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Wind-up!
빌어먹게도 더운 야구장이다. 분명 한창 더운 시간은 지난 지 오래인데, 2-3. 아슬아슬한 스코어와 등장한 4번 타자에 경기장은 들끓었다. 나는 보통 인도어형 인간이라, 야구도 늘 집에서 중계로 보곤 했다. 그런데 오늘은, 그러니까, 선배한테 끌려온 것이다. 야구는 직관이 제 맛이라며, 나를 나름대로 가장 좋은 자리에 앉혀 두었는데 TV보다 먼 타석에 딱히 구미가 당기지 않는 것이 사실이었다. 까앙-! 4번 타자의 야구 배트가 경쾌한 소리를 내며 크게 날아갔고, 동시에 2,3루에 나가 있던 주자들이 차례차례 홈 베이스를 밟았다. 관중석이 떠나갈 듯한 환호성에 가득 휩싸였다. 야구장에 환호성이 울려 퍼지는 때는 여러 상황이 있다. 타자가 안타를 쳤을 때, 그리고 그 타자가 타점을 올렸을 때, 지금처럼 역전..
RT이벤트에 당첨 되신 21ra님의 리퀘입니다!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지루하다. 수학은 완전 젬병인데. 자기가 안보는 사이 칠판 가득 적힌 수식들을 보며 권세모는 완전히 책상에 엎드려버리고 말았다. 엎드리면서도 시선은 여전히 한 군데에 꽂혀있다. 목적, 그러니까 이건 목적 때문이라니까. 권세모의 시선 끝에는 한 남학생이 걸려 있었다. 열심히 필기를 받아 적는, 수업시간에 조는 것이라곤 본 적도 없는 그런 모범생. 권세모의 외모나 수업태도와는 전혀 딴판이었다. 명령이어서 쳐다보는 것뿐이야. 어쨌든 수행해야 할 목적이 있으니까. 그럼 그럼. 권세모는 이제 본격적으로 소년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한쪽 팔로 턱을 괴고, 마치 예술품을 구경하는 양, 시선을 거두지 않고 그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를 눈에 담았..
다련님 생일 축하드려요!♡ “야 독고오공.” 퉁명스러운 권세모의 말에 고개를 박고 과제를 하고 있던 독고오공의 고개가 천천히 들린다. 왜? 하고 상냥하게 웃는 독고오공의 얼굴을 보자니, 씨…. 됐다. 소리가 절로 나온다. 그 말에 독고오공이 고개를 살짝 갸웃하더니 다시 수식이 잔뜩 펼쳐진 공책에 다시 코를 박았다. 아오, 저 눈치 없는 놈. 권세모는 애꿎은 빨대만 질겅질겅 씹었다. 뭐라고 써있는지도 모르는 수식 하나를 가지고 한 시간 째 저러고 있다. 천상 문과인 자신과는 달리 독고오공은 수학을 잘했다. 아니, 저걸 수학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하여간 독고오공은 저런 숫자도 영어도 아닌 걸 참 잘했다. 너-무 잘해서 한 번 문제를 풀기 시작하면 적어도 한 시간은 같은 자세로 미동도 안한다는 게 문제라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