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4/07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ags
more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Big Wind-up!

[메이미유] 유리잔 속의 얼음 본문

다이에이

[메이미유] 유리잔 속의 얼음

승 :-) 2014. 11. 28. 19:01

[메이미유] 유리잔 속의 얼음 

 와드득, 그가 얼음을 깨물었다. 까페에는 사람이 제법 많았다. 그러나 지금 내 귀에는 그의 이빨이 얼음을 부수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짜증스런 표정이었지만 이번엔 달랐다. 마치, 폭풍전야와 같은 아주 불안한 상황이라고 할까. 그는 항상 짜증을 낼 때 생각을 거치지 않고 말을 했다. 그러니까 카즈야, 짜증난다고. 그 새끼랑 붙어먹는거 싫다고. 사람들이 많을 땐 제발 자제해달라고 그렇게 얘기했지만 그는 듣지 않았다. 그럴 정도로 자신의 감정을 아낌없이 드러내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 여기, 내 앞에 있는 이 사람. 조용히 얼음만 아작내는, 나루미야 메이. 이 상황은 아주, 아주 아주 위험하다.

어, 무슨 말이라도 해봐. 평소 같으면 넉살 좋게 얘기했겠지만, 아무래도 지금 이 상황에서 그런 말을 했다간 아구지가 날아갈 것 같아서(저속한 표현이었지만 정말 그럴 것 같았다) 함부로 입 밖에 내지는 못하고 입속에서만 웅얼거렸다. 그러자 그의 미간이 팍, 찌푸려졌고 나는 다시 한번 움찔했다.

"아 진짜 존나 짜증난다, 너."

그가 꼬고있던 다리를 풀어 반대쪽으로 꼬았다. 그 와중에도 뼈가 불균형해질까 걱정한 나는 어쩔수 없는 포수인걸까. 그는 다리를 꼰 채 상체를 쭉 내밀어 나를 응시했다. 경멸스런 눈초리. 지금 당장 짜증을 버럭 내고 싶어하는 입꼬리. 어떻게 하면 나를 가장 상처줄 수 있는 말을 내뱉을 수 있을까 생각하고 있는 듯한 저 눈. 

아, 저 빌어먹을 눈동자.

"너 아무새끼하고나 붙어먹지 좀 마. 니가 걸레새끼냐?"

생각보다 아주 의외의 주제로 들어온 카운터에 머리가 다 얼얼해졌다. 내 얼굴에 잔뜩 붙은 물음표조차 짜증스러웠는지 그는 다시 한 번 얼음을 입안에 넣고 와드득 씹었다. 그러나 나는 그것마저도 공포스러웠다. 뭐랄까, 일종의 암묵적인 예고였다. '기억해 둬. 이제 곧 네가 이렇게 될테니까.' 하고 보여주는 것 같았다고 할까. 나도 모르게 몸이 부르르 떨렸다.

"아, 뭔가 오해해고 있는 것 같은데-"
"오해는 씨발 무슨 오해."

 그러니까 요는 이거였다. 이번 합숙 훈련 때 후루야가 무릎을 다쳤고, 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런데 어떻게!! 정포수인!! 내가!! 안 가냐고!!!!!!!!!! 그 뿐이었다. 나는 하루 날을 잡아 후루야가 있는 병원에 다녀왔고, 단지 그 위치가 그의 가족들이 있는 홋카이도였을 뿐이다. 아 젠장, 그것 때문이었나. 단지 일박 이일이었을 뿐인데, 아. 그렇네. 
 하지만 맹세코 메이가 상상하고있는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아주 건전하게, 재활치료 프로그램을 보고, 감독님의 전령을 전하고, 안부를 전하고 안부를 묻는! 일개 야구부의 팀원으로서 너무나도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인데!!

"아니, 아무일도 없었어. 맹세코"
"그걸 나더러 믿으라고?"

 나 같으면 믿을 것 같은데.. 하긴 평소 메이의 성격을 미루어 짐작해 보았을 때, 그의 머릿속에선 이미 후루야와 내가 한판 질펀하게 놀아난 뒤의 상황이 벌어져있었을 것이 뻔했다. 저 변태 같은 새끼. 모든 사람들이 지 같은줄 아나. 멋도모르고 예전에 한번 그렇게 내뱉었을 때, 나는 정말 온몸이 다 물어 뜯기는 줄 알았다. 가뜩이나 이빨이 간지럽다며 관계 때 수차례나 물어대던 그 이빨이 오직 나를 물기 위해 존재하는 것만 같았다. 그러니까 존나 깨물렸단 말이다. 그 때, 나는 누구보다도 빨리 탈의실에 도착했고 누구보다 빨리 옷을 갈아입어야만 했다. 그런 전적이 있기에 나는 감정적인 반박을 삼갔다.

"너가 걱정하는 그런 일 없었어. 난 그냥 감독님 심부름으로 간 것 뿐이야."
"그럼 씨팔 왜 혼자 가."

 아무래도 그는 내 모든 반박에 대답을 준비해둔 듯 했다. 이 상태의 메이는 이길 수가 없다. 속이 배배 꼬여서 0.1초만에 생각 없이 툭툭 내뱉는 저 거친 말에 나는 상처받고, 힘들어해야만 했다.

"그거야, 갈만한 사람이 나 밖에 없었으니까."
"…갈만한 사람이 나 밖에 없었으니까."

 내 속을 꿰뚫은 듯이 내 말을 맞춘 그가 이럴줄 알았다는 듯이 한쪽 눈썹을 들어올렸다. 너는 맨날 그렇게 얘기하더라. 갈만한 사람이 너 밖에 없었다고. 

"나는 그런게 진짜 존나 싫다고."

 메이가 컵을 테이블에 쾅! 하는 소리를 내며 내려놨고, 일순간 사람들의 시선이 우리를 향했다. 나는 울고 싶어졌다.


*  *  *


 자리를 옮겼다. 화를 못이긴 메이가 결국 컵을 바닥에 집어 던졌기 때문이다. 와장창!! 하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컵이 산산조각 났고, 나는 내 앞에서 잔뜩 으르렁 거리는 메이를 대신해 직원에게 사과해야 했다. 그리고 까페를 나왔다. 우리는 누가 뭐랄 것도 없이 방을 잡았다. 나는 또 온몸이 잘근잘근 씹히진 않을까 겁을 먹었다. 하지만 이게 나은 방법일 수도 있다. 마치 그런 느낌이라고 할까, 사랑하는 연인이 화가 났을 때, '미안해. 어떻게 하면 네 화가 풀릴까? 차라리 한 대 때려.' 같은 느낌? 
 물론 내가 잘못한 일은 한 개도 없지만 말이다.

 평소같았다면 문을 채 닫기도 전에 달려들었을 메이였겠지만, 오늘은 뭔가 달랐다. 단지 침대 위에 앉아 잔잔히 숨을 고를 뿐이었다. 나는 그 모습이 마치 먹이를 사냥하기 전에 최대한 신중히 어떻게 효과적으로 죽일 수있을지 고민하는 맹수같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팽팽한 긴장감이 약 20분 간 이어졌고 나는 더 이상 버티다간 멘탈이 남아나지 않을 것 같아 몸을 일으켰다.

"할 말 없으면 갈 게."

 그러자 메이가 고개를 신경질적으로 치켜들었다. 그리고 벌떡 일어나 내 어깨를 잡았다. 나가? 지금 나간다고? 헛웃음을 지은 그의 눈동자가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나는 어디서부터 그를 설득해야 할지 상상도 가지 않아 한숨을 쉰 뒤 말했다.

"네가 무슨 생각 했는지 대충 알 것 같은데, 그런 일 없었어."
"그걸 내가 어떻게 믿어."

 또 한 번 한숨이 나왔다. 끝없이 회전하는 컨베이어 벨트에 갇힌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 해야 믿을래."

 그리고 나는 그 말을 한 지 10초만에 그딴 말을 내뱉은 나를 저주했다. 젠장. 어떻게 해야 믿긴, 저 또라이 같은 나루미야 메이, 그리고 지금 방을 잡은 이 장소. 결국에 도출되는 결론은 단 하나 뿐이다. 
 말이 끝나자마자 메이는 나를 쓰러트렸고, 이내 와이셔츠 단추를 끌러냈다. 아니, 사실은 두 개쯤 남겼을 땐 짜증스러웠는지 튿어버렸지만. 그리고 소매쪽의 단추도 다 튿어버리고 나서, 그 와이셔츠로 내 손목을 묶었다. 나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았다. 단지, 컵 안의 얼음이 된 느낌 뿐이었다.

"다 너 때문이야."

 메이가 어깨에 이빨을 박았다. 언제나 화가 나거나 질투가 날 때면 그는 내 어깨를 잘근잘근 씹곤했다. 내 어깨가 개껌이냐. 하고 핀잔을 주면 어엉, 달다. 얼마주면 팔래? 하고 온몸을 깨물었다.

"다 네가 이렇게 생긴 탓이야."

 곧 그는 어깨를 지분거리다 올라와 입술을 간지럽혔다. 그러다 콱, 눈 앞이 번쩍, 하고. 입술에 고스란히 느껴지는 통증에 나는 신음했다. 입술이 이빨 모양 그대로 잘린건 아닐까, 울컥울컥 느껴지는 피맛에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진짜 그 새끼랑 안 붙어먹었어?"

 입술이 퉁퉁 부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자 메이가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아, 정말 저 얼굴을 한 대만 때렸으면 소원이 없겠다. 이제까지 계속 말했잖아. 말할 때마다 입술이 아려 잔뜩 얼굴을 찌푸리고 말하자 메이가 다시 목 부근에 이를 박아넣었다. 

"씨발. 너는 안 그래도 다른 새끼가 덮치면 어떡해."

 헛웃음을 지었다. 세상에 시커먼 사내새끼랑 붙어먹는 시커먼 사내새끼는 별로 없단다. 너 같은 놈만 빼고. 입술만 안 아팠으면 이렇게 말해주는 건데. 물론 그랬다간 어떻게 될 지 불보듯 뻔하지만.

"다른 새끼랑 붙어먹으면, 내 눈 앞에서 너랑 그 새끼 둘 다 죽여버릴거야."

 존나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럽게. 알았어? 그가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말했다.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저 인간은 그러고도 남을 위인이지 암, 아마 나와 그 상대를 굶주린 사자 우리에 집어넣어서 잡아먹히는 꼴을 다리를 꼬고 쳐다보고 있는다 해도 놀라울 일이 없을 거다.

"카즈야. 대답해야지."

 그래. 피가 말라붙었는지 딱딱해진 입술로 나는 말했다.

 

'다이에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후루미유] 무제  (0) 2015.01.01
[쿠라하루] 지워지지 않는 흉터  (0) 2014.12.30
[후루미유] 길 위에 흩날리는 추억 上  (0) 2014.12.13
[메이미유] 팔각형의 공간  (0) 2014.11.27
[후루미유] 햇빛  (0) 2014.11.24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