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4/10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ags
more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Big Wind-up!

[바이클론즈/지오로키지오] 트위터 해시태그 짧은 글 본문

레트로봇

[바이클론즈/지오로키지오] 트위터 해시태그 짧은 글

승 :-) 2015. 4. 21. 12:35

*트위터 해시태그로 작성된 짧은 글입니다.

#멘션온_캐릭터_2명으로_커플연성



[바이클론즈/지오로키]

*멘션 주신 정원님, 미미님께 감사드립니다.

*BGM이 존재하는 글이니 가급적 PC에서 읽어주시길 권장합니다.





 

 애초에 참 별난 사이였다. 차원이 다른 세계에서 공존하는 우리가. 나는 2차원의 세계에 살고 있지만, 너는 3차원에 살고 있으니까. 너와 나는 서로 온도를 나눌 수도, 고통을 공감할 수도 없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우애로 점철되어 함께 다니던 우리는, 그래 참 이상한 관계였지.

 너는 나에 대해서 그렇게 궁금해 하지 않았어. 어떻게 보면 나에게 전혀 관심이 없는 듯했다. 내가 어디서 왔는지, 몇 살인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나의 부모님은 누구인지 등등 정말 기본적인 것도 물어보지 않았지. 그냥 너는 내가 나타난 갑작스런 상황을 너무나 쉽게 이해했고 나를 아무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주었어. 나는 단지 그게 고마웠다.

 

 어떻게 보면 그게 나의 정체성이었을지도 몰라. 나는 어떤 목적이 있어서 만들어졌을 뿐이고, 따라서 나는 그에 따른 일만 수행하면 되는 거였는데. 그래서 너에게 더 고마웠다. 이것저것 꼬치꼬치 캐물어서 귀찮게 하지 않는 점이. 고마웠어. 물론 내 말도 지지리 안 듣고 가끔은 의견충돌이 심하게 일어나 서로에게 삐질 때도 있었지만 그래, 그것도 나는 즐거웠어. 시삽 대 바이클로넛이 아닌 가끔은 인간대 인간으로 대해주는 너에게 나는 고마워했다.

 그러나 그러면 안 되는 거였어. 너는 적어도 나를 2차원에 남겨두고 왔어야 했다. 우리는 같은 시간 속에 살고 있지만 다른 차원 속을 걷고 있었기 때문에, 너는 나를 그대로 그 세계에 머물도록 했어야 했는데. 우리는 어쩌다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그래, 나도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냥 나오는 대로 내뱉고 있고, 어차피 보낼 수도 없는 녹음 파일일 뿐이니까. 사실 내가 무슨 생각으로 이런 걸 남겨두는 건지 모르겠다. 나는 떠날 때 지구에 어떤 흔적도 남겨선 안 되는데. 네가 남겨져 있는 이 지구에 무언가라도 남기고 싶었나 봐. 나는 너와 함께 했던 시간을 잊어서는 안 되고, 잊고 싶지도 않으니까. 이렇게라도 너와의 추억을 어떤 흔적처럼 남겨두고 싶었나봐. 물론 걸리면 바로 삭제되겠지만, 이렇게라도.

 

 나는 이제 다시 돌아가. 내가 도와야 할 바이클로넛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어서일까. 사실 내가 돌아가겠다고 말했어. 네가 없는 지구에서 도저히 시삽으로 근무할 자신이 없거든. 누군가 새로운 나의 바이클로넛으로서 명령을 내린다던지, 함께 임무를 수행한다던지 하는 것은 상상할 수조차 없어. 그래서 나는 영원히 시삽을 그만두고 나의 세계에서 너를 생각하며 살아가려고 해.

 생각해보면 웃기네. 그렇게 오래 함께 했고 그만큼 대화도 많이 했는데, 나는 너의 뺨 한 번도 만져보지 못했고 너도 그렇게 이 곳으로 들어오고 싶다고 했지만 막상 들어오지도 못했어. 네가 무모한 일을 저지를 때마다 나는 주변에서 빙빙 돌며 말로 말리기만 했지 뜯어 말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나는 그게 항상 후회가 돼. 그리고 평생 후회하며 살아가겠지. 내가 조금만 더 빨랐더라도, 나의 팔다리에 실체가 있어 너를 붙잡기만 했더라도 지금 내가 이렇게 고통 속에 살아가는 일은 없었을 텐데.

 너를 그 시간 속에 가둔 채 살아갈 일은 없었을 텐데.

 

 너는 우리가 싸울 때마다 항상 입버릇처럼 말했지. ‘저걸 때릴 수도 없고!’ 너는 그 말을 아무 생각 없이 했을 거고 나도 역시 아무 생각 없이 고소해 했지. 그런데 지금은 그 말이 너무나 마음이 아파. 차라리 네가 날 때릴 수라도 있었으면, 그래서 나를 만질 수라도 있었으면. 너와 내가 단 한번이라도 맞닿을 수 있었더라면.

 그리고 너는 정말 못된 아이였어. 이기적이고, 돈 밖에 모르고, 가족들 밖에 모르고. 돈이라면, 가족이라면 물 불 안 가리고 달려드는 아이였지. 그런 욱하는 성질을 옆에서 말리느라 얼마나 진땀을 뺐는지. 어쩌면 그런 면이 닮아서 여사님께서 우리를 파트너로 짝지어주셨는지도 모르지. 그리고 넌 그렇게 계속 못되어먹은 아이였어야만 했는데.

 조금만 더 이기적으로 살지 그랬어. 너밖에 모르고, 가족밖에 모르는 아이로 자라지 그랬어. 평생 그렇게 살지 그랬어. 그랬다면 지금 내가 이렇게 평생 고통 속에 살아가지 않았어도 되었을 텐데. 너도, 나도 이기적인 생활을 하면서 잘 지낼 수 있었을 텐데. 왜 그 날 따라 너 답지 않게 다른 존재를 생각한 거야.

 그 날 일은 이제 더 이상 떠올릴래야 떠올릴 수가 없어. 여사님이 내 메모리 프로그램 중에서 그 부분만 지워버리셨거든. , 이게 우리 시삽들의 단점이자 장점이기도 하지. 그 부분만 지워버리면 기억의 한 부분이 통째로 날아가 버리는 것 말이야. 어떻게 보면 참 편리한데 나는 왜 그 작업을 할 때 그렇게 악에 받친 소리를 질러댔을까.

 그런데 말이지, 눈을 감으면 왜 그 때의 폭발음과 비명소리가 머리에서 울려댈까. 나는 그게 두려워서 눈을 감을 수가 없어.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바보가 아니고서야 모를 수가 없잖아. 내 눈 앞에 항상 존재하던 네가 어느 순간 사라져버렸는데. 그리고 내 마음 속에, 감각들이 그 날의 기억을 고스란히 재생하고 있는데. 내가 어떻게 그것들을 외면할 수가 있겠어.

 무엇보다 항상 내 앞에서 재잘대던 네가 사라졌는데.

 

 그렇게 큰 사고가 벌어졌음에도 나는 멀쩡하게 어디 하나 부서지지 않았어. 그게 무슨 뜻인지 나는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 차마 입도 벙긋 할 수 없었지. 아마 너는 그랬을 거야. 나를 감싸는 그 순간까지. 하여간 너는 그걸 고쳐야 한다니까. ‘나라면 괜찮을 거야.’ 라는 그 자신감.

괜찮지 않았잖아.

 결국엔 괜찮지 않았잖아. 결국엔 그렇게 떠나버렸잖아.

 

 이제 그만둬야겠다. 더 이상 오래 했다간 여사님이 이상하게 생각하시겠어. 이 방도 오랜만에 와봤네. 예전엔 뻔질나게 드나들던 곳이었는데 그 날 이후로 한 번도 못 와봤거든. 감히 와 볼 생각도 못했고. 웃기겠지만 오늘도 들어오는데 30분은 고민한 것 같다. 내가 와도 될지, 내가 감히 네가 남기고 간 세상에 발을 들여도 될지 싶어서.

 이제 나는 나의 세계로 다시 돌아갈게. 아무리 손을 뻗어도 우리를 가로막고 있던 유리벽을 깨지 못하고, 모든 걸 망쳐버린 채 나는 돌아가. 그렇게 유리벽을 깨려고 주먹으로 내리쳤어도 고장 나는 것은 액정뿐이라는 것을 안 순간 나는 모든 걸 포기했어. 너에 대한 마음도, 이 지구에 대한 애정도.

 

 지구에 있었던 4년간의 시간 동안, 고마웠어. 고마웠고, 행복했고, 사랑했고, 사랑해.

 

-2018, 52일 시삽 로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