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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봇/공한] 꽃잎 하나 본문

레트로봇

[또봇/공한] 꽃잎 하나

승 :-) 2015. 1. 24. 01:27

[또봇/공한] 꽃잎 하나

 

온디님, 동백님과 함께 한 미니 전력입니다.

전력 10분이라 많이 짧은 조각글입니다!

 

 

 

꽃잎 하나, 좋아한다. 꽃잎 둘, 안 좋아한다. 꽃잎 셋, 좋아한다. 꽃잎 넷, 안 좋아한다. 꽃잎 다섯, 좋아한다.

 

꽃잎 여섯, 안 좋아한다.

 

하나는 한숨을 폭 쉬었다. 이윽고 다른 꽃을 찾았다. 미리 꽃잎 개수를 세어보는 것을 잊지 않았다. 정확히 일곱 개였다. 그리곤, 다시 시작. 꽃 잎 하나를 떼면서 하나의 심장도 콩콩 뛰었다. 그 아이도 나를 좋아할까? 별거 아닌 사소한 꽃잎에 하나의 기분이 오락가락했다. 이번에도 안 좋아한다. 왜지? 시작을 잘못했나 보다. 하나는 눈꼬리를 잔뜩 내린 채 시무룩해 했다.

 

무슨 일이야?”

 

누군가 뒤에서 물어왔다. 익숙한 냄새, 익숙한 온도. 향기가 가득한 이 정원에서라도 당장에 찾아낼 수 있는 너의 모든 것. 하나는 그 달콤함에 미소 지었지만 이윽고 화들짝 놀라 손에 들고 있던, 이제는 중간만 남아버린 꽃을 던져버렸다. 파르르, 손에 남겨져있던 꽃잎들이 허공에 흩어졌다. 그는 뒤에서 무슨 표정을 짓고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설마 내가 하는 말도 다 들었을까, 하나는 가만히 입술을 깨물고 바닥에 떨어져버린 꽃을 새초롬히 노려보았다.

 

그러자 뒤에서 하나의 어깨를 통해 손이 하나 뻗어 나왔다. 길고 고운 손. 자연스럽게 하나의 등과 그의 가슴이 맞닿았다. 콩콩 뛰는 그의 심장. 그의 심장소리는 하나를 평온하고도 기분 좋게 만들었다. 그의 몸은 하나를 살짝 눌렀고 그의 팔은 앞에 놓여져 있던 꽃으로 곧장 향했다. 그의 손이 가벼운 손놀림으로 꽃을 꺾었다. 그 일련의 과정이 너무나도 정갈해서 하나는 그저 멍하니 지켜만 보았다. 아니, 사실은 가깝게 붙어있다는 것 자체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꽃잎 하나, 내가 차하나를 좋아한다.”

 

하나의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이제는 심장이 얼굴에서 뛰는 듯 팔딱거렸다. 어떤 말도 들리지 않았다. 그가 몸을 떼는 것이 느껴졌다. 꽤나 오래 붙어있었던 듯 떨어진 등이 서늘했다. 하나는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봤다. 그의 손에는 어느 새 다 뗀 건지 중간만 남은 꽃이 들려있었다. 그가 나를 보고 싱긋 웃었다. 나는 발개진 얼굴로 그를 보고 웃었다. 그저 웃었다. 왜인지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좋아한다가 나왔어, 하나야.”

 

하나가 올렸던 입 꼬리가 살짝 내려가며 벌어졌다. 이거 진짜 잘 맞는다. 그가 중얼거렸다.

 

내가 하나 진짜 많이 좋아하는데.”

 

그가 웃었고 바람이 불었다. 그의 등 뒤로 꽃잎들이 휘날렸다. 허공으로 날아오르는 꽃잎들, 우리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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