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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 Wind-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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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봇/셈한] desde ya! ‘우리 결혼하자.’ 그 때 뺨을 쳐버렸어야 하는 건데. 하나는 손이 근질거린다는 듯 애꿎은 펜을 집어 던졌다. 그 말이 있은 이후로 3년, 결혼이라는 달콤한 말에 꾀어 권세모와 같이 산 세월이 장장 3년이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회사도 가깝고 하니 집세도 아낄 겸 같이 산다고 거짓말을 했지만, 그 같이 사는 공간에서 여느 동거인과는 다른 별별 짓을 다 하는 것이 문제였다. 아마 부모님과 친구들은 모르겠지. 권세모가 이렇게 더럽고 지저분한 인간이었는지. 그 생각을 하니 하나의 머리에 핏줄이 하나 불뚝 섰다. 어제만 해도 그랬다. 평소엔 관심도 없던 건담 프라모델을 잔뜩 사들고 오더니 조립을 한답시고 집안을 잔뜩 어질러 놓곤 못하겠다며 잠든 것이다. 당연히 뒷정리는 하나 몫이..
[또봇/셈한] 그 사랑의 무게 하나는 반지를 만지작거렸다. 20년 간 아무것도 걸치지 않았던 손가락에 무엇인가가 들어간다는 것이 마치 족쇄 같이 느껴졌다. 네 번째 손가락을 차갑고 딱딱한 금속이 둘러싸고 있는 느낌이 썩 좋은 것은 아니었다. 익숙해진답시고 잘 때도 반지를 끼고 자던 하나였다. 그러나 일어나보면 늘 반지는 이불 안 어딘가에서 굴러다니고 있어서 그것을 찾는 데에만 몇 시간이 걸렸다. 무의식중에, 불편함을 느끼고 빼 버린 거겠지. 하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세모가 20살이 되는 해 첫날에 함께 종소리를 들으며 내민 반지였다. 그러니까, 서로 연인이 되었다는 증표인거지, 이거? 하나가 물었고 세모는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세모의 손에도 같은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하나는 세모와 자신의 손을..
*BGM이 존재하는 글입니다만, 제가 그냥 쓰면서 들었던 노래라 굳이 클릭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노래 렉 걸린거 아니고 원래 노래니까 걱정 마세요...ㅎㅎ [또봇/셈한] 딸기맛 프로틴 소년의 팔이 파르르 떨렸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바닥이라도 금세 맞닿을 것만 같은 얼굴이 새빨갰다. 이제 위로 올라가기만 하면 된다. 팔에 힘을 주고 그대로 바닥을 밀어냈다. 그리곤 쿵, 소년의 코가 바닥과 만났고 아악! 소리를 지른 소년이 코를 감싸 쥐었다. 무슨 일이냐며 놀라 달려온 쌍둥이 동생이 바닥에서 코를 쥔 채 누워있는 형을 보고 낄낄 웃었다. “뭐야 차하나, 운동했냐?” 아니야! 소년은 짐짓 눈을 흘겼다. 동생은 여전히 능글거리는 웃음을 지으며 소년을 놀렸다. 이제까지 내가 그렇게 운동하랄 땐 안하더니..
*BGM이 존재하는 글입니다. 가급적 PC에서 읽어주시길 권장합니다. [또봇/공한]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날이 춥다. 입에서 뿜어져 나온 입김이 하얀 형체를 허공에 나타냈고 곧이어 날아다니며 흩어졌다. 나는 자꾸자꾸 숨을 내뱉었다. 속 안에 뜨거운 응어리가 져있는 것만 같아서, 그것을 토해내지 않으면 안 되는 것 마냥 나는 그렇게, 입김으로 시야를 가리고 또 가렸다. 추워서인지 코끝이 시큰했다. 어쩐지 눈물이 날 것만 같았지만 나는 그대로 내 앞에 놓여진 그 길을 걸었다. 수첩을 들고 나왔다. 잠시 쉬었었지만 글을 다시 써야했기 때문이다. 그 일이 있고 나서 첫 외출이었다. 웃음이 나왔다. 날은 여전히 추웠지만 그 추위 속에 흘러드는 햇빛이 2월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
*BGM이 존재하는 글입니다. 가급적이면 PC에서 읽어주시길 권장합니다.^^ [또봇/셈한] 교실 안, 너의 입술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 조용한 교실, 모든 학생들이 고개를 숙이고 필기에 열중하는 시간. 그리고 나는 너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 세모는 하루의 시간 중 이 시간을 가장 좋아했다.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오롯이 자신만의 하나를 즐길 수 있는 시간. 세모는 주위를 슬쩍 둘러본 후 하나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하나의 동글동글한 머리통서부터 천천히, 눈동자를 아래로 내리기 시작하면, 정갈한 앞머리에 가려진 눈썹, 조그맣지만 오똑한 귀여운 코. 오늘도,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최고인 내 차하나. …딱 한 가지만 빼면. “야 차하나.” 세모가 바로 옆에 있는 사람에게나 들릴만한 목소리로, 하..
[또봇/공한셈] Lucid Dream 나는 잠에 드는 것이 무서웠다. 밤이 무서웠고 새벽이 무서웠다. 또 다시 찾아올 그것에 나는 아무리 발버둥 쳐도 벗어날 수 없었고 깨어날 수 없었다. 가위는 아니었다. 꿈속에서는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도 있었고 불편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내가 이렇게 그것을 두려워하는 것은 나의 성격 탓이 아닐까. 무언가를 갖고 싶다고 생각하면 나는 그것을 가져야만 했다. 그렇지 못하면 며칠 밤낮을 괴로워했고 결국 그것을 얻고야 말았다. 그런 나의 성격이 무의식에 반영되어서인지, 아니면 정말 꿈의 요정이 장난이라도 치는 것인지 요즘 나는 절대 채워지지 않는 소유욕 때문에 괴로움에 시달리는 꿈을 일주일 째 꾸고 있었다. 그래서 그랬다. 잠드는 것이 무서웠다. 그러나 버티고 버티다 못해..
*BGM이 존재하는 글입니다. *가급적 PC에서 보시길 권장드립니다^^ [또봇/셈한] 아름다운 밤 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둘의 뺨을 스쳤다. 9월 달의 강바람은 차가웠다. 둘의 얼굴이 찬바람에 조금씩 터가고 있었다. 세모가 하나를 품에 안고 자신의 자켓을 벗어 덮어주었다. 이미 주변은 인산인해였다. 최대 규모의 불꽃놀이를 한다는 소식에 사람들이 전국에서 몰려든 것이다. 다행히 일찍 와서 자리를 잡아준 세모 덕에 하나는 잘 보이는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아마 차하나는 내가 아침부터 와서 자리를 맡아뒀다는 걸 모르겠지. 세모는 그렇게 생각하며 킥킥 웃었다. 그저 품 안에 얌전히 안겨있는 하나의 머리칼을 쓰다듬을 뿐이었다. 돗자리 위에 앉아 하나를 안고 있으며 강바람을 맞고 있으니 더 이상 바랄 것..
[또봇/공한] 꽃잎 하나 온디님, 동백님과 함께 한 미니 전력입니다. 전력 10분이라 많이 짧은 조각글입니다! 꽃잎 하나, 좋아한다. 꽃잎 둘, 안 좋아한다. 꽃잎 셋, 좋아한다. 꽃잎 넷, 안 좋아한다. 꽃잎 다섯, 좋아한다. 꽃잎 여섯, 안 좋아한다. 하나는 한숨을 폭 쉬었다. 이윽고 다른 꽃을 찾았다. 미리 꽃잎 개수를 세어보는 것을 잊지 않았다. 정확히 일곱 개였다. 그리곤, 다시 시작. 꽃 잎 하나를 떼면서 하나의 심장도 콩콩 뛰었다. 그 아이도 나를 좋아할까? 별거 아닌 사소한 꽃잎에 하나의 기분이 오락가락했다. 이번에도 안 좋아한다. 왜지? 시작을 잘못했나 보다. 하나는 눈꼬리를 잔뜩 내린 채 시무룩해 했다. “무슨 일이야?” 누군가 뒤에서 물어왔다. 익숙한 냄새, 익숙한 온도. 향기가 가득..
*BGM이 존재하는 글입니다. *가급적 PC에서 보시길 권장드립니다. [또봇/셈한] 너의 모든 것 수업을 듣고 있던 중 무심코 눈을 감으면 순식간에 교실은 텅 비게 되고, 내 옆에 있는 이 사람의 모든 것에 내 감각은 집중된다. 사실 나는 그것을 가장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그는 몰라야만 해. 너의 모든 것은 나만 알고 있어야만 해. 나는 조용히 눈을 감는다. 텅 빈 교실 안에서 네가 침을 꿀꺽 삼키는 소리, 샤프를 톡톡 눌러 샤프심을 꺼내는 소리, 문제가 안 풀려 답답한 듯 머리를 긁적이는 소리, 책장을 넘기는 소리, 너는 책장 하나도 거세게 넘기는 법이 없었지. 혹여나 책이 망가질까 살살 책장을 넘기는 부드러운 소리. 그 섬세함에 나는 매료된다. 부드럽고 달콤해서 한 입에 넣어버리고 싶은 너. 너는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