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Wind-up!
[또봇/셈한] 과학과 인간의 문명, 수506호. -3- 눈앞에 케이크가 들이밀어졌다. 우리 오늘 5년 째 만나는 날이야! 축하해, 세모야. 그리고 이제까지 우리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 케이크 위에는 초 다섯 개가 불을 밝히고 있었다. 초를 바라보고 있자니 세모는 일렁이는 불꽃 속에서 자신의 지난 5년을 보았다. 일생에서 도려내고 싶었던 지난 나날들. 그리고 겨우 찾은 이 곳에서 세모는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세모의 상태는 비유하자면 쓰레기 더미 속에서 상처투성이로 겨우 구조되어 치료를 받아 이제 첫 걸음마를 시작한 단계였다. 즉 언제 어디서 어떻게 그 걸음이 무너질지 아무도 모르는, 살얼음판 위에서의 한 발자국. “감사해요, 선생님.” 상담실 문을 닫고 나서 세모는 처음으로 웃음을 지었다. 이..
[또봇/셈한] 과학과 인간의 문명, 수506호. -2- 중간고사 대체 발표는 10월 10일에 할 예정입니다. 그 때까지 준비하세요. 교수님의 말씀이 끝나고 학생들은 한숨을 쉬었다. 하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교수님들은 항상 자기들 수업만 듣는 줄 알지… 하나는 책상에 엎드렸다. 그 모습을 슬쩍 본 세모가 하나를 툭툭 쳤다. 하나가 벌떡 상체를 일으켰다. 네? 순식간에 강의실 안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하나를 향했다. 벌써 주 2회 강의를 들은 지 2주가 지났다. 즉 세모와 하나가 같은 공간에서 함께 강의를 들은 게 벌써 네 번째나 된 것이다. 하나는 괜시리 다이어리에 붙여둔 시간표의 이 교양과목에 살짝 볼펜으로 동그라미 표시를 해두곤 부끄러워했다. 그런 의미였다, 이 교양 과목은. 하나가 느꼈던 혼란과 비..
*BGM을 클릭해서 들어주세요!* [또봇/공한] 열심(熱心) 너는 마치 동백과 같았다. 하얀 눈을 뒤집어쓰고도 고고하게 네 향기를 퍼뜨리는, 그런 아름다운 꽃. 나는 너를 보고 있으면 하이얀 도화지 위에 피를 뚝뚝 떨어트리는 듯 피어오르는 동백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동백은 떨어질 때 목을 떨구지. 그 자체로 피를 연상시키나 막상 생명이 다할 땐 피를 흘리지 않아. 깔끔하지. 마치 너처럼. 그래서 나는 너를 좋아한다. 좋아해. 좋아해. 좋아해. 사랑해. 사랑해서 너를 그대로 가두고 싶어. 넌 그대로 내게 동백으로 남아 있어 줬으면 좋겠어. 좋아해, 하나야. 하나는 다이어리를 덮고 뒷걸음질 쳤다. 하얀 조명에 닿은 손이 파르르 떨렸다. 덜덜 떨리는 손을 입에 가져다 댔다. 하나는 상황파악이 어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