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Wind-up!
*BGM이 존재하는 글입니다. [또봇/셈한] 달이 떴다고 서신을 주시다니요* 새카맣게 어두운 밤하늘에 둥실 뜬 달이 참 밝습니다. 따로 등불을 켜지 않아도 새하얀 빛이 방에 가득 들어와 당신에게 쓰는 이 서신을 환히 밝혀주고 있으니까요. 그 곳 생활은 즐거우신지요. 권 형과 함께 자치기를 하며 놀던 어릴 적부터, 함께 글을 배우고 과거를 보러가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 우리는 그 긴 시간을 떼어내고 서로의 공간에서 서로의 일을 하며 잘 살고 있나봅니다. 사실은 조금 서운했습니다. 권 형이 잘 살고 있는지, 일은 힘들지 아니한지 궁금하였으나 차마 나보다 바쁠 형을 생각하여 쉬이 연락을 하지 못했었는데, 권 형 역시 그렇게 느낀 것일지는 몰라도, 꽤 오랫동안 연락을 주지 않으시더군요. 그러다 문득, 달빛..
[바이클론즈/화심피오] Walking through the night *기본 2기 설정이나 글로 풀어내기 편하게 변형한 점이 있습니다. 1. 벌써 몇 시간째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아이는 내 주위를 빙글빙글 돌았다. 감사합니다! 하고 환하게 웃던 그 아이. 어차피 부숴버릴 하나의 행성에 불과한 이 곳에서 쓸데없는 정을 붙이지는 말자고 단단히 결심하고 왔지만 어쩐지 올라가는 입꼬리는 막을 재간이 없었다. 아마 그래서 나는 여기에서 계속 그를 기다렸는지도 모를 일이다. 조금은 투박하게, 내 식대로 가르쳤지만 싫단 소리 없이 묵묵히 따라와 준 그 아이에게 흥미를 느껴서. 단지 그것 때문이다. 절대 다른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나는 스스로에게 그렇게 주문을 걸었다. 이제까지 수많은 전장을 헤쳐오고, 가장 전방에서..
[바이클론즈/화심x피오x셰이드] excídĭum *BGM이 존재하는 글입니다. 가급적 PC에서 읽으시길 권장합니다. 시가지는 쥐죽은 듯 조용했다. 살아있는 생명체의 소리라면 개미 한 마리 지나가는 소리조차 나지 않을 만큼 고요했다. 이상한 고요함이었다. 쿠르르릉, 하고 건물이 무너지는 소리가 멀리서 울렸다. 아무도 숨 쉬지 않고 아무도 울지 않는 기묘한 풍경 속에서 제일 이질적인 것은 회색빛의 시멘트 바닥에 맨몸으로 누워있는 어린아이였다. 기껏해야 열 살을 갓 넘긴 것 같은 아이는 죽은 듯 그곳에 누워있었다. 주변의 건물들은 모두 폭발에 날아간 듯 보였으나 아이의 외관은 멀쩡했다. 주변에서 콰득,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쌓여 있던 시멘트 무더기 속에서 어떤 기계 하나가 튀어나왔다. 프로펠러 한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