 스페셜 코스를 달라고 했단다. 이거 38만원보다 더 비싸게 나오는 거 아닌가? 싶은 생각에 머릿속이 순식간에 복잡해졌다. 38만원보다 더 비싸게 나오면 그 돈은 나중에 미하시 주머니에라도 넣어줘야겠다는 생각에 오매불망 계산할 타이밍만 기다리고 있는데,

 

오랜만에 오셨네요. 식사는 맛있게 하셨어요?”

!”

다행이에요. 계산 도와드리겠습니다.”

 

 갑자기 나타난 종업원이 카드를 가져가서 계산하는 바람에 얼마인지 듣지 못하고 말았다. 그리고, 카드와 함께 가져온 영수증을 슬쩍 본 나는 입을 다물었다. 미하시 앞에선 함부로 내가 살게.’ 라는 말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 * *

 

 

 

, 이젠 아주 당당하게 그 징그러운 걸 입고 잘도 돌아다니시네.”

꺼져라.”

 

 사원들의 놀림에도 꿋꿋하게 커플티를 입고 돌아다니면서도,

 

“480만원입니다.”

?”

,시불,!”

일시불로 결제해드리겠습니다.”

 

 말도 안 되는 액수에 매일매일 기함하면서도 나는 마치 갓 걸음마를 뗀 아이처럼 세상을 배워가고 있었다. 이제까지 제대로 된 일상을 겪어보지 않은 나에게 모든 걸 다 가졌지만 누군가에게 정을 붙일 곳이 없었던 미하시는 새로운 문을 열어준 것만 같았다. 그리고 이제 나는 그 손을 붙잡고 어둡던 과거와는 다른 빛이 가득한 세상으로 한 걸음을 더 내딛으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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