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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이즈] 3cm 본문

오오후리

[하마이즈] 3cm

승 :-) 2016. 4. 9. 23:11


*오오후리 전력 60분, 두근두근으로 참여합니다.

*BGM이 존재하는 글입니다. 가급적 PC에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침부터 입술이 부루퉁 나온 것이 까딱 잘못했다간 일갈이 날아올 참이라, 하마다는 왜 그러냐고 묻고 싶은 입을 간신히 다물었다. 평소의 이즈미는 침착하고, 감정 기복이 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가끔, 아아주 가끔. 이렇게 고운 미간을 잔뜩 찡그린 채로 있을 때가 있는데, 그게 참, 뭐라고 해야 할지.

 

귀엽다.’

 

 물론 이런 말 하면 화내겠지만. 위에서 내려다 봤을 때, 찡그려진 미간과 함께 툭 튀어나온 입술이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었다. 평소보단 배로 나온 입술이 대체 왜 그렇게 나오셨을까. 하마다는 당장이라도 검지로 그 불만을 잔뜩 담고 있는 입술을 톡 건드리고 싶어 안달이 나 있었다. 동시에 왜 그렇게 화가 났는지도 궁금했다. 말을 해 줘야 알지. 도저히 못 참겠다. 입을 쩍 벌린 순간,

 

넌 왜 키가 183cm?”

 

 

 

 

[하마이즈] 3cm

 

 

 

 

그러게.”

 

 일단은 받아준다. 끝끝내 열리지 않을 것 같았던 저 철벽같은 입술에서 튀어나온 말이란 하마다의 키에 대한 불만이었다. 경기 내용이라든지, 뭐 그런 불만 아니었어? 정말 의외의 곳을, 그것도 자신과 관련된 부분을 쿡 찔리자 하마다는 자동적으로 긍정의 대답을 툭 내뱉었다.

 

그러게가 아니고.”

그러게.”

너 진짜.”

 

 아주 혼자 키는 다 컸지. 중얼거리며 툴툴대는 입술이 순식간에 더 튀어나왔다.

 

 하마다가 좋아하는 이즈미의 신체 부위가 있는데, 먼저 마치 하나하나 입 맞춰 주고 싶은, 볼에 박힌 사랑스러운 주근깨와, 잘 관리되어 언제나 윤기가 흐르는 입술이었다. 그러니까, 베어 물면 과즙이 툭 하고 터져 나올 것 같다고 할까. 꼭 한 번 해보고 싶었는데 그랬다간 카운터펀치를 맞을 것 같아서 도저히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손만 잡는 게 고작이었다.

 

근데 키는 왜?”

 

 연애에 있어 하마다는 제법 눈치가 없었다. 미하시라면 아마 구분할로 나눠서 직구를 던졌을 텐데. 이즈미는 그러기엔 이상하게도 자존심이 상했다. 그걸 꼭 말을 해야 알겠어? 다른 사람들에게라면 분명 그의 기분을 배려하는 선에서 거침없이 직구를 던질 성격의 이즈미였겠지만, 연애 앞에서 사람은 늘 의외의 모습을 보이는 법이었다.

 

“12cm 몰라, 12cm?"

“12cm?"

키 차이 말이야. 키 차이.”

?”

됐다. 무슨 말을 하냐.”

 

 이즈미가 하려던 말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가 하마다의 반응에 쑥 아래로 꺼져 버렸다. 답답함에 눈물까지 나올 것 같은 이즈미의 입술이 부어올랐다. 이제 안절부절 못하기 시작한 쪽은 하마다였다. 눈가와 입술이 발개진 이즈미를 보고 하마다는 본인이 어떤 말실수를 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12cm가 대체 무슨 뜻일까. 어떤 의미의 키 차이일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뒷머리를 벅벅 긁은 하마다는 여전히 이즈미의 눈치만 보았다. 이즈미 몰래 12cm를 인터넷에 쳐본 하마다는 온갖 단위로 변환된 숫자들을 보고 휴대폰을 주머니에 다시 집어넣었다. 더 이상 이즈미의 입술은 열릴 것 같지 않았다. 무슨 수라도 내야 했다.

 

 어떻게?

 

 열심히 머리를 굴리던 하마다는 자신의 눈치 없음을 십분 활용하기로 했다.

 

저기, 그 키 차이 말이야.”

 

 묵묵부답.

 

혹시 그런 거 아닐까?”

 

 일단 던져 놓은 하마다가 이즈미의 반응을 살폈다. ? 의외로 이즈미가 고개를 번쩍 들어 하마다를 쳐다본다. 그러나 그 뒤의 말은 생각하지 않았던 하마다의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온 세상이 새하얗게 물든 와중에, 뱅글뱅글 도는 눈앞에 딱 하나 고정되어 있는 건 이즈미의 입술. 가뜩이나 부어오른 데다 발갛게 물들어 있기까지 해서 툭 치면 딸기를 베어 물었을 때의 새큼함이 입안에 퍼질 것 같은, 그런 입술.

 

 아, 키스해보고 싶다.

 

…ㅅ

 

 내가 무슨 말을. 하마다는 거기까지 말하고 자신의 입을 텁 막았다. 입술 밖에 안 보이는 데 뭘 어떡하라고! 하마다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러나 자신 앞에 서 있는, 자기보다 머리 하나는 작은 소년의 얼굴 역시 입술보다 빨갛게 달아오른 걸 발견 했을 때, 이제 하마다는 더 이상 얼굴에만 피가 쏠리지 않게 되었다.

 

, , , 뭐야.”

 

 진짜, 진짜 그거야? 뭔지도 모른 채 어쨌든 키스라는 것이 불만의 핵심일 것이라는 결론에 하마다의 말이 똑바로 나오지 못하고 입 안에서 자꾸 버퍼링이 걸렸다.

 

그래.”

 

 그리고 한 박자 느리게 튀어나온 긍정의 메시지에 하마다는 뒤로 크게 한 발짝 물러섰다.

 

 키스! 차마 입 밖으로 내지도 못할 그 단어를 목구멍께에서만 꿀꺽꿀꺽 삼키던 하마다를 본 이즈미의 복잡한 머릿속이 드디어,

 

그래, 멍청아! 키스하기 좋은 키 차이가 12cm라고!”

 

 펑!

 

 그리고 둘의 얼굴도,

 

 펑!

 

 길거리에 적당히 멀찌감치 떨어져서 걷던, 진달래보다도 얼굴이 더 새빨간 두 남자 사이엔 말이 없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하마다가 다시 한 번 이즈미의 눈치를 살피곤 이빨에 걸려 나가지 않으려는 말을 혓바닥으로 간신히 밀어 뱉었다.

 

근데 그, 하하. 그게, ?”

 

 뭐가 문젠데? 그 말에 이즈미가 고개를 그 누구보다 빠르게 돌렸다. 히익. 숨을 흡 하고 들이마신 하마다가 입을 꾹 다물었다. 이즈미는 이제 거의 포기한 듯 싶었다.

 

우리 키 차이는 15cm라고. 알고 있냐? 멍청이.”

 

 이제는 몸까지 홱 돌려 총총 먼저 걸어가 버리는 이즈미의 뒷모습에 하마다는 우뚝 서 있었다. 분명 저 등을 붙잡아야 하는데 말이지. 어쩐지 푸스스 풍선 바람 빠지듯 웃음을 흩트린 하마다가 이즈미를 불렀다.

 

-우스케!”

 

 그 말에 이즈미가 걸음을 더 빨리 했다. 큰 키로, 긴 다리로 빠르게 이즈미를 따라잡은 하마다가 이즈미의 어깨를 붙잡았다. 이제까지 고작 그 3cm 차이 때문에 이렇게 화가 나 있으셨단 말이지. 그것 때문에 튀어나온 네 입술이 3cm는 됐겠다.

 그러니까 키스하기 좋은 입맞춤에 대해 생각해 봤단 말이지? 올라가는 입꼬리를 숨기지 못한 채 다가가자 이즈미가 질색하는 표정으로 뒷걸음질 쳤다.

 

 어느 새 골목까지 이즈미를 밀어붙인 하마다가 이즈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3cm쯤은 말이야.”

 

 이렇게 하면…  하마다가 살짝 무릎을 굽혔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3cm.

 

 그리고 점점 맞닿는 얼굴, 가까워지는 입술. 마침내 과즙으로 가득할 것만 같은 입술에 도달했을 때, 하마다의 머릿속에서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첫 키스, 정말 종이 울리는구나. 놀라서 뗀 얼굴 앞에는 더 놀란 표정의 이즈미가 서 있었다.


.”

 

 좋은지 모르겠는데. 말과는 달리 새빨개진 얼굴의 이즈미가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말했다.

 

러니까 한 번 더 해보든지.”

 

 하마다가 기다렸다는 듯 씨익 웃으며 무릎을 다시 굽혔다. 골목에서의 시간이 그대로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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