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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지미하] 화이트 크리스마스 본문

오오후리

[타지미하] 화이트 크리스마스

승 :-) 2014. 12. 24. 21:04

*크리스마스 합작에 참여했던 글입니다.

 

[타지미하] 화이트 크리스마스

 

 

 

사진첩을 꺼냈다. 이제는 한 켠에 먼지가 소복하게 쌓인 사진첩. 나는 그 사진첩의 먼지를 손으로 슥슥 문질러 닦았다. 손이 닿는 대로 날아오르는 먼지들에 입으로 바람을 후 불며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리고 펼친 사진첩엔, 7년 전의 내가 있었다. 우리가 있었다. 삼각대에 올려두고 찍은 사진이라 타이밍을 제대로 맞추지 못해 뛰어오다 찍힌 사진도 있었고, 다시 한 번 제대로 찍은 사진도 있었다. 포근해. 사진을 보자 7년 전의 그 날로 돌아간 것 같았다.

 

 

* * *

 

 

그 날은 눈이 내렸다. 티비에서는 "3년 만의 화이트 크리스마스입니다!" 라며 떠들었다. 3학년 9반의 아이들은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크리스마스에 눈이 오는 게 무슨 대수야? 학교 오는데 힘들기만 할 뿐이지. 다들 한 마디씩 투덜댔다. 단 두 명만 빼고.

 

"미하시!! 눈 온다!! 밖으로 나가자!"

 

",! ,지마 군!"

 

두 명의 아이들은 신나게 뛰어나갔다. 뛰어나간 아이들이 남긴 온기를 쳐다보며 다른 아이들은 말했다. 쟤네는 어째 열아홉 살이 됐는데도 저렇게 철이 없냐. 그러나 이내 다들 창밖을 바라보았다. 눈이 내리는 창밖에 나가서 뛰어노는 미하시와 타지마가 보였다. 하얀색 위에 발자국들이 어지러졌다. 둘은 서로에게 눈을 뿌리기도, 서로를 눈에 파묻기도 하며 신나게 뛰어놀았다. 그 모습이 마치 눈을 처음 본 어린아이들 같아서 반 아이들은 웃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교실로 돌아온 두 아이의 볼은 발갛게 물들어있었다. 얼마나 눈을 가지고 놀았는지 외투는 축축하게 젖은지 오래였고, 머리 역시 약간 젖은 상태에서 추운 바람을 만난 탓에 얼어있었다가, 따듯한 온기를 만나 금세 녹아버렸다.

타지마는 미하시의 손을 꼭 붙잡고 호호 불었다. 미하시, 손 차갑지? 그 모습에 반 아이들은 혀를 끌끌 차며 둘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타지마는 아랑곳하지 않고 미하시의 손을 붙잡고 입김을 불어주었고, 미하시는 얼굴이 더 새빨개진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미하시의 손이 말랑말랑 해질 때 까지, 타지마는 그렇게 미하시의 손을 붙잡고 있었다.

 

입시가 끝난 터라 수업 같지도 않은 수업이 끝났고, 타지마와 미하시는 교실을 나섰다. 길거리에서는 캐럴이 울려 펴졌고, 여전히 하얗게 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 눈이 질척이는 눈이 아니라 딱 적당히 쌓이는 눈이어서, 타지마와 미하시는 집에 가는 동안에도 여전히 눈을 가지고 놀았다. 미하시는 답지 않게 눈을 보고 뛰어 다니며 즐거워했다. 그러다 문득, 느껴지는 시선에 행동을 멈추고 그 시선을 좇았다. 타지마였다.

 

미하시. 무지 즐거워 보여.”

 

,? 미하시는 그대로 행동을 멈췄다. 조금 우스꽝스러운 꼴이었다. 미하시는 생각했다. 내가 너무 꼴사나웠던 걸까? 눈이 왔다고 해서 그렇게 들뜰 필요는 없었을 텐데. 내가 너무 정도를 모르고 신이 났나? 타지마는 사고의 과정이 그대로 보이는 미하시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미하시는 이내 타지마의 시선을 견디지 못하고 고개를 푹 떨구고 말았다. 타지마가 미하시에게 다가왔고, 미하시는 흠칫했다.

 

맨날 맨날 눈이 왔으면 좋겠다.”

 

타지마가 다가와서 미하시의 손을 붙잡고 활짝 웃으며 말했다. 미하시의 얼굴이 타지마의 웃음에 편하게 풀어졌다가 곧 물음표가 떠올랐다. 꼴사나운 게 아니었나? 미하시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타지마를 쳐다보자 타지마가 미하시의 머리를 마구 헝클어트리며 말했다. 좋다는 말이야! 미하시는 여전히 벙찐 표정이었다. 뭐가 좋다는 거지? 타지마가 미하시의 표정을 읽고는 머리에서 손을 뗐다. 그리고는 어깨를 잡았다. 미하시의 시선에 타지마의 얼굴이 한가득 들어왔다. 미하시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눈을 마주치고 화사하게 웃는 타지마의 얼굴에 미하시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난감했다.

 

미하시도, 눈 오는 것도, 미하시랑 같이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것도, 다 좋아!”

 

그제서야 미하시는 편하게 웃었다.

 

미하시, 오늘 너희 집에서 자도 돼?”

 

타지마가 어느 새 앞서 걷다가 홱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마침 미하시의 부모님은 출장을 간 터라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침에 온 어머니의 전화에서는 걱정이 잔뜩 묻어 있었다. 크리스마슨데 혼자 있어서 어쩌니. 미안하다, 미하시. 하지만 미하시는 괜찮다고 말했다. 괜히 어머니에게 걱정을 끼치기 싫어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집에 혼자 있는 건 역시 무서웠다. 넓은 집에 혼자 덩그러니 남아있는 건 싫었다. 그래서 미하시는 며칠 째 불을 켜두고 잤다. 그런데, 지금 타지마가 자신의 집에 온다고 말했다.

 

,우리, ! 아무도 없어.”

 

타지마는 우와- 미하시 그럼 오늘 외롭겠다! 그러니까 더 내가 가서 놀아줘야겠네~ 하고 킬킬거렸다.

 

타지마 군네는, 가족이랑, 같이, , 보내?”

 

미하시가 걱정스런 눈빛으로 타지마를 쳐다보자 타지마는 이내 미하시 바로 옆에 와서 속삭였다. 우리 집은 식구가 많아서 나 하나쯤 빠져도 모를걸! 미하시는 걱정이 되었다. , 그렇지만, 하고 웅얼거리는 사이에 타지마가 미하시의 손을 잡았다.

 

, 춥다! 미하시네 집 이쪽 방향이지? 뛰자!”

 

타지마와 미하시는 미하시의 집까지 쉬지 않고 뛰었다. 미하시는 얼결에 타지마와 함께 뛰었다. 날씨가 추웠지만 뛰고 나니 몸이 따듯해져서 집에 도착했을 땐 외투를 벗어던지고 말았다. 으아, 진짜 힘들다. 타지마가 현관에서 신발을 벗고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곧, 둘은 깔깔거리며 웃었다. 그냥 웃음이 나왔다. 아마 혼자 집까지 뛰어오라면 못 갔을 것이다. 그러니까, 둘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지? 미하시는 당장이라도 타지마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나 혼자라면 못 뛰어 왔을 텐데.”

 

미하시는 타지마가 정말 자신의 마음을 읽는 것이 아닐까 순간 고민했다. 타지마군은 사실 내가 만들어 낸 상상의 인물이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내 마음을 잘 알 리 없어. 미하시는 손을 뻗어 타지마의 얼굴을 만졌다. 차가웠다. 발갛게 물들었는데 차가운 볼. 미하시는 깜짝 놀라 손을 떼었다.

 

미하시! 땀나서 감기 걸리겠다. 따듯한 물로 목욕하자!”

 

자신의 시선 안에 들어와 있는 타지마가 큰 소리로 말했고 미하시는 깜짝 놀라 뒤로 물러나려다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아하하, 미하시 바보 같아! 타지마가 웃으며 미하시를 일으켰고 미하시는 여전히 어안이 벙벙했다. 그리곤 타지마가 다시 미하시의 손을 잡고 얼굴 가까이로 가져갔다. 이내 손에 따듯한 온기가 닿았다. 타지마가 정성스럽게 입김을 불어 미하시의 손을 녹였다. 타지마 군, 따듯해! 미하시는 따듯한 타지마를 더 느끼고 싶었다.

 

따듯한 물로 목욕을 마친 뒤 타지마는 미하시가 준 편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미하시 냄새! 타지마는 몇 번이고 놀러온 집이었음에도 모든 것을 새로 본 것 마냥 신기해하고 재밌어했다. 미하시도 덕분에 덩달아 즐거웠다. 타지마와 함께 서툴게 식사를 만드는 것도, 맛이 없는 음식을 꾸역꾸역 먹는 것도, 사실은 그 어느 하나 유쾌한 일이 아니었으나 미하시는 즐거웠다. 소금이 너무 많이 들어가 물이 없으면 먹기 힘들었던 카레를 두 그룻이나 먹었을 정도로 미하시는 지금 이 시간이 너무나도 즐거웠고 소중했다.

 

설거지까지 마친 뒤 둘은 소파에 앉았다. 타지마가 어? 이게 뭐야? 하고 티비 옆에 있던 필름 카메라를 집어 들었다. , 그거 필름 카메라. 하고 미하시가 대답하자 타지마는 한 번 찍어보자며 카메라를 들고 미하시의 옆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이거 어떻게 찍지?”

 

, 타지마 군, 내가 찍어 줄,!”

 

그러자 타지마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미하시랑 나랑 둘이 같이 찍어야지! 둘 다 나올 수 있을만한 방법 없나? 미하시는 어쩐지 얼굴이 빨개지는 것 같았다. 곧 미하시는 무엇인가 생각난 듯 창고 방으로 들어가 삼각대를 찾아냈다. 이거라면, 둘 다 나올 수 있어! 둘의 눈이 반짝반짝하게 빛났다.

 

미하시, 찍는다!”

 

타지마는 타이머를 맞춘 뒤 소파로 뛰어갔다. 그러나 누른지 1초 만에 찰칵! 하고 사진이 찍혔고, 소파로 채 달려가지도 못한 타지마는 깔깔거리며 웃었다. 타이머를 조금 더 길게 하고 찍자! 다시 타지마가 셔터를 누르고, 이번에는 타지마가 소파에 안착한 뒤 찰칵! 하고 사진이 찍혔다. 잘 나왔겠지? 하고 자신을 바라보며 해맑게 웃는 타지마를 두고 미하시는 어쩐지 부끄러워져 눈을 제대로 쳐다볼 수 없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다시 한 번 찍자! 타지마는 그렇게 말했다.

 

 

* * *

 

 

사진 속에 있는 우리는 행복해보였다. 신기하지, 7년 전 일인데도 이렇게 생생한 걸 보면. 그 때의 기억이 너무 행복해서 아직까지 잊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내 손에 입김을 불어주던, 타지마 군의 따듯함. 그 날은 타지마 군이 내 상상 속의 인물이었는지 실재하는 인물인지 헷갈렸지만, 지금은 확실하게 알 수 있다.

 

딩동-

 

현관의 벨이 울렸고, 나는 들고 있던 사진첩을 내려놓고 현관문을 열었다.

 

왔어, 타지마 군!”

 

타지마 군은 현관문이 열리자마자 나를 끌어안았다. 훅 풍기는 꽃향기와 함께 꽃다발이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내며 머리칼을 간지럽혔다. 타지마 군이 바깥에서 잔뜩 데리고 들어온 겨울 냄새와 함께 오롯이 나만을 위한 꽃향기가 한데 섞이며 집안에 퍼졌다. 밖에는 눈이 오는지 타지마군의 어깨에 하얗게 눈이 쌓여 있다가 따듯한 집안 공기에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7년 전 꼭, 오늘과도 같았다. 나는 그 때가 생각나 타지마 군의 뺨에 자신의 뺨을 갖다 댔다. 차가운 기운과 함께 얼음장 같은 놀라 얼굴을 살짝 떼었다. 하지만 아니야, 타지마 군은, 있어. 나는 다시 한 번 꾹, 내 얼굴을 타지마 군의 얼굴에 겹쳤다.

맞닿은 뺨이 따듯해져 왔다.

 

미하시, 메리 크리스마스.”

 

, 타지마 군, 화이트 크리스마스야.”

 

마치 7년 전의 오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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