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4/07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ags
more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Big Wind-up!

[후루미유] 햇빛 본문

다이에이

[후루미유] 햇빛

승 :-) 2014. 11. 24. 00:04


"아, 조금 더 누워있어요.."

잔뜩 잠긴 목소리로 그가 말한다. 분명히 어제 일찍 잤잖아? 적어도 8시간은 잔 것 같은데.. 너나 누워있어, 난 물 좀 마실래. 하고 허리를 감고 있던 팔을 살짝 밀치자 그 팔에 더 힘이 들어간다. 어쭈,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맘먹고 더욱 힘을 줘 밀어내도 꿈쩍도 안한다. 나도 웨이트 많이 하는데 말이지.. 괜히 자존심이 상했다. 젊음은 이래서 좋구나~

팔을 밀어내던걸 멈추고 오늘 자율 연습 때 어떤 웨이트를 해야 이 몸을 따라잡을 수 있나 생각하고 있는데 후루야가 입을 열었다.


"어제 그 사람이랑은 무슨 사이에요?"

뜻밖의 주제에 나는 고개를 들어 후루야를 쳐다봤다. 어제...? 그 사람..? 후루야가 모를 만한 사람들 중 어제 만난 사람이라, 그렇게 따지자면 만난 사람이 되게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어제는 가을 야구 개회식이었으니까.

"누구?"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전혀 떠오르는 인물이 없어 되묻자 후루야가 짐짓 눈에 힘을 주고 쳐다봤다. 알면서 왜 그래요? 입이 댓발 나와 툴툴거리는 모습이 제법 귀여워 일부러 더 대답을 피했다. 그러자 후루야가 졌다는 듯이 한숨을 푹 쉬고는 말했다.

"왜, 그 금발머리.."

아, 메이? 반사적으로 이름이 튀어나오자 어째 나온 입이 두 배는 더 튀어나온 것 같다. 어제 만난 사람중에 금발머리가 누가 있겠나. 나루미야 메이 그 양아치 같은 놈 뿐이지. 그래도 반응이 귀여워 큭큭거리면서 쳐다보자 후루야가 누워있던 몸을 벌떡 일으켜 앉았다.


"친해요?"

후루야가 몸을 일으켜 앉자 큰 등치에 햇빛이 거의 가려졌다. 왠지 햇빛을 등지고 있으니까 조금 무섭다고 할까, 더 커보인다고 할까. 어째 여름보다 더 커진 것 같다? 하하.. 하고 헛웃음을 지으며 그대로 얼굴을 보고있자니 그 얼굴이 점점 가까워졌다.

"선배, 친하냐구요."

코가 닿을 정도의 거리에서 그가 말했다. 친하냐고.


"어- 중학교 때부터 알던 사이?"

흐음. 그가 이상한 소리를 냈다. 뭔가 웅얼거리는데 들리지가 않아 응? 하고 귀를 가까이 대니 귀를 콱 물어버린다.

"야!!!! 뭐 개도 아니고 어제부터 너무 문다???"

부어오른 귀를 감싸안고 저만치 떨어져도 후루야가 반응을 하지 않는다. 얼레, 원래 이렇게 떨어지면 슬금슬금 다가오는데. 오늘의 그는 그저 침대에 앉아 나를 빤히 쳐다볼 뿐이었다.

"야, 왜 그래?"

쓸데없이 이런 일에 진지하단 말이지. 이놈도 보면 은근히 자기가 화났다는 걸 아주 드러내면서 어필하는 스타일이다. 벌써 봐. 입은 댓발 나왔지, 맨날 슬쩍 더듬다가 발에 걷어채여도 또 능구렁이처럼 안아 오던 놈이 지 화났다고 시위하는 것도 아니고 눈에 힘을 주고 선배를...!

"그 사람 이름이 뭐에요?"

또 그 얘기다. 도대체 그 이름이 뭐길래! 확 그냥 저 불룩 튀어나온 볼따구를 꼬집고 싶었지만 얼굴이 무서워 참았다. 절대,  덩치차이가 꽤 나서 꼬집지 않는게 아니다.

"아 왜, 아까 말했잖아. 메이가 뭐. 그냥 중학교 때 친구였다니까."

"아니, 풀네임이 뭐냐구요."

"나루미야 메이. 왜, 나중에 붙기 전에 알아보려고? 우리 후루야군 다 컸네. 이제 혼자서도 잘하겠어."

그러자 이제는 더더욱 표정이 험악해진다. 아니 왜???? 물음표가 잔뜩 달린 내 얼굴은 안중에도 없는지 그저 자기 기분을 드러내기 급급한게 딱~ 그 나이대 어린애다. 몸만 컸지 원, 정신은 그냥 고등학교 2학년이구만.

"야, 왜 그래 진짜 무섭게."

"선배. 따라해봐요."

"??????"

"사."

"????사."

"토."

"토."

"루."

"?????????????"

뭐. 너 이름 뭐. 후루야 사토루 뭐!!!!! 하는 생각이 들자 그제서야 퍼뜩 정신이 들었다. 지금 내가 메이 이름으로 불렀다고 질투라도 하는거? 아이고. 이거 진짜 초등학생 어린애가 따로 없구만. 하는 생각이 들자 왠지 원하는 대답을 해주기가 싫었다.

"선배, 따라해 보라니까요? 루!"

"로."

"예?"

"야. 너 지금 질투하는거야? 내가 너는 이름 안 불러주고 메이는 이름부른다고?"

정곡을 찔렸는지 짓는 표정이 아주 볼만하다. 내가 이 맛에 키운다니까, 사토루 군♡ 그렇게 하나하나에 다 반응하니까 더 놀리고 싶은 거라고. 마운드에서는 표정관리 하나 기똥차게 하는 놈이 도대체 왜 내 앞에서는 장난 하나하나에 다 반응하는지 모르겠네. 뭐, 그러니까 조금이라도 귀염성이 있는 거지만.

"나도 이름, 불러줘요."

"글쎄~ 너가 스플리터 좀 더 안정적으로 낮게 던지게 되면 생각해 볼게."

이제는 아주 울상이다. 그러다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척척 옷을 입는다. 아니, 내가 아까 비켜달랠 때는 콧방귀도 안 뀌더니?

"야, 어디 가?"

"연습하러요."

야, 야! 부를 새도 없이 쾅- 문이 닫혀버리고 나는 벙찐 채로 멍하니 있다가 이내 배를 잡고 웃었다. 그래, 그렇게라도 연습 좀 해라! 한참을 낄낄대다 시계를 보니 아침 연습 시작 10분 전이었다. 씻지도 않았는데 일 났군. 슬슬 허둥지둥 옷을 챙겨 입으니 어느 새 햇빛이 눈에 내리쬐었다. 따듯하네~ 눈을 감고 잠깐 있었다. 사토루 냄새. 가만히 우리가 누워있던 자리를 매만지다 문을 나섰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