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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봇/셈한] 아름다운 밤 본문

레트로봇

[또봇/셈한] 아름다운 밤

승 :-) 2015. 1. 29. 00:00

 

*BGM이 존재하는 글입니다.

*가급적 PC에서 보시길 권장드립니다^^

 

 

 

[또봇/셈한] 아름다운 밤

 

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둘의 뺨을 스쳤다. 9월 달의 강바람은 차가웠다. 둘의 얼굴이 찬바람에 조금씩 터가고 있었다. 세모가 하나를 품에 안고 자신의 자켓을 벗어 덮어주었다. 이미 주변은 인산인해였다. 최대 규모의 불꽃놀이를 한다는 소식에 사람들이 전국에서 몰려든 것이다. 다행히 일찍 와서 자리를 잡아준 세모 덕에 하나는 잘 보이는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아마 차하나는 내가 아침부터 와서 자리를 맡아뒀다는 걸 모르겠지. 세모는 그렇게 생각하며 킥킥 웃었다. 그저 품 안에 얌전히 안겨있는 하나의 머리칼을 쓰다듬을 뿐이었다.

 

돗자리 위에 앉아 하나를 안고 있으며 강바람을 맞고 있으니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었다. 하나 역시 세모의 가슴에 머리를 기대서 편하게 눈을 감고 있었다. 두 사람의 광경은 평화 그 자체였다. 차가운 강바람도 그들에겐 그저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과도 같았다.

 

해가 점점 떨어져 주위가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했다. 해가 모습을 감출수록 사람들의 들뜸은 더욱 더 커져만 갔다. 이미 주변은 축제의 분위기였다. 배고프지 않아? 세모가 물었고 하나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고개를 저을 때마다 가슴에 느껴지는 동글동글한 하나의 머리통 때문에 세모는 자꾸만 하나가 부정할 만한 물음을 묻고 싶어졌다. 밥 먹을래? 세모는 곰곰이 생각하다 같은 말을 물었고 하나는 또 다시 고개를 저었다. 간질간질, 세모의 입꼬리가 다시 올라갔다. 음료수 먹을래? 세모가 다시 한 번 물었고, 하나는 고개를 뒤로 돌려 세모를 바라보았다. 안 먹을래. 그리곤 다시 품으로 파고드는 차하나. 순식간에 얼굴이 새빨개진 권세모.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아도 좋았다. 세모는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자꾸 웃음이 나왔다. 벌써부터 이렇게 기분 좋으면 이따 불꽃놀이 시작하면 심장이 터져버릴텐데. 말도 안 되는 걱정을 진지하게 한 세모가 동그란 하나의 머리통에 쪽, 하고 입을 맞췄다. 그러자 하나가 고개를 양 옆으로 갸웃거렸다. 다시 한 번 쪽, 뒤뚱뒤뚱. 세모는 고개를 흔들거리는 하나의 머리가 마치 오리가 걸으면서 뒤뚱거리는 엉덩이 같다고 생각했다. 아기 오리 같은 차하나. 하나를 안고 있던 세모의 팔에 힘이 꽉 들어갔다. 숨 막혀 권세모. 하나가 고개를 숙여 세모의 팔을 앙 물었다. 하는 행동 하나하나마다 사랑스럽지 않은 게 없는 사랑스러운 차하나. 내가 좋아하는 차하나.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차하나.

 

몇 시간인지 모를 시간이 지났다. 세모에겐 몇 분이나 다름없었을 시간. 조금 더 늦게 갔으면, 하고 바랬던 시간은 야속하게도 8시를 알렸다. 이윽고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두운 밤하늘을 가르며 불꽃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피이익 하고 바람 가르는 소리를 내며 올라가던 불씨 하나가 공중에서 화려하게 꽃을 피웠다. 순식간에 주변이 밝아졌고, 시끌시끌하던 사람들은 이내 조용해졌다. 곧 이어 다른 색의 불씨가 하늘로 피어오르고, 또 다른 색의 꽃을 아름답게 피워냈다. 사람들이 와아-하고 어린아이 같이 솔직한 환호소리를 내었다. 불꽃들은 차례차례로 자신의 몸을 하늘에 던졌고 화려하게 자신의 할 일을 마무리 지었다. 사람들의 눈이 불꽃으로 가득해 반짝였다. 그리고 하나의 얼굴도 불꽃에 의해 환하게 빛이 났다. 하나의 눈동자는 불꽃으로 가득했다.

 

볼이 발그레해진 채 하나는 박수를 치며 어린 아이처럼 좋아했다. 세모야, 봤어? ? 진짜 예쁘다! 하나는 까르륵 웃으며 마냥 좋아했다. 하지만 세모의 눈은 불꽃이 아닌 하나의 옆모습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불꽃이 하나 피어오를 때마다 세모는 하나의 볼에 쪽 입을 맞췄다. 하나는 사람들이 본다며 세모의 입술을 밀어내었지만, 세모는 어차피 불꽃에 관심이 쏠려 아무도 못 볼 거라고 막무가내로 하나에게 입술을 들이밀었다. 하나는 졌다는 듯 얌전히 볼을 내주었다. 불꽃이 또 피어오르고, 이번에도 쪽. 피이익, . 피이익, .

 

발그레한 볼, 반짝반짝한 눈, 살짝 벌어진 입. 세모는 그 모습을 한 눈에 담았다. 예쁜 차하나. 세상에서 제일 예쁜 차하나. 내 차하나. 세모는 하나의 머리에 자신의 볼을 부볐다. 여전히 불꽃이 밤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마치 까만 도화지에 밝은 색 물감들을 뿌리는 것처럼. 세모도 고개를 들어 불꽃을 바라보았다. 아름다운 광경에 세모도, 하나도 넋을 잃었다. 둘은 그렇게 잠시 불꽃을 쳐다보았다. 이윽고 하나가 입을 열었다.

 

오길 잘 했다.”

 

그 작은 입술이 벌어져 이 상황에 대해 만족스러운 단어를 뱉어내고 있었다. 마치 아기가 옹알이 하듯. 세모는 그것을 정성스레 들었다.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귀를 기울여 온몸으로 그의 말을 받아들였다. 순간 이 축제에서 가장 화려한 불꽃들이 밤하늘을 수놓았고 사람들의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그와 동시에 그런 세모의 마음에 날아와 퍼진 하나의 목소리.

 

고마워 세모야.”

 

시끌벅적한 주변 소리에도 불구하고 세모는 똑똑히 들었다. 늘 언제나 그의 목소리만큼은 아무리 시끄러워도 또렷하게 들렸지만, 이 때처럼 그의 마음에 정통으로 카운터를 날린 한마디는 없었던 것 같다. 적어도 지금 세모는 그렇다고 생각했다. 평소에 로맨틱한 분위기를 그렇게 원하던 하나에게 로맨틱이 뭔데?’ 하고 부러 장난스럽게 대꾸하던 세모는 이제야 하나가 말하던 로맨틱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세모는 올라가는 입꼬리를 주체할 수가 없었다. 하나를 품에 안고 마구 자신의 볼을 부비며 그에게 말했다.

 

사랑해, 하나야.”

 

나도. 하나가 그렇게 말했고 밤하늘엔 여전히 불꽃이 자신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뽐내고 있었다. 세모는 하나를 품에 안고 볼에 마구 입을 맞추며 어떤 여배우의 수상소감을 떠올렸다. 세모는 그 여배우의 심정을 알 것 같다고 생각했다. 감격스러우면서도 벅차오르는, 너무 기뻐서 어쩐지 눈물이 날 것 같은 마음.

 

아름다운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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