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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봇/셈한] 마생(魔牲) - prologue 본문

레트로봇

[또봇/셈한] 마생(魔牲) - prologue

승 :-) 2015. 8. 2. 21:12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ozH1C

*BGM이 존재하는 글입니다. PC에서 읽으실 것을 권장합니다.



[또봇/셈한] 마생(魔牲) - prologue

*이 글은 공포/잔인함을 담고 있는 글입니다. 거부감을 느끼시는 분은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기긱- 기긱- 무엇인가가 벽을 긁는 소리가 났다. 여느 때와 다름없을 테지. 길고 끝이 부러진 손톱. 그 손톱이 내 방 벽을 긁었다. 그 소리가 점점 가까이 들리고, 다시 내 시점은 바뀐다. 나는 방 모서리의 폐쇄회로 화면이 되었다. 방 전경을 모두 내려다볼 수 있는 그 시점. 나는 항상 그것이 두려웠다. 나는 마치 죽은 듯 침대에 누워있었다. 때로는 저것이 진짜 나인지, 아니면 가상의 인물인지 헷갈릴 때가 있었다. 거울을 보면서도 가끔씩 낯선 이의 얼굴이 거울에 비치곤 했다. 소스라치게 놀라 거울을 깬 것이 몇 번. 모두 이 악몽이 시작되고 나서부터였다.

 나는 고개조차 돌리지 못하고 방 모서리에 시야를 고정당했. 여전히 는 침대에 아무것도 모른 채 누워있고, 방 문쪽에서부터 무엇인가 를 향해 기어간다. 기괴한 모습이다. 팔 한쪽은 찢겨나간 듯 바닥에 피를 꿀럭꿀럭 내뱉고 있었고, 다른 한 팔은 누가 잡아 늘린 듯 길게 늘어져 분명 몸체가 바닥에 엎드려 있음에도 벽을 타고 올라가 벽의 무늬 하나하나를 긁어내리고 있었다. 까득, 까득, 여전히 기분 나쁜 소리는 계속되었다.

 ‘그것를 향해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그것이 몸을 움직일 때마다 관절이 꺾이는듯한 이상한 소리가 났다. 나는 당장이라도 귀를 막고 싶었으나 나는 눈을 감을 수도, 눈을 가릴 수도, 귀를 막을 수조차 없이 그저 눈알만 데굴데굴 굴릴 뿐이었다. 안 돼! 안 돼! 마음 속으로 크게 외쳤으나 들릴리 만무했다. 그것이 이윽고 침대 밑에 도달했고, 마치 뱀이 고개를 들 듯 허리가 뒤로 꺾인 채 를 응시했다.

 그것이 흡사 사냥 직전의 뱀이 취하는 행동이라 나는 늘 겪으면서도 늘 불안에 떨었다. 그리고 그것이 내 얼굴로 자신의 얼굴을 들이밀고, 찌직- 찌직- 우득- 하는 소리와 함께 를 먹어치우면, 이 꿈은 끝난다. 나는 극한의 고통과 구역감을 느끼며 잠에서 깬다. 조금만 버티면 된다. 그러나 나는 가 먹히는 장면을 더 이상 볼 수 없어 최대한 눈동자를 천장 쪽으로 돌렸다. 평소대로라면 지금쯤 피부가 찢기고 얼굴뼈가 으깨지는 소리가 났어야 했다. 그러나, 너무 고요했다.

 나는 살짝 눈동자를 내려 정면을 응시했다. 얼핏 보이는 방 안에서는 여전히 는 침대에서 고요히 잠들어 있었다. 그것은? 나는 나도 모르게 눈동자를 아래로 내려 그것을 찾았다. 여전히 침대 앞에 기이한 모습으로 허리를 꺾어 나를 쳐다보던 그것의 머리가 천천히 움직였다.

 

 끼긱- 끼긱- 녹슨 쇠가 돌아가는 듯, 부드럽게 돌아가지 못하고 뚝뚝 끊기는 움직임이었다. 안 돼. 그것의 머리가 점점 뒤로 돌아갔다. 옆으로 90도 이상 돌아가기 시작하자 내 심장이 쿵쾅쿵쾅 걷잡을 수 없이 뛰었다. 그것의 머리가 향하고 있는 쪽은 내가 매달려 있는 방 모서리였다. 고개가 180도 이상 돌아 이윽고 내가 있는 쪽을 향하게 된 머리에 나는 그 머리가 조금 더 돌아가길 바랬다. 제발. 제발. 나를 향한 것이 아니길. 이제껏 단지 방관자에 불과했던 내가. 대체 왜 발각된 건지 알 수 없었다.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이윽고, 그 머리가 위를 향했고, 눈알이 무엇에 박히기라도 한 듯 내 시선은 그것에게서 벗어날 수 없었다. 덥수룩하고 긴 머리카락의 형상을 지닌, 사실 그것이 얼굴인지도 알 수 없는 형체 속에서 붉은 두 빛이 형형히 빛났다. 저것이 눈동자일까. 나는 그 붉은 빛과 마주하는 순간 온 몸이 얼어붙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나는 그저 이 현실 같지 않은 악몽 속에서 어리둥절해 할 뿐이었다.

 눈이 마주치고 난 지 한참이 지나서야 나는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깨달았고 재빨리 시선을 돌렸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시선을 돌리지 말았어야했는데. 시선을 어디에 두던 시야에 걸리던 그것이, 나와 눈을 똑바로 마주친 채 자신의 목을 쭉 뻗기 시작했다. 있는 힘껏 뻗어도 한 뼘 이상은 늘어나지 않아야 할 목이 마치 고무가 늘어지듯 늘어져 내 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가늘어질대로 가늘어져 당장이라도 끊어질 듯한 목을 하고 그것이 나에게로 다가왔다.

 딱. . . 딱 하고 이처럼 보이는 것을 부딪히며 내게로 다가온 그것이, 내 앞에 뻔히 보이는 붉은 빛이, 나는 당장이라도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 분명 저 이는 나를 짓이기고 물어뜯을 것이다. 나는 알고 있다.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 것 같았다. 눈이라도 감고 싶었지만 누군가 눈꺼풀을 붙잡고 있는 것 같아 눈을 감지도 못하고 나는 그 끔찍한 형상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가까이서 본 그것은 생각보다 훨씬 흉측했다. 비린 물내가 진동하고, 썩어 문드러진 듯한 시꺼멓게 뭉그러진 얼굴, 그리고 그것을 뒤덮고 있는 비린 물이 뚝뚝 떨어지는 머리칼 사이로 주먹만한 눈알이 붉은 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툭 굴러 떨어질 것 같은 눈을 가지고 그것은 내 바로 앞으로 다가왔다. 만약 그것이 숨을 쉰다면 내 속눈썹이 파르르 떨릴만큼 가까웠다. 방 안이 마치 무언가 썩은 끈적한 액체로 가득 찬 것 같았다.

 한참동안 나를 응시하던 그것의 눈을 피하지도 못하고 나는 덜덜 떨었다.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는 것 같았다. 그리고, 딱딱거리며 이를 맞부딪히던 그것이 입을 다물었을 때, 일순간 방 안을 적막한 고요가 감쌌다. -. 마지막 소리가 끝나고 나는 청각이 아닌 다른 모든 감각에 신경이 쏠리기 시작했다. 내 바로 앞에 있던 그 얼굴의 입이 양쪽으로 찢어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웃는 얼굴이었다. 그것은 입꼬리를 자신의 눈 쪽으로 기괴하게 끌어올리며 웃고 있었다. 입 양쪽이 거친 칼에 찢긴 듯 너덜거렸다. 입의, 아니 볼 양쪽에서는 검은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고 썩은듯한 악취가 났다

 

 그리고 씨익 웃은 그것이 입을 열었다.

 

찾았다.”

 

 

 

* * *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두 잔째 들이붓고 있었지만 무거운 머리는 나을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밤을 새다시피 한 어제는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다. “찾았다.” 그 한 마디만을 남긴 그것은 그대로 목을 집어넣더니 다시 이상한 소리를 내며 방문 밖으로 나가버렸다. 평소처럼 잠에서 깨는 것이 아니라 그 모든 과정을 다 지켜본 후 새벽 동이 틀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던 나는 멘탈이 나갈 것 같았다. 그것은 분명 우리 집 안에 있었다. 꿈일 뿐이겠지. 쭉 빨아올린 컵 안에서는 덜그럭거리며 얼음이 컵에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빈 잔에 얼음만 계속 부딪히는데도, 나는 이상하게 계속 빨대로 음료를 빨아들였다. 평소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먹지 않는 편인데, 이상하게 끌려서 마신 것이 두 잔이었다. 머리가 무거워서 그랬겠거니 했는데 이상하게 빨대로 적막을 깨고 얼음에 유리잔을 부딪히는 행위가 계속 되자 나는 조금 의아해졌다. 게다가 축축한 유리잔을 손으로 붙잡고 있어 손가락 사이로 물이 스며 나왔다. 차갑고, 차가웠다.

 아무 생각 없이 그 행위를 반복하던 나는 까페 안을 둘러보다 한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머리를 뒤로 넘기고, 헤드폰을 목에 걸친 남자였다. 이상하게도 그에게 시선이 계속 가 나는 그를 한참동안 쳐다보았다. 그리고 곧 빨대를 질겅질겅 씹기 시작했다. 어찌나 씹어댔는지 빨대가 끊어져버리자 순간 딱- 하는 소리가 까페를 울렸다. 그리고 그 남자와 나는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그 남자가 벌떡 일어나 내 쪽으로 오기 시작했다. 빠른 걸음으로 내 앞에 다가온 남자가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악질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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