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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봇/셈한] 너의 모든 것 본문

레트로봇

[또봇/셈한] 너의 모든 것

승 :-) 2015. 1. 20. 01:33

 

 *BGM이 존재하는 글입니다.

*가급적 PC에서 보시길 권장드립니다.

 

 

 

 

[또봇/셈한] 너의 모든 것

 

수업을 듣고 있던 중 무심코 눈을 감으면 순식간에 교실은 텅 비게 되고, 내 옆에 있는 이 사람의 모든 것에 내 감각은 집중된다. 사실 나는 그것을 가장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그는 몰라야만 해. 너의 모든 것은 나만 알고 있어야만 해. 나는 조용히 눈을 감는다.

 

텅 빈 교실 안에서 네가 침을 꿀꺽 삼키는 소리, 샤프를 톡톡 눌러 샤프심을 꺼내는 소리, 문제가 안 풀려 답답한 듯 머리를 긁적이는 소리, 책장을 넘기는 소리, 너는 책장 하나도 거세게 넘기는 법이 없었지. 혹여나 책이 망가질까 살살 책장을 넘기는 부드러운 소리. 그 섬세함에 나는 매료된다. 부드럽고 달콤해서 한 입에 넣어버리고 싶은 너. 너는 마치 푹신한 솜사탕과도 같다. 한 입 베어 물면 달콤함이 입 안에 퍼지지만 닿는 순간 사라져버려 눈으로 볼 수밖에 없는 그런.

 

눈을 뜨자 다시 원래의 교실로 돌아온다. 이제 나에게 주어진 감각은 시각. 나는 천천히 느릿하게 너를 쳐다본다. 물론 너에게 들켜서는 안 돼. 하지만 나는 조심스럽게 때로는 대담하게 시선으로 너를 핥아 나간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내 시선이 너를 담고 눈을 감아도 네가 기억날 수 있도록.

 

연하고 부드러운, 입에 물어들면 카푸치노 향이 날 듯한 결좋은 머리칼. 그 안에 덮인 넓지도, 좁지도 않은 딱 너와 어울리는 볼록한 이마, 그 밑으로 내려가면너의 그 눈동자가 나를 반긴다. 정면으로 보는 것은 가끔이지만, 그럴 때마다 내 심장은 쿵, 하고 가라앉아 올라오지 못한다. 내 마음은 호수요, 그대 노 저어 오오. 나는 네 눈동자가 마치 호수 같다고 생각한다. 깊고 일렁이는 아름다운 호수. 그런 네 눈동자 속에서 나는 너를 향해 노 저어가는 사공.

 

꾹 다물고 있는 저 입에 입을 맞추고 싶다는 불경한 상상을 한 적이 얼마나 많은지 너는 모르겠지. 그런 상상을 할 적마다 내 입술은 달싹이고 얼굴엔 열이 올라 입술이 훅 하고 말라버린다. 말라버린 입술이 헛헛해 몇 번이고 침을 묻혀 어느 새엔가 죄 터버렸었지. 그런 나를 보고 너는 입술 보호제를 선물했었고 나는 웃었다.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선물을 받고 참을 수 없는 감정에 나는 그저 싱긋 웃고 말아버렸다.

 

나는 숨을 훅 들이쉬었다. 이번엔 후각인가. 교실 안의 사람들이 전부 다 섞여버려 내는 향취의 진동 속에서 너의 체취를 찾으라면 나는 단번에 찾아낼 수 있다. 이렇게 단언하는 이유는 네 체취가 나에게 있어 그 누구보다도 향기롭기 때문이지. 나는 네 향기 덕에 가끔 이런 재밌는 생각을 한다. 꿀벌을 이해하곤 해. 그들도 달콤한 꽃향기를 찾아가지. 꽃들은 향기를 뿜으며 벌들을 유혹한다. 사실 너도 그런 게 아닐까. 나를 유혹하기 위해 그렇게 매력적인 향기를 흩어내는 게 아닐까. 수만 번을 그렇게 생각하곤 나는 고개를 젓는다.

 

사실 이런 생각도 했었다. 네가 향수를 뿌리는 건 아닐까. 옷에 배어있는 섬유유연제 냄새가 아닐까. 나는 그래서 네 옷을 당장이라도 벗기고 그 아래 놓인 연한 살의 냄새를 맡고 싶었다. 살 냄새. 아기들에게서 날 것만 같은 포실한 분내가, 너에게도 날 것 같았다. 그 생각을 하니 나는 어쩐지 참을 수 없어져서 고개를 떨궜었다. 나는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었지.

 

그러나 네가 나에게로 시선을 돌리는 순간, 나는 화들짝 놀라 나도 모르게 시선을 파르르 헤쳐버린다. 묘한 죄책감과 함께 올라가는 입꼬리. 어쩔 수 없는가보다. 너의 모든 것을 알고 싶은 내 욕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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