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4/10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ags
more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Big Wind-up!

[또봇/셈한] 전력 60분 참여 글 본문

레트로봇

[또봇/셈한] 전력 60분 참여 글

승 :-) 2015. 5. 30. 23:04

*전력 60분에 참여한 글입니다.

*BGM이 존재하는 글입니다. 가급적 PC에서 보시기를 권장합니다.

 

 

 

[또봇/셈한] 痕迹(흔적)

 

 너는 잔에 남은 붉은 포도주를 도로에 다 쏟아버렸다.*

 그 누구 하나 찾아오지 않아 찬바람만 부는, 까실한 돗자리 위에서 나는 눈물지을 수조차 없어 가슴으로 피를 토했다. 유독 탈것과 문제가 많았던 너였다. 남는 것은 왼쪽 팔과 다리뿐이라고 했다. 그것이 마음이 아파 나는 한없이 무릎만 끌어안았다. 끌어안았음에도 불구하고 가슴에 와 닿는 것은 딱딱한 내 무릎뿐이었다. 더 이상 너의 체온도, 내 몸에 딱 맞는 네 품도 내 안에 들어올 수 없었다.

 옆방에서는 통곡소리가 울려 퍼졌다. 가슴을 긁어대는 그 소리에 나는 귀를 막았다. 아무리 그렇게 울어도, 떠난 자를 부르짖어도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역시 우리 모두는 그런 헛된 희망을 가지고 머리가 웅웅 울릴 때까지 울곤 했다.

 너의 사진만 덩그러니 놓여있는 방 안까지 울려대는 타인의 울음소리에 나는 그만 지쳐 허리부터 무너지고 말았다. 모든 것이 옆으로 누워있는 상태에서 한쪽 눈은 쉴 새 없이 뿌얘졌다가 맑아졌다가를 반복했고 곧이어 귀 쪽으로 차가운 액체가 톡, 톡하는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입술이 걷잡을 수 없이 떨려오는 것이 불쾌했다. 나는 절대 소리 내서 울지 않았다. 그렇게 우는 것 자체가 이 상황을 인정하는 것 같아서, 나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가 끊어지는 아픔은 어찌할 수가 없어 나는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울면 안된다, 울면 안된다 끊임없이 되뇌었지만 나는, 여전히 무수한 감정들을 흘려보내는 중이었다.

 

 워낙 관계를 좋아하지 않는 너여서 였을까, 평소에 조용하던 너의 성격처럼 찾아온 조문객들도 조용히 꽃만 놓고 돌아섰다. 그 누구 하나 밥을 먹고 가겠다는 사람도 없었고, 도와주겠다는 사람도 없었다. 나를 위로하는 사람도 없었다. 힘들겠어요. 힘내세요. 하는 사람 한 명 없었다. 평소에 주변 사람들한테 어떻게 했길래 이런 취급을 받는 거야, 하고 조금은 화를 내려다가나는그것 역시 나를 위한 것임을 깨달았기에 그만 입을 다물었다. 다문 입술은 죄다 부르터 바람이 불 때마다 시리고 쓰라렸지만 그것은 아무래도 괜찮았다. 그래, 괜찮았다. 아니, 사실 괜찮은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너의 사진을 안고 리무진에 올라탔다. 새까만 차문이 너와 나를 집어삼켰다. 네가 내 품안에 있었지만 너는 너무나 딱딱했고 또 차가웠다. 나는 그것이 슬퍼 또 고개를 위로 들었다. 후우, 하고 한숨을 내뱉었다. 가슴 속부터 끓어오르던 감정이 피어올랐다. 그 뒤로는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알 수 없었다. 나는 단 두 번 정신을 잃었다. 그런 나를 부축해 줄 사람조차 없어 홀로 차가운 땅바닥에서 눈을 뜨길 여러 번이었다.

 

 사실 빌어먹게도 슬펐다. 집에 돌아와서 거울로 본 내 얼굴은 기괴하리만치 망가져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은 나를 냉대했다. 내가 어디에 있었는지, 무엇 때문에 이렇게 망가졌는지 분명 알고 있었음에도 나를 본체만체 했다. 그것은, 단지 내가.

 나는 아무 표정 없이 네가 담겨있는 물품들을 죄다 빈 상자에 집어넣기 시작했다. 도저히 그 물건들과 함께 지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빈 상자에 하나 하나 우리의 추억을 담을 때마다 그것들은 나의 눈물이 뒤섞여 죄 젖어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나는 마음을 독하게 먹어야 했다.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하며 역시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하고 쾅, 쾅 소리를 내며 사진첩을 상자 안에 던져 넣었다. 그러다 펼쳐진 너와 나의 얼굴이 담긴 사진에 나는 주저 앉아버렸다. 사실 모든 것이 다 거짓말이었다. 아무렇지 않다는 것은 거짓말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주저앉아 있다가 나는 다시 상자에게로 기어가 사진첩을 품에 안고 한참동안 눈물을 떨궜다.

 from. 항상 차하나만을 생각하는 권세모. 라는 문장을 보고 나는 거대한 감정의 파도 안에 갇혀버리고 말았다. 휘몰아치는 슬픔이라는 감정 속에 내 몸은 갈기갈기 찢겨져 갔고 더 이상 남은 것이 없을 정도로 잘게 쪼개져갔다. 항상이란 말은 언제나 가볍다. 훨훨 날아가 버려도 이상할 것이 없을 정도로 가벼운 그 말은 역시나 우리의 관계에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차라리 바람이라도 피지 그랬어. 그랬으면 네 뺨이라도 때렸을 텐데. 하고 나는 헛된 상상을 했다. 그러나 나는 만약 지금 네가 내 눈 앞에서 다른 사람과 함께 정을 나눈다고 해도 너를 때릴 수 있을 리 없었다. 오히려 나는 네 뺨을 쓰다듬었을 것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널 떠나보내기 전에 조금이라도 사랑을 담은 말을 나눌 것을, 후회했으나 이미 너는 먼 곳을 날고 있었다.

 

 너의 물품들을 정리하며 나는 울었다. 어딜 가든 모든 곳이 너의 흔적으로 가득해서 나는 울었다.

 

 

*나희덕- 그 날 아침

 

 

'레트로봇' 카테고리의 다른 글

[또봇/셈한] 보통날  (0) 2015.06.24
[또봇/셈한] Stuck  (0) 2015.06.07
[바이클론즈/태래] 이끌림  (0) 2015.05.09
[또봇/공한] 카타르시스  (0) 2015.05.05
[나전지오] 바이클론즈 전력 60분  (0) 2015.05.03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