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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봇/공한] 카타르시스 본문

레트로봇

[또봇/공한] 카타르시스

승 :-) 2015. 5. 5. 12:54

[또봇/공한] 카타르시스






 착 가라앉은 공기는 들이마실 수조차 없을 정도로 끈적하게 바닥에 늘러 붙어 있었다. 창밖에서는 어두운 푸른색의 색을 몰아내고 조금씩 빛이 새어 들어오는 것을 보니 동이 터오는 것 같았다. 후우, 하고 숨을 내뱉었다. 내 안에 가득 들어차 있는 너를 조금이라도 밀어내기 위해서. 그 와중에도 속절없이 시간은 흐르고 있었고 잡을 수도 없을 정도로 화살처럼 쏘아나가진 시간이 어느 새 새벽을 가르고 있었다.

 

 이제 그만 해야지, 하고 생각하다가도, 그 생각을 멈추고 돌아서면 화수분처럼 쏟아지는 네 생각에 가끔은 참을 수 없이 눈물이 흐르다가도, 또 다시 네 생각을 하며 미소가 떠오르는 내 얼굴을 보다보면 나도 참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울컥울컥 차오르는 감정에 나는 입술을 꾸욱 깨물었다. 네가 흘러나오지 않도록, 나는 숨을 참았다.

 

 어느덧 나가야 할 시간이 되어 가방을 챙겨 나갔다. 아직 새벽이라 주위는 푸르스름한 어둠이 깔려 있었다. 그러던 와중 어딘가에서 빛이 밝게 주위를 물들이고 있었다. 저절로 나아간 눈길의 끝에는 네가. 나의, 태양으로 존재하는, 차하나.

 

왔어?”

 

 네가 나를 보고 해사하게 웃었다. 그 모습에 내 마음의 어두움은 점점 걷혀져 갔다. 나에게로 다가와 햇살처럼 산산이 부딪혀 주위를 밝히는 너는 나만의 태양, 나만의 빛. 유일하게 나를 정화시킬 수 있는, 나만의 카타르시스.

 

 그에 비해 나는 여전히 어둠으로 존재해야 했다. 너를 영원한 빛으로 밝혀주기 위한 나는 그림자조차 가지고 있어선 안 돼. 완전한 어둠으로 나를 끌어내리고, 끌어내리다보면 완전한 빛으로서의 너를 밝힐 수 있기 때문에, 나는 어디까지나 어둠으로 남아있는 거야. 오롯이, 너를 위해서.

 

가자 오공아.”

 

 네 작은 입술에서 오물거리며 나의 이름이 비어져 나왔을 때, 나는 참을 수 없는 즐거움에 몸이 떨렸다. 가만히 너를 쳐다보고만 있자 너는 말했지. 왜 그렇게 보냐고. 원래, 어둠은 빛에 끌리는 법이지. 나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지만 실제로 그것을 음파에 담아 보내지는 않았다. 나는 그저 웃었다. 입을 열면 총알처럼 그 말이 튀어나갈 것 같아서. 그저 입꼬리를 끌어올려 너를 바라보았을 뿐.

 

 행복한 일이었다. 어디까지나 어둠이 되어, 영원한 나만의 빛으로 존재할 너를 바라보는 것은. 나만의 행복으로 남아줘, 하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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