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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미하아베] Ice cream cake 본문

오오후리

[하루미하아베] Ice cream cake

승 :-) 2015. 10. 13. 22:00

[하루미하아베] Ice cream cake

 

 

 

 주세요 달콤한 그 맛, 아이스크림 케이크.

 

 길거리에서 들려오는 노래는 유행곡인 모양인지 여기저기에서 벌써 몇 번째인지도 모르게 들리고 있었다. 하루나는 니시우라 근처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샀다. 무슨 맛을 좋아하려나, 초콜릿? 의외로 녹차맛 같은 걸 좋아하려나. 한참동안 쇼윈도 앞에서 고민만 하던 하루나는 눈을 돌려 냉동 진열장으로 향했다. ‘이걸로 할까.’ 여러 가지 맛이 섞인 아이스크림 케이크에 눈이 간 하루나는 직원을 불렀다.

 

이걸로요.”

  

 가는데 몇 분이나 걸리세요? 친절한 직원의 응대에 하루나는 잠시 고민했다. 분명 학교로 가져가면 친구들이랑 다 같이 먹어버리겠지. 가급적 둘만 먹었으면 좋겠는데. 훈련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게 좋을까. 여러 가지 생각을 떠올리던 하루나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얼마 안 걸려요. 바로 먹을 거예요.”

그럼 드라이아이스는 조금만 넣어드릴게요.”

.”

 

 사실 생일 케이크에 아이스크림이 어울릴 정도로 더운 날씨는 아니었다. 517.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옷차림을 슬쩍 본 하루나가 괜히 오버했나, 싶은 생각에 뒷머리를 벅벅 긁었다.

 

 며칠 전, 오랜만에 만난 미하시는 생각보다 야위어 있었다. 훈련이 힘든 모양이었다. 물론 대학에서 훈련을 받는 하루나보다는 조금 낫겠지만, 그래도 조금은 헬쓱해진-아마도 하루나의 눈에만-미하시의 얼굴이 안쓰러워 이것저것 물어보자 미하시가 입을 열었다.

 

!, ,자기, 더워,,.”

 

 그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

 

 확실히 5월은 덥지. 더워. 고개를 끄덕거린 하루나가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든 손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니시우라 정문에 들어섰다. 길바닥에서는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이미 다른 학생들은 전부 집에 간 모양이었다. -- 하고 경쾌한 배팅 소리가 울려 퍼지는 운동장이 하루나를 불렀다.

 

드라이아이스 더 넣어달라고 할 걸.”

 

 미하시의 훈련을 지켜보는 것은 같은 투수로서도, 애인으로서도 참 재밌는 일이었다. 자신과는 달리 조금은 서투르고 어색한 몸짓이,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끝에서 뻗어 나오는 변화구는 하루나가 다시 한 번 미하시에게 빠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니시우라 부원들에게는 어쩐지 조금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었는데, 눈치 빠른 하루나는 그런 부원들의 입을 다물게 하기 위해 간식들을 잔뜩 사가게 되었다. 처음에는 감독도 못마땅하게 생각했지만, 가끔 직구를 던져주면 그래도 훈련이 되니까 괜찮을까, 가끔이고. 라는 생각으로 눈감아주곤 했다.

 그리고 특히, 하루나가 오는 날이면 미하시의 텐션이 크게 올라가서 그날의 피칭은 모두가 만족스러워하곤 했다. 미하시 역시 뿌듯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웃는데 그게 정말 마지못하게 사랑스러워서, 하루나는 당장이라도 마운드에서 미하시를 끌어내려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싶었다.

 배트가 야구공을 때리는 소리가 점점 가까이 들리고, 그제서야 하루나는 한쪽 손이 가볍다는 생각이 들었다.

 

, 부원들 간식 안 샀다.”

 

 하지만 이내 어깨를 으쓱하고 만 하루나는 당연하단 듯 발걸음을 더 빨리 했다. 오늘은 오롯이 너를 위한 선물만을 들고 가고 싶단 말이지.

 

 왜냐하면, 너의 생일이니까.

 

 

 

* * *

 

 

 

 아까부터 아베는 속에서 천불이 날 지경이었다. 가뜩이나 아주 가끔씩이라도 저 인간을 보는 것이 짜증이 나는데, 오늘은 아예 미하시에게 언질도 주지 않은 모양인지 깜짝 생일 파티를 하고 앉아있었기 때문이었다. 몸도 아직 제대로 안 풀었는데 와서는, 날도 그다지 덥지 않은데 아이스크림이나 먹이고.

 

. 많이 먹지 마.”

?”

 

 참견? 하루나가 한쪽 눈썹을 들어 올리면서 아베를 쳐다보았고 동시에 아베의 미간에는 주름이 잡혔다.

 

당장 다음 주가 연습 경기인데 배탈 나면 선배가 책임 질 겁니까?”

 

 그 말을 듣자 하루나는 미하시를 바라보며 , 조금만 먹고 가져가.” 하는 것이었다. 어째 더 짜증나는 모양새에 이제는 아베의 이마에 핏대가 불뚝 섰다.

 

. 니네 많이 먹지 마. 이거 렌 생일 선물이라고.”

 

 오죽하시겠습니까. 미하시 뒤에서 부원들에게 하루나가 소리를 바락바락 지르고 있었다. 숟가락은 부원들 숫자대로 꼬박꼬박 다 챙겨온 주제에 자기 애인 챙기는 꼴에 속이 부대껴 아베는 숟가락조차 들지 않았다. 분명 굳이 훈련이 시작하기 전도 아닌 후도 아닌 아주 애매한 시간대에 온 걸 보면 어떤 의도가 있음이 분명했다. 예를 들면,

 

특히 타카야. 넌 먹지 마.”

먹으래도 안 먹습니다.”

 

 이런 거라든지. 하루나는 이상하게 아베에게 묘한 질투심을 느꼈다. 아베 역시 알고 있었다. 다른 관계도 아니고 배터리인데. 그럴 만하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베는 그 질투에 대해 그런 거 아닙니다.’ 라든지, ‘미하시에겐 관심이 없는데요.’ 라든지의 말을 하지 않았다. 재밌기도 하고, 반쯤은 진짜 미하시에게 관심이 있는 것도 같고.

 

렌 몸도 안 풀었어요.”

먹고 풀어도 돼.”

 

 그치, ? 하고 말하는 하루나의 표정이 아베를 대할 때와는 딴판이었다. 아베는 당장이라도 저 잘난 선배의 얼굴에 공이라도 던지고 싶었다. 진짜 이거 눈꼴 시리다고. 미하시는 중간에서 역시나 바보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래, 좋겠지. 좋겠어. 대학 리그 최고 에이스가 애인인데다가, 가끔 스케줄도 멋대로 빼고 와서는 생일 챙겨주는 게 얼마나 감격스럽겠어. 젠장. 아베는 저도 모르게 악물고 있는 이에 턱이 뻐근해 정신을 차렸다.

 

. 그런데 말이야.”

 

 타지마가 입을 열었다.

 

둘이 진도는 어디까지 나갔어?”

 

 푸웁.

 

 동시에 니시우라 전원, 그리고 하루나는 입에 들어있던 아이스크림을 뱉었다. 물론 하루나는 기어코 렌의 케이크라며 먹지 않았지만, 어쨌든 얼굴이 새빨개져 콜록거리는 꼴이 적잖이 당황한 모양새였다.

 

, 둘이 애인이면 이런저런 것 할 거 아냐.”

 

 눈빛 하나 바뀌지 않고 말하는 타지마의 거침없는 발언에 모두는 감탄했다. 어쩜 저렇게 뜬금없는 말을 잘 할 수가!

 

사귄 지 6개월이나 넘었고.”

,토키 선,배는! ,학생이라, 우리랑, 진도, ,.”

 

 아 그러세요.

 

아니 미하시 그런 진ㄷ…!”

 

 이즈미가 재빨리 타지마의 입을 막고 어디론가 끌고 갔고, 그 모습에 다른 모든 이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야. 미하시가 제대로 못 알아들어서 다행이야. 그러나 모든 의미를 알아들은 하루나는 얼굴이 새빨개진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리고 곧 하루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미하시의 손목을 잡아 일으켜 세웠다.

 

이 녀석 오늘 내가 데려간다.”

,?”

타카야. 알아서 감독님께 잘 말해줘.”

 

 될 것 같습니까? 아베의 뿔난 목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하루나는 미하시의 손목을 끌고 걸음을 재촉했다.

 

따로 훈련시킬 테니까.”

 

 물론 그 훈련이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하루나는 원성이 자자한 니시우라 부원들을 뒤로 하고 유니폼 채의 미하시를 잡아끌었다.

 

, 대학 진도는 고등학교 때보다 훨씬 빨라.”

와아, ,렵겠다!”

 

아 진짜 어쩌면 좋지. 하루나는 모토키 선배의 특별 훈련이라니!’ 라는 생각으로 가득해져 반짝거리는 미하시의 눈망울을 쳐다보며 이마에 손을 짚었다.

 

이제부터 속성으로 가르쳐줄 테니까 잘 따라와야 돼.”

, !”

 

 물론 그게 네가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만. 하루나의 발걸음이 조금 더 뜨거워진 초여름의 공기를 갈랐다. 손목이 얌전히 붙잡힌 채 쫄레쫄레 따라오는 미하시를 데리고 어떻게 대학생의 진도를 가르쳐줘야 할지 엄청나게 고민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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