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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봇/셈한] 딸기맛 프로틴 본문

레트로봇

[또봇/셈한] 딸기맛 프로틴

승 :-) 2015. 2. 17. 19:53

 

 

*BGM이 존재하는 글입니다만, 제가 그냥 쓰면서 들었던 노래라 굳이 클릭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노래 렉 걸린거 아니고 원래 노래니까 걱정 마세요...ㅎㅎ

 

 

 

[또봇/셈한] 딸기맛 프로틴

 

 소년의 팔이 파르르 떨렸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바닥이라도 금세 맞닿을 것만 같은 얼굴이 새빨갰다. 이제 위로 올라가기만 하면 된다. 팔에 힘을 주고 그대로 바닥을 밀어냈다. 그리곤 쿵, 소년의 코가 바닥과 만났고 아악! 소리를 지른 소년이 코를 감싸 쥐었다. 무슨 일이냐며 놀라 달려온 쌍둥이 동생이 바닥에서 코를 쥔 채 누워있는 형을 보고 낄낄 웃었다.

 

뭐야 차하나, 운동했냐?”

 

 아니야! 소년은 짐짓 눈을 흘겼다. 동생은 여전히 능글거리는 웃음을 지으며 소년을 놀렸다. 이제까지 내가 그렇게 운동하랄 땐 안하더니 왠일이냐? 동생이 몸을 일으켜 앉은 소년 옆에 쭈그리고 앉아 실컷 놀리기 시작했다. , 저리 가! 소년이 동생을 향해 손을 휘휘 저었고, 동생은 문을 닫고 나가기 전까지도 소년을 놀렸다.

 

, 매뉴얼 필요하면 말해라! 이 형님이 근육 만드는 데에는 선수시니까!”

 

 소년은 코웃음을 쳤다. 내가 지금 근육 만들려고 이러는 줄 아냐. 소년은 잠시 씩씩댄 뒤 곧 이어 다시 바닥에 엎드렸다. 아까 부딪힌 코가 아려오는 것 같았다. 소년은 잠시 문 쪽을 흘긋 본 뒤 이번에는 무릎을 꿇은 채 엎드렸다. 아까보단 훨씬 덜 가해지는 압력에 약간 민망해진 소년의 얼굴이 살짝 상기되었다. 그러면서도 시선은 계속 문 쪽을 향했다. 동생이 들어오진 않을까, 하며 숨이 살짝 가빠질 정도로 팔굽혀펴기를 한 소년은 곧 방바닥에 대자로 누워버렸다.

 푸하-! 숨을 한꺼번에 훅 내뱉으며 소년은 며칠 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학교에서 다 같이 간 수학여행에서, 아무런 생각 없이 벗었던 윗옷, 그리고 순식간에 집중된 시선, 그리고 숙소에서 울려 퍼졌던 웃음소리. 물론 그 웃음소리에 어떤 조롱이 들어가 있던 것은 아니었지만 아직도 그 때 일을 생각하면 소년의 얼굴은 잘 익은 토마토처럼 새빨개지곤 했다.

 

야 차하나 배 좀 봐! 올챙이 같아!’

진짜! 차하나 마른 줄 알았는데 아니네?’

 

 그리고 그런 왁자지껄한 분위기에서 자연스레 누군가에게로 발언권이 넘어가고, 소년은 눈을 질끈 감았다. 사실 소년은 자신의 몸이 남들로 하여금 웃음을 유발한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왜냐하면 남 앞에서 옷을 벗어본 적이 없었으니까. 따라서 지금 이 모든 상황은 소년에게 있어 너무나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그 와중에 그가 했던 말 한 마디. 어디로 튈지 몰라 발만 동동 구르던 소년의 앞에 툭 떨궈진 그의 한 마디.

 

괜찮은데 왜.”

 

그럴 수도 있지. 그가 그렇게 말했고 소년의 얼굴이 다시 한 번 새빨개졌다.

 

그런데 확실히, 뱃살은 좀 빼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소년은 자신이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의 한 마디에 기분이 오락가락, 머리가 어질어질. 그는 그렇게 말하곤 헛기침을 큼큼 했다.

 

 그러니까 이 한 마디 말이, 차하나가 살을 빼게 된 계기였다.

 

 

* * *

 

 

 하나는 주위를 휘휘 둘러보고 나서 곧바로 체중계 위에 올라섰다. 1킬로그램 정도가 빠져 있었다. 재빨리 체중계에서 내려온 하나가 상기된 볼을 감출 생각도 않은 채 방 안에 들어갔다. 이제까지 참았던 허기가 한꺼번에 몰려오는 기분이었다. 두리가 이상하게 생각해도 꿋꿋하게 6시 이후로는 아무것도 안 먹던 나날이 스쳐지나갔다. 하나는 거울 앞에 서서 웃옷을 걷어 올렸다. 조금 빠졌나? 몸을 양 옆으로 둘러보던 하나가 흡 하는 소리를 내며 배에 힘을 주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괜스레 민망해진 하나가 콧노래를 부르며 침대에 누웠다. 침대에 가만히 누워있는데 하얀 천장에 무엇인가가 그려졌다. 딱 벌어진 어깨, 티 한 장만 걸쳤을 뿐인데도 드러나는 등 근육. 그는 주머니에 손을 꽂고 있었다. 이상하게 느껴지는 기시감에 하나가 고개를 갸웃거렸고, 이윽고 그 인영이 뒤를 돌았다.

 띵동-

 그 순간 현관 벨이 울리고, 하나는 방에서 뛰쳐나갔다. 잠시만요- 하고 문을 연 그 곳에는,

 

, 안녕.”

 

 세모였다.

 요는, 세모가 하나와 두리의 집 가까이 이사를 왔다는 것이고, 반가운 마음에 찾아왔다는 것이었다. 하나는 어쩐지 반가운 마음과 부끄러운 마음이 겹쳐져 세모를 똑바로 볼 수가 없었다. 그러나 동시에 모순적이게도 세모에게 자신의 감량 사실을 자랑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네 말을 듣고, 1킬로그램이나 뺐어! 그 말이 목구멍에서 언제든지 튀어나가려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입을 열면 그 말이 총알같이 뛰쳐나갈 것만 같아서 하나는 잠자코 입을 꾹 다물었다.

 

두리는?”

 

 세모는 두리에 대해 물었다. 왠지 섭섭해진 하나가 두리는 축구를 하러 갔다며 대답을 하며 입을 삐죽였다. 하지만 세모는 웃음을 지었다. 다행이다, 할 말 있었는데. 세모가 그렇게 말했고 하나는 깜짝 놀라 그를 쳐다보았다. 할 말? 평소 신중하게 생각하고 말하는 터라 쓸데없는 소리는 하지 않던 세모였다. 그런 세모가 평소와는 다르게 입만 달싹이고 있었다. 하나는 그 할 말이 무엇일지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 하나의 고개가 조금 더 기울어질 무렵, 세모가 입을 열었다.

 

그 때 그, , 수학여행 때 일, 말인데.”

 

 하나는 수학여행이라는 말에 자동적으로 반응했다. 하나의 입이 열리고 장전되어있던 그 말이 탕! 하고 세모를 향해 쏘아나갔다.

 

! ! 뺐어, 세모야!”

 

 1킬로그램 뿐이지만. 뒷말은 웅얼웅얼 삼킨 채 하나가 그렇게 말했고, 세모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하나를 쳐다보았다. 둘은 한동안 무슨 영문인지 모른 채 서로를 쳐다보다가 이윽고 웃음을 터뜨렸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저 거실을 웃음소리로 가득 채울 뿐이었다. 걱정스런 표정으로 하나를 쳐다보던 세모도, 얼굴이 새빨개진 채 살을 뺐다고 고백했던 하나도 그렇게 한참을 웃었다.

 웃음이 조금 잦아들자 세모가 물었다. 살은 어떻게 빼고 있어? 그제서야 하나는 아까의 기시감이 무엇인지 알아챌 수 있었다. 세모는 오늘도 흰 티셔츠 한 장만 입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이는 근육이 세모가 평소에 운동을 얼마나 하는지 보여주고 있었다. 하나는 무의식적으로 흰 티셔츠 안에 감춰져 있는 세모의 맨몸을 상상하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것은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라는 감정과는 조금 다른 것이었다.

 얼굴이 발개진 채 하나가 중얼중얼 입을 열었다. 팔굽혀 펴기랑, 6시 이후에는 안 먹고, 윗몸 일으키기도 좀 하구, 정리되지 않아 자세히 귀를 기울여야 이해할 수 있는 단어들의 나열이었지만 세모는 용케 알아들었다. 그러니까, 6시 이후에는 아무것도 안 먹고 집에서 근력 운동을 한다는 거지? 세모가 되묻자 하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응! 하고 활짝 웃었다. 그 모습에 세모가 하나의 시선을 피했고, 하나 역시 활짝 웃었던 표정을 살짝 풀었다. 또 다시 어색해진 분위기 속에서 세모가 입을 열었다.

 

내가 도와줄까?”

 

 도와준다라, 그 말뜻의 의미를 하나는 한참이나 생각해야만 했다. 어떻게? 하고 세모를 쳐다보자 세모가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하나에게 어떤 근력 운동들을 하는지 물어보았다. 하나는 윗몸 일으키기, 팔굽혀펴기, 앉았다 일어났다 등의 너무나도 기본적인 운동들-체육시간에 배우는 정도인-을 쭉 말했다. 그 운동들의 목록을 듣고 세모는 키득키득 웃었다. 공부 밖에 모르는 너답다. 물론 그 말은 입 밖으로 내지 않았지만.

 세모는 하나에게 펜과 종이를 부탁했다. 하나가 후다닥 방 안으로 들어가 그것들을 들고 나오는 사이, 세모는 소파 밑에 채 들어가지 못한 체중계를 발견하곤 다시 웃음 지었다. 많이 신경 쓰였나 보네. 하나가 펜과 종이를 내밀자 세모가 펜을 들고 종이에 슥슥, 운동 목록들을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플랭크 1

윗몸 일으키기 203세트

푸쉬 업 203세트

스쿼트 203세트

런지 203세트

 

 지금은 이 정도만 하면 될 거야. 그리고 앉았다 일어났다 하는 건 무릎에 무리가 갈 수도 있으니까 더 이상은 하지 마. 세모가 단호하게 말했다. 하나는 종이에 적힌 세모의 글씨체를 보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대신 모르는 단어들이 잔뜩 있는 바람에 울상을 지었다.

 

저 세모야, , 윗몸 일으키기 밖에 모르겠어.”

 

 하나가 용기 내어 말했고 세모는 아차 싶었는지 하나를 붙잡고 운동들을 하나하나 설명해주었다. 스쿼트는 허벅지랑 엉덩이 근육을 발달시키는 운동이고, 런지는그렇게 한참을 설명했을까, 세모는 결심한 듯 몸을 일으켰다. 하나야, 일어나봐. 자세 설명해줄게. 하나는 순순히 일어났고 세모는 일련의 동작들을 시범 보였다. 중간중간 주의점을 말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윗몸일으키기 할 때는 등이 바닥에 닿으면 안 돼. 플랭크는 힘들면 바로 그만 둬도 괜찮아.

 하나는 세모의 자세를 따라하려다가 엉덩방아를 찧었다. 자세를 잡는 것도 힘든데 그 상태에서 어떻게 말까지 하는거지? 하나는 세모에게 왜 그런 근육들이 잡혀있는 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실제로 모든 운동들을 시범보이는 세모는 그 운동들에 매우 익숙한 것처럼 보였다. 하나는 자세를 잡는 것만으로도 땀이 나는데, 이 운동들을 전부 다 20번씩 세 번이나 해야 한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정신이 아득해졌다.

 엉덩방아를 찧은 하나를 보고 세모는 놀란 듯 재빠르게 하나의 몸을 일으켜주었다. 다친덴 없어, 하나야? 다정하게 물어오는 세모의 목소리에 하나는 어쩐지 운동을 열심히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스쿼트 할 땐 먼저 허벅지 근육을 유연하게 만들어주는 게 중요해. 세모는 자신의 자세를 엉성하게 따라하는 하나의 허리와 허벅지 등의 자세를 고쳐주었다. 세모의 손길이 닿을 때 마다 하나는 화르륵 놀라면서도, 빨개지는 얼굴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그 자세로 계속! 유지!”

 

 하나는 세모가 헬스 트레이너 같다고 생각했다. 다음은 플랭크 자세 해보자, 하나야. 땀을 뻘뻘 흘리는데도 가차 없이 다른 운동으로 넘어가는 건 너무했지만, 그건 그것대로 좋았다. 하나가 거실 바닥에 팔꿈치를 댄 채 엎드렸다. 하지만 아직 근육이 제대로 잡히지 않은 탓인지 금세 비틀거리며 옆으로 픽 쓰러졌다. 몇 번을 반복했을까, 이내 하나는 숨을 몰아쉬며 도저히 못하겠다고 투덜거렸다. 그러면서도 하나는 다시 한 번 자세를 잡았다.

 그러자 세모가 하나의 옆으로 다가왔고, 엎드려있는 하나의 위를 덮듯 감싸 하나의 배를 손으로 지탱해주었다. 순식간에 중심이 잡힌 자세에 하나는 조금 더 수월하게 버틸 수 있었다. 그 와중에 하나의 온 감각으로 훅 들어온 세모의 온도, 냄새, 그리고 손. 예전에는 몰랐어도 그것은, 한쪽이 의식한 이상 어색해질 수밖에 없었다. 하나의 얼굴이 당장이라도 터질 것처럼 새빨갛게 달아올랐고, 그 모습을 본 세모가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하나야, 숨 쉬어.

 아니, 얼굴이 그것 때문에 빨개진 게 아니란 말이지! 하나가 이를 악물었고 그 때, 문이 쾅하고 열리며 두리가 들어왔다.

 

! 둘이 뭐하는 거야?”

 

 두리가 마치 못 볼 것을 봤다는 표정으로 말했고, ! ! 하고 하나가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하나가 갑작스레 일어난 탓에 옆으로 밀쳐진 세모가 하하, 웃으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뭐야 차하나! 저번엔 운동하는 거 아니라고 하더니!”

 

 하나의 머리는 오만생각으로 가득 차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았다. 두리가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란 하나는 자신도 모르게 입술에 검지손가락을 대었으나, 두리는 그 모습을 보지 못하고 계속해서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내가 가르쳐준다고 할 땐 됐다고 하더니 왜 권셈

으아아아!”

 

 급기야 하나가 달려들어 두리의 입을 막았다. 읍읍! 이상한 소리를 내는 두리와 얼굴이 새빨개져 두리의 입을 막은 하나. 거실의 이 요상한 광경을 본 세모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난 이만 가볼게. 세모가 현관 쪽으로 나갔고, 겨우 하나의 손을 입에서 떼어낸 두리가 소리쳤다.

 

야 권세모! 나중에는 나도 같이 운동해!”

 

 두리의 입에서 무슨 말이 튀어나올지 몰라 걱정하던 두 사람이었다. 그러나 두리의 말을 들은 뒤 하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고, 세모는 싱긋 웃었다. 알았다~ 세모가 느긋하게 말한 뒤 현관문을 닫았다. 두리가 하나를 노려보며 숨 막히잖아! 하고 소리를 질렀고 하나는 두리의 머리를 꽁 쥐어박았다.

 

! 이게! 왜 때려! 뇌세포 죽게!”

 

 하나가 머리를 감싸 쥔 채 자신을 노려보는 두리에게 혀를 내민 채, 그대로 방으로 들어가 문을 꽝 닫아버렸다. 두리는 자신이 왜 맞았는지도 모르고 씩씩거리며 소파에 앉았다. 나만 빼고 논 건 자기네들이면서 웃겨 진짜! 두리가 투덜거렸다.

 방 안으로 들어온 하나는 세모가 적어준 종이를 소중하게 책상 앞 책꽂이 안쪽에 붙여두었다. 잘 보이는 곳에 두면 분명 또 두리가 이건 뭐냐며 집요하게 물어볼 것이다. 안쪽에 붙여둬 잘 보이지 않았지만 하나의 시선은 계속 그 쪽지를 향했다. 왜인지도 모르고 하나는 그저 그 쪽지만을 계속계속 쳐다보았다. 어느 새 하나의 방 안을 하나의 콧노래가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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