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Wind-up!
바람이 차다. 잠깐이라도 추위를 피할 겸 들어온 마트는 한창 저녁을 준비할 시간이라 점원들의 말소리로 북적였다. 딱히 살 것도 없었기에 카트도, 바구니도 들지 않은 채 마트 안으로 성큼 들어섰다. 그러다 문득 발걸음이 멈춘 것은, 할인 상품을 적어 놓은 전단지를 눈으로 쓰윽 훑다가 지나간 한 코너에서, 들려온, [하루미하] 사랑을 전하세요! 색색깔의 포장지에 잔뜩 감긴 무언가를 내민 것은 A반의 한 여자아이였다. 이게 뭐야? 라고 묻기도 전에 주변에선 환호성이 빗발쳤다. 생각보다 묵직한 무게의 상자를 받아들자 여자아이의 빨간 뺨이 이제는 터질 것만 같았다. “이게 뭐야?” 아이는 말이 없었다. 나는 슬슬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곧 끝나가는 점심시간을 이런 식으로 허비하고 싶지 않았는데. 머리를 긁적이곤 잠..
한 때는 네가 나의 모든 것일 때도 있었지. [하마이즈] - 균열(龜裂) 잠에서 깨자 느껴지는 공기가 차가워 나도 모르게 이불을 목 끝까지 끌어올렸다.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이라도 하듯 집안은 고요했다. 보일러라도 켜야 할 텐데. 차가운 바닥을 걷기 싫어 오들오들 떨고만 있던 와중에 문득 한 기억이 머릿속을 잠식했다. ‘야, 추워. 넌 안 춥냐?’ 그 말에 그는 내가 오는 날이면 늘 없는 돈에도 방을 따끈하게 데워놓았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그랬다. 오늘은 따듯하네? 나는 딱 한 번 그 말을 하곤, 이 집이 추웠었다는 사실 자체를 잊어버렸다. 그의 집은 늘 따듯했고 혹시라도 추운 날엔 그가 어떻게든 나를 따듯하게 해주려 애썼으니까. 한 겨울 날에도 추웠던 기억은 별로 없었다. 소용없는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