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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노루리] 여름날 본문

오오후리

[카노루리] 여름날

승 :-) 2015. 7. 30. 20:23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SDlHY


*BGM이 존재하는 글입니다. 가급적 PC에서 보시길 권장합니다.




[카노루리] 여름날

 

잘 다녀왔어?”

 

 학교에서 마주친 카노우는 예전의 그 골목대장이 아니었다. 학교 야구부의 어엿한 투수가 되어 있었고 공식전에서도 몇 번 던지기도 했다. 카노우는 더 이상 중학 시절에 미하시에게 밀려 후보 투수를 전전하던, 초등학교 시절의 나를 괴롭히던 장난꾸러기 남자아이도 아니었다. 몸이 자라고 목소리가 변하면서, 그리고 갑자원이라는 한 목표가 생기면서 그는 달라졌다. 그리고 그 목소리가 어색해 나는 그를 만날 때마다 고개를 돌리곤 했다.

 

, .”

이겼다며?”

.”

삼진은 몇 개나 잡았어?”

 

 렌 말이야. 언제부터였을까. 그의 입에서 나오는 이름 중 가장 많은 빈도수를 차지하는 의 이름에 대해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 건.

 

직접 물어보면 되잖아!”

 

 그리고, 나는 늘 이런 식이다.

 

 

* * *

 

 

 루리! 이것 봐! 하고 들이민 손가락 끝에는 꿈틀거리는 벌레가 있어서 싫었고, 골목을 울려대는 큰 목소리가 싫었고, 그 옆에서 훌쩍이는 렌을 달래주는 일도 싫었고, 모든 것이 다 싫어서 마주치는 것조차 피했었는데 왜일까. 같은 동네여서 그런지 너와 나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함께 다니게 되었다. 좋아하는 남자애와 함께였다면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이라니!’ 하고 반응했겠지만, 그게 너여서.

 

 카노우 슈고여서.

 

 파릇파릇하게 잎사귀가 올라오던 초여름, 흙먼지 날리는 운동장에서 멍하니 야구부를 바라보고 있던 나를 보고 안 가냐?” 하고 무심하게 묻던 너의 얼굴이 잠들기 직전이면 늘 둥실 떠올라서 잠을 못 이룬 것이 벌써 한 달이 넘었다. 정신 차려! 두 뺨을 찰싹찰싹 때려도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은 온기가 가실 줄을 몰랐다.

 그리고 그를 피해 다닌 것도 한창, 카노우가 훈련을 받느라 바빠 나에게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던 것이 다행이었다. 아마 티가 나지 않게 피해 다녔으니 이상하게 생각할 일은 없겠지. 내가 생각하는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는, 카노우가 내가 자신을 피해 다니는 것을 의식하는 것이었다. 웃긴 일이었다. 얼굴도 마주치지 못해 피하기 급급해하면서 어색해지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니. 이기적이었다.

 그리고 렌의 토세이와의 시합을 보러 다녀왔을 때, 그 때였다. 처음으로 카노우와 말을 나눈 것이. 너는 아무렇지도 않게 나에게 말을 걸었지. 살금살금 야구부 옆을 지나 교실로 걸어가던 나는 그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나도 모르게 그를 쳐다보았다.

 

루리!”

 

 아, 그의 입안을 거쳐 나오는 내 이름이 루리이길 잘했다고 생각하고 나서 나는 얼굴이 새빨개져 차마 뒤를 돌아볼 수 없었다. 그는 어느 새 뒤로 와서 서 있었다. 이제 나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커져 빛을 가리게 된 그가 내 바로 뒤에 있었다. “잘 다녀왔어?” 그가 물었고, 나는 대답했다. 그리곤 늘 똑같은 레퍼토리.

 

삼진은 몇 개나 잡았어? 렌 말이야.”

네가 직접 물어보면 되잖아!”

 

 얼굴도 쳐다보지 않고 빽 소리를 지른 뒤 쿵쿵거리며 운동장을 가로질러버렸다. 카노우는 무슨 얼굴을 하고 있을까. 내가 바란 것은 많은 것이 아니었다. 날이 더웠는데 괜찮았어? 수분 충전은 잘 했어? 등등의 이 아닌 루리의 안부를 물어주길 바랬는데. 여전히 다른 무엇도 아닌 야구에 포커스를 맞춘 그의 태도에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러버리고 말았다. 벙졌을 카노우의 표정이 눈에 훤했다.

 

.”

 

 그러나 여기서부터는,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이야기.

 

너 무슨 일 있었어?”

무슨 일이 있든, 네가 알게 뭐야?”

뭐야, 왜 그래?”

 

 나보다 키도 크고 다리도 긴 카노우가 나를 따라잡는 것은 일도 아니었을 것이다. 쫓아와서는 갑자기 팔을 붙잡고 휙 돌리며 한다는 말이 저런 것이었다. 나는 도대체 무엇을 바라고 말을 내뱉고 있는 걸까. 도무지 모르겠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배배꼬인 말들을 그에게 던지는 것뿐이었다.

 

너 요즘 이상해.”

 

 나는 확실히 이상하다.

 고개만 돌리고 쳐다보지 않던 나의 얼굴을 양손으로 붙잡고 카노우가 자신의 얼굴 쪽으로 돌렸다. 예상하지 못한 일에 나는 깜짝 놀라 이상한 소리를 내며 발버둥 쳤다.

 

뭐하는 거야!”

너 진짜 이상하다니까?”

 

 이상하긴 뭐가 이상해! 그의 양 팔을 붙잡고 떼어내려고 안간힘 썼으나 어느 새 굵어진 그의 팔이 단단하게 내 양 뺨을 붙잡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얼굴이 새빨개지고 말 거야. 나는 달아오르는 얼굴을 가라앉힐 재간이 없어 눈을 꾹 감았다.

 

너 왜 요즘 나 피해 다녀?”

 

 너야말로 왜 이렇게 오버야? 나는 당장이라도 배배 뒤틀린 속을 카노우에게 실컷 내뱉고 싶었지만 눈을 뜬 순간, 내 얼굴 앞에 가득 들어찬 새빨개진 너의 얼굴 때문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입을 꾹 다물었다. 너에게 붙잡힌 양 볼이 너무 뜨거워서. 날씨가 더워서인지, 내 얼굴이 뜨거워서인지, 네 손이 뜨거워서인지 모를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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