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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이즈] Cynical Romance 본문

오오후리

[하마이즈] Cynical Romance

승 :-) 2016. 3. 7. 19:54

 

.”

?”

넌 혼자 살면 안 외로워?”

, 딱히.”

 

 애초에 잠만 자고, 가끔,

 

네가 와주니까?”

 

 환하게 웃는 얼굴을 보곤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버렸다. 하여간 뻔뻔하게 낯간지러운 말 잘하는 데엔 아주 선수다. 무릎을 모으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혼자 사는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깔끔하고 정돈된 방. 비록 들어와서 잠만 잔다지만 그래도 어쨌든 누군가의 손길이 닿은 건 틀림이 없었다.

 다른 이라면 분명 여자라도 있는 거 아니야? 하고 슬쩍 의심이라도 해보았겠다마는, 이 사람이라서. 하마다 요시로여서 그렇게 문득문득 치고 올라오는 의심을 가볍게 흩어버릴 수 있었다.

 

. 넌 내가 이렇게 틱틱대는 말투로 말해도 기분 안 나빠?”

언제 틱틱댔는데?”

 

 참나, 정말. 능구렁이라 해도 믿을 수 있을 만한 멘트다. “먹어.” 어느 새 완성된 그럴듯한 요리가 상 앞에 놓였다. 모처럼의 쉬는 주말이었을 텐데, 내가 방해한 건 아닌가 싶어 잠시 머뭇거리는 동안 또, 귀신같이 알아채고 입을 여는 하마다 요시로.

 

와줘서 고마워.”

 

 나야말로. 크게 한 입을 떠 입에 넣었다.

 

뜨거울 텐데.”

“!!”

 

 

 

 

[하마이즈] Cynical Romance

 

 

 

 

 집이 좀 엄했다. 그러니까, 어렸을 때부터 예절 교육이 남달랐다고 할까. 그것도 그렇고, 남자 형제만 둘인 집안이다 보니 어릴 때부터 다치는 일이 잦았다. 형이랑 싸우기도 하고, 뽈뽈거리며 돌아다니다 무릎이 깨져오기도 하고. 그렇게 하루하루 몇 번씩 다치면서 나는 웬만한 통증에는 별 신경을 쓰지 않게 되었다.

 중학교 때도 역시 야구를 했다. 배트를 휘둘러 공을 때리고, 베이스를 밟는 그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뿌듯했다. 형과 함께 취미 삼아 했던 여러 운동 중 야구가 제일 잘 맞았고 그래서 야구부에 들어왔다. 별 생각은 없었다. 적어도 중학교 1학년 때까진.

 

저 사람은 누구야?”

 

 야구부에 처음 들어왔을 때, 웬 남자가 그라운드 주변을 서성이고 있었다. 딱히 그 사람을 보려고 본 건 아니었고. 머리색이 워낙 밝아야지. 중학생인데도 남들보단 훨씬 밝은 머리색에 나도 모르게 시선이 고정됐다.

 

, 하마다 선배.”

하마다 선배?”

 

 그러니까, 그 사람에 대한 첫 인상은 약간의 측은함이라고 할까. 팔꿈치도 제대로 안돌아간다니. 야구에 대한 미련이 남아 저렇게 그라운드를 서성인다니. 여느 야구부원들이 처음에 그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랬듯 나 역시 그렇다면 그를 위해 내가 더 열심히!’ 라는 말도 안 되는 다짐을 하곤 했다.

 

 그리고 그의 실체-라고 표현하기엔 그를 수식하는 데 너무 거창하다-를 알았을 때, , 그러니까 아마 그 때부터 그에 대한 생각이 좀 달라졌던 것 같다. 측은함 백 퍼센트에서, 싱거운 사람 정도로? 실제로 직접 자주 보지는 못했지만 무슨 일이든 허허 웃어넘기는 그를 보며 쯧쯧하고 혀를 찼다.

 그리고 중학교 2학년, 그라운드에서였다. 훈련이 끝났지만 나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배팅 연습을 조금 더 하기 위해서였다. 동기들이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며 나는 다시 체육창고로 돌아갔다. 배트를 들어 올리려는데,

 

아얏!”

 

 아마도 날카로운 무언가가 바스켓 안에 있었던 모양이었다. 손가락이 얼얼하게 아려오는 것도 모른 채 나는 남은 손으로 배트들을 꺼냈다. 낡은 바스켓이 부서져 끝이 뾰족하게 솟아 있었다. 그대로 놔두면 다른 애들도 다칠 텐데. 테이프로라도 감아야겠단 생각에 일어나려는 순간,

 

!”

 

 난데없는 큰 소리에 나는 도로 주저앉을 뻔 했다. 고개를 돌리니 아, 그 싱거운 사람이다. 여전히 밝은 머리를 한 그가 체육창고 앞에 서 있었다.

 

, 안녕하세요.”

안녕이고 자시고, 너 지금 피 나잖아!”

 

 어? 그제야 본 오른쪽 손가락에선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이미 바닥에도 한참 흘렀는지 꽤 넓은 범위에 피가 묻어 있었다. 아무리 고통에 무디다 해도 겨우 열다섯이었다. 생각보다 많은 피에 나는 겁을 먹었다.

 

기다려 봐.”

 

 허겁지겁 나간 그의 뒷모습과 피가 철철 흐르는 내 손가락을 번갈아 쳐다보면서, 도대체 이 상황을 어떻게 타파해야 할지 잠시 고민하려던 찰나, 숨을 몰아쉬며 그가 다시 체육 창고로 돌아왔다. 얼마나 빠르게 달려갔다 왔는지 긴 머리가 엉망이었다. 손에 든 건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다.

 

어둡네. 일단 좀 나와 볼래?”

 

 그가 별 것도 아닌 일인데 나를 부축했다. 엄살은. 하면서도 생전 처음 겪어보는 상황에 내 옆에 누군가 있다는 것이 안심되는 열다섯의 알량함이 운동장 위로 어른거렸다. 체육창고를 나오자마자 그는 나를 바닥에 앉혔다. 그가 들고 있는 건 몇 가지의 의료 도구였다. 뭐 그래봤자 소독약과 연고, 거즈와 테이프가 전부였지만. 잠깐. 이 사람 뭐, 구급상자라도 들고 다니나? 그가 한아름 안고 돌아온 물건들을 보면서 나는 생각의 노선을 급하게 바꾸었다.

 

어쩌다 다쳤어?”

저 안에 배트 담는 바스켓이 부서져 있더라고요.”

그랬구나. 많이 아팠겠다.”

, 딱히.”

 

 혹시 파상풍에 걸릴 지도 모르니까 꼭 병원에 가 봐. 그는 진심으로 그렇게 말했다. 파상풍. 듣도 보도 못한 단어에 열다섯의 중학생은 겁을 집어먹었다. 내 손가락을 꼭 잡고 지혈을 한 뒤, 소독약을 정성스레 발라주고 연고를 바르는 그의 손길에, 그리고 거즈로 손가락을 꽁꽁 동여매고 테이프를 붙이는 그 과정에서 가슴이 쿵쾅거렸던 건 과연 파상풍이 무서워서였을까.

 

 아. 그 다음 날 손에 붕대를 두른 채 제일 먼저 체육창고로 들어가 바스켓을 살핀 나는 나지막하게 내뱉었다. 뾰족했던 조각이 사라지고 테이프가 덧대어져 있었다. 그걸 아는 이는 나와 그 뿐이었다.

 

 

 

 

* * *

 

 

 

그 때, 그 바스켓 말야.”

무슨 바스켓?”

아 왜, 나 다쳤던.”

아아.”

그거 네가 고쳐둔 거지?”

.”

 

 근데 갑자기 그건 왜? 옛날 일을 다 말하네. 중얼거리는 그의 말을 뒤로한 채 나는 턱을 괴고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러자,

 

? 못했나? 혹시? 하하.”

멍청이.”

 

 그 표정 멍청해 보여. 뱉어놓고도 아. 싶었다. 하여간 저 인간 앞에선 농담의 수위가 제멋대로 선을 넘는다. 남들 앞에선 누구보다 함부로 말하지 말자고 다짐하면서도, 이 사람 앞에선 어쩐지 입이 못된 말을 뱉었다.

 

그럼 네 앞에서만 하면 되겠다. 그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결같은 이 사람에게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내 앞에서만 하든가.”

 

 밥그릇을 들어 젓가락으로 밥알들을 입에 우겨넣으며 애써 새빨개진 얼굴을 가렸다.

 

얼굴 새빨개졌다. 코우스케.”

밥이나 먹어.”

얼굴 빨개진 것도 귀여워.”

진짜 죽는다.”


 뜨거운 밥이 꿀꺽, 목을 타고 넘어갔다. 순식간에 가슴께가 후끈해졌다. 흐뭇하게 웃고 있는 그를 보며 입을 삐죽인 뒤 다시 한 술 밥을 떠 올렸다.


"누가 했는지 몰라도, 맛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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