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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후리 전력 60분/하루미하] - 그 남자의 사정 본문

오오후리

[오오후리 전력 60분/하루미하] - 그 남자의 사정

승 :-) 2016. 9. 17. 23:07

[오오후리 전력 60분에 '아무 이유 없이'로 참여한 글입니다!]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6hYrN



 야, 너 왜, 스파이 영화 보면 그런 거 있지.

 뭐.

 스파이 하러 갔다가 그 대상이랑 사랑에 빠지는 거 있잖아.

 어. , 그래.

 내가 지금 그런 상태인 것 같다.

 

 




[하루미하] - 그 남자의 사정




 

 

 

 오랜만에 찾아온 금 같은 휴일이었다. 그 동안 중간고사에, 과제에 지쳐있던 나에게 이번 휴일은 사막 한 가운데에 있는 오아시스와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받으면 안 되는 거였다. 침대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미친 듯이 울리고 있는 전화벨을, 나는 무시해야 하는 거였다.

 

여보세요.”

 

 바보 같은 나는 누워있던 침대에서 일어나 휴대폰이 있는 곳까지 기어갔더랬다.

 

하루나 모토키

 

웬 일?”

. 형한테 심각한 일이 생겼다.”

무슨 일인데?”

 

 분명 손가락에 모기를 물렸다든가, 자일리톨이 다 떨어졌다든가 하는 시덥잖은 토픽의 이야기겠지만, 나는 잠자코 들어주기로 했다. “내일 나와.” 그 단어가 나오기 전까지는.

 

 그래서 커피숍에 앉아 있을 때까지만 해도, 녀석이 심각한 얼굴로 들어와 아무 말 없이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홀짝일 때에도, 나는 정말 무슨 일이 생겼나 싶었다. 잔뜩 얼굴을 구기고 세상에서 가장 불운한 얼굴을 하고 있는 사내에게 어느 누가 무슨 일이냐고 쉽게 물을 수 있겠는가. 나는 왔냐는 물음만 한 뒤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친구야.”

 

 그가 음습하게 말을 꺼냈다. 집안이 망했나? 돈을 빌려달라고 하면 어쩌지? 내 통장에 얼마 있더라? 순식간에 머릿속에 수많은 부정적인 생각들이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가관이었다.

 

 

 

* * *

 

 

 

그래서 뭐. 지금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 뭐 그런 거지.”

 

 살짝 얼굴을 붉히며 말하는 놈을 보고 나는 어쩌라고…라는 말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이제까지 그는 불운하게도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과 한 번도 이어진 적이 없었기에 나는 가볍게 물었다..

 

애인 없대?”

 

  그러자 그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당연.” 확신에 가득 찬 얼굴에 나는 어떻게 아냐고 반문했다.

 

그 성격에 애인이 있을 리가 없지!”

 

 나는 당장이라도 커피숍을 뛰쳐나가고 싶어졌다. 대체 이 바보 같은 대화를 언제까지 지속해야 하는지 궁금했다. 그럼 네가 하면 되겠네. 그 애인. 시큰둥하게 말하는 나의 표정을 읽었는지 그가 한층 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나도 그러고 싶은데, 우리 상황이 그럴 수가 없다니까.”

?”

 

  완전 로미오와 줄리엣이 따로 없다고. 라며 그는 입을 열었다. 한 시간 동안 이어진 그의 설명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았다. 저번 대회 추첨 때 자기 후배 녀석 팀에 있는 투수를 화장실에서 처음 만났더랬다. 비리비리하게 생겨서는 맥아리가 하나도 없길래 당연히 이겼다고 생각했는데, 우승 후보라는 토세이를 꺾고 1학년만 있는 팀 치고는 제법 훌륭한 경기를 이끌어냈다는 것이었다.

여기까지 듣고 문득 드는 생각이 입을 비집고 튀어나갔다.

 

그럼 남자라는 거야?”

문제라도?”

 

 없지, 그런 거. 험악하게 반문하는 그의 얼굴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경청의 뜻을 내비추었다.

거기까지만 해도 그냥 그 투수가 자기가 생각했던 비쩍 곯은이미지와는 조금 달라 의외라는 생각뿐이었던 그가 자신의 마음을 알게 된 건 그와의 공식전이라고 했다. 거기서 하루나는 자신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투수인 그의 투구에 매료되었다고 했다.

 

그냥 너랑 다른 게 신기해서 그런 거 아니야?”

내가 말 끝났다고 했었나?”

 

 하여간 성질머리도 더럽게 고약하다. 나는 또다시 입을 다물었다. 그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비록 시합에서 졌지만 그는 이상하게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고 했다. 심지어 그 투수가 찾아와 수고하셨다고 인사를 했을 땐 가슴까지 두근거렸다고 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자신에게 독이 될 줄도 모르고 조언을 해줬다고.

 

그럼 고백해.”

. 이제까지 뭘 들었냐? 나랑!”

 

 다른 팀 투수라니까그가 높였던 목소리를 갑자기 확 줄이며 말했다. 다른 팀 투수랑 어떻게 사귀냐? 미하시, 아니 그 친구가 걔네한테 괴롭힘 당하면 어떡해. 나랑 사귄다고. 가뜩이나 말라가지고툭 치면 부러질 것 같은데. 거기까지 들었을 때 나는 또 다시 너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은데.’ 라고 말하려는 걸 겨우 참았다.

 그 뒤로도 그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계속되었다. 그가 찾아와 근육을 만지게 해달라고 했다느니, 만지게 해주니 자신의 근육에 놀랐다느니, 자기 후배를 시켜 자신이 했던 조언에 대해 물어보기에, 직접 전화하라고 했으니 이제 곧 전화가 오겠다느니. 그는 헛되어 보이는 희망에 잔뜩 부풀어 있었으나 나는 잠자코 있었다.

 

 그의 이야기가 대충 끝나고, 드디어 발언의 기회가 주어진 나는 가장 중요한 걸 물어보았다.

 

그래서, 그 사람 어디가 그렇게 좋아?”

어디?”

, 좋은 구석이 있어야 당신 어디가 좋아요. 하고 고백할 거 아냐.”

그런 거 없어.”

 

 아무 이유 없이 좋아. 운명 아닐까? 마치 태어나서 사탕의 맛을 처음 안 소년의 표정을 하고 그는 말했다. 떡 벌어진 나의 입을 다시 다물기엔 실로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밥은 네가 사라.”

, 나 니시우라 가봐야 해.”


 먼저 일어난다. 땡큐! 그가 찬바람을 내며 잽싸게 커피숍을 빠져나갔다. 황금 같은 연휴의 시작이 허무하게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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