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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봇/셈한공] 권세모와 차하나, 그리고 독고오공의 xxx 시리즈 본문

레트로봇

[또봇/셈한공] 권세모와 차하나, 그리고 독고오공의 xxx 시리즈

승 :-) 2015. 3. 14. 22:29




[또봇/셈한공] 권세모와 차하나, 그리고 독고오공의 xxx 시리즈

 

 

-

 

, 더 이상 힘들어서 못 하겠어.”

 

하나가 바닥에 그대로 누워버리고, 그 위로 누군가의 손이 내밀어진다. 하나는 그 손에 들린 물병을 들고 씩 웃는다. 그리고 그의 손을 붙잡고 일어나는 하나. 그 손의 주인공은……

 

-

 

 

 허얼. 그래서 누군데? 하나는 끝난 페이지를 허탈하게 바라보며 책을 덮었다. 팬이 어떤 책을 선물해주기에 무슨 책인가 펼쳐본 것이 화근이었다. ‘권세모와 차하나, 그리고 독고오공의 xxx' 같은 무언가 수상해 보이는 제목의 책이었다. 동명이인인가보네, 하고 허허 웃어넘긴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그래, 이 책은 밖에 나와선 안 되는 거였어. 애초에 그 누구에게도 보여져선 안됐을 물건이라고! 하나는 그 책을 침대 밑에 숨기며 생각했다. 젠장. 이런 건 누가 쓴 거야? 하나는 쯧쯧 혀를 찼다. 그러나 은근히 궁금해지는 스토리였다. 도대체 차하나의 손을 붙잡아준 주인공이 누구였을까. 차하나는 권세모랑 독고오공 중에 누구랑 이어지는 거야? 혹시 두리? 아 진짜 싫다. 하나는 어느 새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자신을 책 속의 주인공으로 생각하게 되는 이 상황에 헛웃음이 나왔다. 미친 거 아냐?

 권세모랑 독고오공이 이 책을 봤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 무언가 분명 혐오스럽다던지 싫다는 반응을 보일 것 같은데, 묘하게도 막상 그런 반응을 보인다면 또 그건 그것 나름대로 섭섭할 것 같아 하나는 애꿎은 베개만 퍽퍽 쳐댔다.

 

 하나는 그 뒤로 팬사인회나 팬미팅 등의 팬과 만나는 행사가 기다려지기 시작했다. 아니, 다른 것 때문이 아니고 단지 정말 순수하게 그 책의 스토리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명백한 사실이었다. 정말, 독자로서 그 뒤 이야기가 궁금해서였다! 그러면서도 이상하게 책에서 읽은 상황이 겹칠 때면, 데자뷰 같은 것을 겪으면서 과연 책 속의 차하나였다면 누구를 선택할까?’ 따위의 고민을 하고 있는 자신을 보았다. 그런 상황을 마주할 때면 하나는 자신의 볼을 찰싹찰싹 때리곤 했다. 정신 차려 차하나!! 미쳤어!


무슨 일 있어? 잠 못 잤냐?”

 

 예를 들면 바로 이런 상황이었다. 방금 춤 연습을 끝내고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하나에게 권세모가 다가와서 상태가 이상하다며 머리에 손을 짚으며 안부를 물어본 이 상황. 하나는 이상하게 어제 밤에 읽은 소설의 한 구절이 떠올라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버렸다. 권세모 손인가? 그 와중에 고개가 저절로 갸우뚱해지며 손의 주인공을 추측해버린 하나는 맘 같아선 자신을 향해 악플이라도 달고 싶은 마음이었다. 죽어!! 죽으라고!!! 그런 생각 할 거면 죽어! 으아아! 하나는 머리를 쥐어뜯었고 그 모습을 본 오공이 하나에게 다가왔다.

 

오늘 하나 진짜 이상하다.”

 

 오공이 하나 앞에 쭈그리고 앉아 하나와 시선을 맞췄다. 평소 같았으면 사내놈들끼리 징그럽다고 손사래를 칠 그가 아무 말 없이 얼굴만 붉히고 있으니 같은 팀원들은 의아할 수밖에. 순식간에 세모와 오공에게 둘러싸인 하나가 괴성을 지르며 일어났다. 아무렇지도 않으니까 연습하자! 연습! , 신난다! 어딘가 과하게 반응하는 하나를 보고 세모와 오공은 서로를 쳐다보며 고개를 저었다.

 

쟤 왜 저래?”

 

 세모가 입모양으로 오공에게 물어보았고 오공 역시 어깨를 으쓱했다. 한쪽 벽을 가득 채우고 있는 거울을 통해 두 사람의 눈치를 살살 보고 있던 하나가 두 사람이 다시 자리로 돌아오자 아무 일도 없었단 듯 헛기침을 두어 번 하고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시작되는 음악, 하나는 아무 생각 없이 연습을 시작했다. 이 동작 다음엔 이 동작. 나는 지금 춤을 추는 기계다. 나는 다음 동작에 절도 있게 몸을 꺾는다. 최대한 잡생각을 하지 않으려 애쓰던 하나에게,

 

 

-

 

팬들의 극성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피골이 상접해 버린 차하나. 춤 연습을 하다 휘청해버리고 마는데, 그에게 다가가는 두 명의 그림자. 바람에 넘어가는 연한 풀처럼 후들거리는 다리를 단단하게 받치고 연습실 한 쪽으로 데려간다. 괜찮아? 낮게 깔리는 달콤한 목소리.

 

-

 

 

 이런 장면이 떠올라버릴 건 뭐람. 하나는 자신의 상황과 너무나 비슷한 소설 때문에 이렇게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는 것이 너무나도 싫었다. 아 그래서 누가 도와주는 건데!! 이것저것 신경 쓰다 결국 뻣뻣해지는 몸놀림에 하나는 연습을 두 번밖에 하지 않았음에도 못하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오늘은 아니야. 미안.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연습실을 빠져나가는 하나를 보고 세모, 오공, 두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 쟤 무슨 일 있지?”

 

 세모가 두리에게 물었고 두리는 글쎄, 나도 모르겠는데. 라고 대답했다. 야 쌍둥이면 그 정도는 감으로 알아야 되는 거 아니냐. 나는 온달이 무슨 일 생기면 몸이 먼저 반응하던데. 두리는 자신에게 면박을 주는 오공을 슬쩍 째려봤다. 쌍둥이면 다 알아야 되냐. 두리의 입이 댓발 튀어나왔다.

 

밤에 보니까 쟤 늦게까지 안 자는 것 같긴 하더구만.”

 

 두리가 말했고 세모와 오공은 어쩐지 묘한 시선을 주고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연습실에서 돌아온 하나는 바로 숙소로 들어갔고 숙소에는 매니저가 가져다 놓은 수많은 팬레터와 선물들이 거실에 가득 쌓여 있었다. 평소에 선물이나 편지를 하나하나 확인해보는 성격인지라 하나는 손을 씻고 바닥에 철퍼덕 앉아 선물을 헤쳐 보았다. 자신의 이름이 쓰여진 편지들은 따로 챙기고, 선물들은 멤버들과 함께 보려고 따로 빼놓았다. 그런데, 어쩐지 손에 착 와 감기는 이 촉감. 이 두툼하고 딱딱한 네모난 제형의 무언가. 하나는 직감적으로 이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만 같았고 그 순간 등줄기에서 오싹하게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이거다. 하나는 그 자리에서 급히 선물 포장을 뜯어보았다.

 

권세모와 차하나, 그리고 독고오공의 xxx2'

 

 하나는 환호성이라도 지르고 싶었다. 드디어 누구랑 이어지는지 알 수 있겠구나! 그리고 아무도 없는 집안을 휘휘 둘러보다 재빠르게 책을 품안에 넣었다. 그 순간 삑삑 하고 울리는 도어락에 하나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방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이건 절대로 저들에게 보여줘선 안 된다. 하나는 그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자신의 침대 밑에 1권이 있다는 것 역시 절대 들켜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온 모두는 도어락을 누르는 순간 집안이 쿵쿵 울리는 것 같아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들어왔었다. 그러나 집안에는 아무도 없었고, 단지 찢다 남은 포장지들만이 거실 바닥에 굴러다닐 뿐이었다. 그것을 집어든 세모가 뭐가 이상해도 한참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쓰레기통에 집어넣었고, 그대로 하나의 방 앞으로 가 문을 두드렸다.

 

차하나, 안에 있어?”

 

 방 안에 들어있던 하나는 침대 밑에 2권을 숨긴 뒤 그대로 누워 자는 척을 하기 시작했다. 몸이 안 좋아서, 쉴래. 라는 말도 안 되는 변명거리를 생각하며. 그리고 그 때 세모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두근, 두근, 하나는 이 두근거림이 자기가 지금 무언가를 숨겨서인지, 아니면 권세모 때문인지도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너 진짜 어디 아파?”

 

 세모가 하나의 이마에 손을 짚었다. 따끈하게 와 닿는 세모의 손에 하나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개졌다. 하나는 자신의 달아오른 얼굴을 가리려고 옆으로 돌아누웠다. 그리고 그 때 어깨를 살짝 밀치며 하나를 똑바로 눕히는 세모의 손.

 

아프면 말을 해야지.”

 

 다정하게 해오는 말에 하나는 갑자기 고생하던 예전 일들이 생각나면서 더할 나위 없이 포근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당장이라도 세모 무릎에 얼굴을 비비며 어리광을 부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하나는 고개를 세모 쪽으로 돌렸다. 순식간에 방안이 따듯한 공기로 가득 차는 것 같았고 하나는 모든 것을 잊고 이 기분만을 지속하고 싶었다.

 하나가 급하게 숨기느라 침대 밑에 차마 다 넣지 못한 그 책을 발견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것을 발견한 순간 하나는 책과 가까이 닿아 있는 발부터 차갑게 얼어가기 시작했다. 따듯한 분위기나 어리광은 얼어 죽을. 저걸 조금만 발로 차서 집어넣으면 완벽할 것 같은데. 하나의 등줄기에 식은땀이 삐질삐질 흐르기 시작했다.

 

아냐 괜찮아!”

 

 누가 봐도 어색하게 일어난 하나가 딴엔 물 흘러가듯 자연스럽게 발뒤꿈치로 책을 침대 안에 밀어 넣었다. 더 이상 방 안에 책이 보이지 않자 그제서야 안심한 하나가 다시 침대에 주저앉았다. 괜찮은 것 같지 않은데. 세모가 걱정스럽게 묻자 하나가 능청스럽게 자리에 누웠다. 조금 누워있으면 괜찮을 것 같아.

 그럼 쉬고 있어. 세모가 툭툭 하나의 어깨를 치고 방을 나갔다. 방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하나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한숨을 폭 쉬었다. 들켰으면 큰일날 뻔 했네. 그러면서도 계속 침대 밑으로 가는 시선은 어쩔 수 없었다. 당장이라도 꺼내서 읽고 싶었지만 저녁에도 스케줄이 있던 탓에 그럴 수는 없었다. 밤에 읽어야겠다. 직감적으로 밤에 잘 못잘 것이라는 것을 예상한 하나가 지금이라도 자 둘 심산으로 이불을 덮었다.

 

일어나, 하나야.”

 

 오공이 하나를 깨웠고 하나는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스케줄 준비하러 가야지. 오공이 하나의 어깨를 붙잡고 일으켜 앉혔고 하나는 끊임없이 나오는 하품에 턱이 얼얼할 지경이었다. 일어나! 오공이 박수를 두어번 쳤고 하나는 그제서야 침대에서 일어나 비적비적 밖으로 나갔다.

 차 안에서 내내 졸던 하나는 결국 머리를 하는 도중에도 깜빡 잠이 들었다. 오늘따라 계속 자네? 스타일리스트가 그렇게 말했고 다른 멤버들은 멋쩍은 웃음만 흘렸다. 그러게요.

 오늘 스케줄은 음악방송이었다. 오공이 하나의 손을 붙잡고 말했다. 하나야, 이제 정말 정신 차려!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큰일나니까. 하나 역시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빠르게 끄덕거렸다. , 가자! 리더였던 오공이 멤버들을 다독이고 파이팅을 넣으며 무대 위로 뛰어올라갔다.

 신나는 노래와 춤이 끝나고 그들은 서로를 끌어안았다. 무대가 끝나면 항상 하는 일종의 의식 같은 것이었다. 수고했어! 서로 토닥이며 땀을 식히는 그 순간을 하나는 늘 좋아했다.

 

아직도 졸려, 하나야?”

 

 세모가 다정하게 물어왔고 몸도 마음도 들떠있던 하나가 방긋방긋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기분 좋지.”

, 기분 좋아!”

 

 누가 봐도 훈훈하고 즐거운 내용의 대화였다. , 그들은 어떤 사실을 망각하고 있었다. 마이크가 아직 꺼지지 않은 상태였다는 것을. 스탭이 재빠르게 무대 뒤로 들어오지만 않았어도 멤버들은 마이크를 켜둔 채 자유롭게 이야기했을 것이다. 사실 그 때까지만 해도 그들은 별 생각이 없었다. , 실수했네. 정도? 그러나 그것이 정말 큰 문제라는 것은 집에 와서 컴퓨터를 켠 다음 알 수 있었다.


, 이게 뭐야?”

 

 인터넷 포털 인기검색어에 1235 셈한, 셈한, 세모하나 등이 떴을 때, 모두는 이게 뭐냐며 클릭했지만 하나는 도저히 그 자리에 있을 수 없었다. 셈한이 무엇인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나의 얼굴이 확 달아오르고, 하나는 들어가 보겠다며 방안으로 들어갔다. 그 검색어를 클릭해본 뒤 어색해질 공기를 버틸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곤 핸드폰을 꺼내 몰래 검색해보았다. 아까의 그 대화가 문제였다. 기분 좋지. , 기분 좋아라니. 뭐가 문제라는 거야? 하나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 * *

 

 

 

 모두가 잠든 새벽, 하나는 슬그머니 일어나 불을 켰다. 드디어 완결을 보게 되겠구나. 하나는 웃음을 지으며 침대 밑에 손을 뻗었다. 묵직하게 잡히는 네모난 책의 촉감. 하나는 그 책을 들어올렸다. xxx가 뭘까, 생각했다. 책 뒤에 붙은 ‘19세 미만 구독불가는 차마 보지 못한 채였다.

 

 

-

 

세모는 하나를 일으키며 묘한 웃음을 지었고 하나는 의아하단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런 하나를 오공이 뒤에서 끌어안았다. 오공이 하나의 귀를 살짝 물자 하나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 왜 이러는 거야, 오공아. 하나가 그렇게 말했고 오공은 아무 말 없이 그저 씨익 웃을 뿐이었다. 세모 역시 하나에게로 가까이 다가가 바지 버클을 풀기 시작했다.

 

-

 

 

 하나는 그대로 책을 덮어버렸다. 이런 미친.

 

뭐야 이거. 진짜 미친 거 아니야?”

 

 그러나 어쩐지 빨개지는 얼굴. 책을 덮고 침대 끝 쪽에 던져버렸지만 하나는 슬금슬금 침대 끝으로 기어가 다시 그 책을 집어 들었다. 그리곤 괜히 잘못이라도 하는 것 마냥 주변을 휘휘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하나는 다시 책을 펼쳐들었다. 그러나 차마 자세히 읽을 용기는 없어 팔랑팔랑 페이지를 넘기며 실눈을 뜨고 쳐다보았다.

 

 

-

 

, 하읏, 세모야, 거긴

 

기분 좋아, 하나야?”

 

-

 

 

시발.”

 

 하나는 셈한이 검색어에 오를 만 하다고 그 짧은 순간 동안 수긍했다. 너무나도 확실하게 오버랩 되는 그 대화에 하나는 머리를 쥐어뜯었다. 그 순간 방문이 벌컥 열렸다. 하나는 깜짝 놀라 아악! 하는 소리를 내며 책을 던져버렸고, 책이 공중에서 날아오른 뒤 바닥에 떨어졌다. 그리고 하필 펴진 페이지가 그 문제의 페이지. 하나는 자신에게만 유독 글자가 크게 보이는 것이라 믿고 싶었다. 너무나도 크게 쓰여진 것만 같은 기분 좋아?’. 문 앞에서 물증을 잡은 형사의 표정을 하고 있는 세모와 오공 앞에서 하나는 도망이라도 가고 싶어졌다.

 세모가 그 책을 집어 들었고 하나는 벌떡 일어났다. 그는 책을 덮고 앞면을 보았다. ‘권세모와 차하나, 그리고 독고오공의 xxx.’ 세모는 그것을 소리 내어 읽었다. 그러자 오공이 말했다.

 

, 그거 나도 읽었는데.”

 

 그거 세모랑 나랑 한권씩 받은 거야. 너도 받았어? 하는 오공의 말에 하나는 가뜩이나 정신이 없는 와중에 어퍼컷을 제대로 맞은 기분이었다. 어질어질해져 침대에 힘없이 주저앉은 하나를 두고 세모가 말했다.

 

이거 읽느라 요즘에 늦게 잔거였구나?”

 

 하나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아니거든! 하나가 발개진 얼굴을 하고 씩씩거리며 말하자 세모와 오공이 낄낄거리며 웃었다. 그럼 한 번 읽어볼까? 세모가 장난스레 책을 펼치자 하나가 기겁하며 책을 뺏으려 달려들었다. 그 좁은 방안에서 하나와 세모의 추격전이 벌어졌다. 침대 위로 도망갔다가 재빨리 내려오는 세모를 가만히 기다렸다가 하나는 베개로 그의 얼굴을 맞춰버렸고 세모는 이상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나가, 나가 이 자식아.”

 

 하나가 발로 세모를 툭툭 걷어찼고 세모가 낄낄거리며 방 밖으로 기어나갔다. 잠시 조용해진 방 안에서 하나는 문을 닫으며 한숨을 폭 내쉬었다. 저것 때문에 내가 제명에 못살지. 중얼거린 하나가 침대로 향했다.

 

그래서 너는 누굴 선택할 건데?”

 

 능글맞게 웃으며 물어오는 오공의 목소리에 하나는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를 뻔 했다. 그러나 곧 오공의 얼굴을 보자 하나는 당장이라도 그 실실거리는 얼굴을 주먹으로 쳐버리고 싶어졌다.

 

야 너도 나가.”

 

 오공이 얼굴에 베개를 맞았음에도 웃기다며 낄낄거렸고 하나는 오공의 어깨를 붙잡고 돌려 세운 뒤 등을 밀어 밖으로 내보내버렸다. 아 진짜 망할 놈들. 하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젠장. 그래서 엔딩은 어떻게 되는 건데! 하나는 다시 세모가 내려놓은 책을 집어 들었다. 잠 못 이룰 것 같은 밤이 계속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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