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Wind-up!
[하루아베] 뻔한 결말 「…씨의 차녀 시미즈 료코 …씨의 장남 하루나 모토키 둘이 인연을 맺어 1월 20일에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모두 참석하여 축하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러니까 넌 지금 이걸 나보고 축하해달라고 보낸거냐. 나도 모르게 담배에 손이 갔다. 이제는 텅 비어버린, 담배를 펴도 날아오는 잔소리가 없어서, 찌릿찌릿하게 째려보는 눈동자가 없어서. 그래서 텅 비어버린. 아무것도 없는 이 집구석이 허전하면서도 눈물나게 차가워서. 그래서 그래. 담배라도 없으면 이 집안에 온기라곤 없을 것 같아서. 라이터를 키면서 이 청첩장에도 불을 붙여버릴까 생각했다. 차라리 욕을 하면서 이놈의 종이를 불질러버릴까. 아니면 드라마처럼 찾아가서 깽판을 부릴까. 그런데 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그냥, 어떤 ..
[메이미유] 유리잔 속의 얼음 와드득, 그가 얼음을 깨물었다. 까페에는 사람이 제법 많았다. 그러나 지금 내 귀에는 그의 이빨이 얼음을 부수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짜증스런 표정이었지만 이번엔 달랐다. 마치, 폭풍전야와 같은 아주 불안한 상황이라고 할까. 그는 항상 짜증을 낼 때 생각을 거치지 않고 말을 했다. 그러니까 카즈야, 짜증난다고. 그 새끼랑 붙어먹는거 싫다고. 사람들이 많을 땐 제발 자제해달라고 그렇게 얘기했지만 그는 듣지 않았다. 그럴 정도로 자신의 감정을 아낌없이 드러내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 여기, 내 앞에 있는 이 사람. 조용히 얼음만 아작내는, 나루미야 메이. 이 상황은 아주, 아주 아주 위험하다. 어, 무슨 말이라도 해봐. 평소 같으면 넉살 좋게 얘기했겠지..
[메이미유] 팔각형의 공간 "와.. JSP쩐다." 화면 안에선 우람한 남정네 둘이 링에 피칠갑을 하며 서로의 얼굴을 두드리고 있었다. 링 내에 피가 고여 슬슬 비위가 상해갈 때 쯤 5라운드의 종이 울렸고 그렇게 두 선수는 각자의 벤치로 돌아갔다. 그러니까, 저딴게 뭐가 재밌다고 저렇게 보고있는거야? 하여간 보는 것도 지 같은 것만 본다. 완전 악취미. "미친... 사람 저 안에다 가둬놓고 개싸움 하듯이 싸움 붙이는게 정상이냐?" 들은 척도 안하네. 이미 마음은 저 관중석에 가 있겠지. 그러나 입을 잔뜩 내밀고 심판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저 사내의 모습이 꽤나 의외의 모습이어서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 아…! 승자는 조니 핸릭스입니다!! 정말 완벽한 경기였는데요. 티비에서는 그렇게 말했으나 내 앞의 남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