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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 Wind-up!
*BGM이 존재하는 글입니다. 가급적 PC에서 읽어주시길 권장합니다. 당신의 첫 키스는 언제입니까? 식탁에 앉아 하릴 없이 인터넷으로 웹 서핑을 하는 도중 식상하기 그지없는 문장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첫 키스라. 첫 키스의 기억을 떠올려보자면, 셀 수도 없다. [또봇/셈한] 당신의 첫 키스는 언제입니까? 굳이 ‘처음’으로 한 키스를 꼽자면, 아니, 키스라기 보단 입맞춤 정도일까.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멋도 모르고 놀이터에서 미끄럼틀을 타다가 부딪쳤을 때? 그러니까, 입술과 입술이. 처음엔 그게 무엇인지도 모르고, 그저 당황스러운 기분에 서로 자신의 입을 막기에 급급했지. 아니, 사실은 알고 있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심지어 만화영화..
이별이라는 게 참 그렇다. 그만 만나자. 라는 말을 꺼내기까지 걸린 시간에 비해 관계가 두 동강 나는 시간은 너무나도 짧다. 사실 그 한 마디로 이제까지 가지고 있었던 감정을 우두둑 뜯어내 버린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단지 이별이란, 그 말을 하면서 ‘앞으로 나는 너를 내 인생에서 조금씩 지워버릴 거야.’ 라고 내 자신에게 다짐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나는 너를 아직 보낼 준비가 안 되었다. 내가 먼저 이별을 선고했지만, 웃기게도, 나는 당장 네가 없는 하루를 상상조차 할 수가 없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나는 어둠이 무서워 방의 불을 끌 수조차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네가 없는 어둠이 무서워서. [또봇/공한] 유실물(遺失物) 저녁 10시, 네가 연구실에서 퇴..
“아.” 또 이런다. 하나는 또 다시 눈을 비볐다. 요즘 들어 자꾸 이러네. 간지럽지도 않은 눈을 비비자니 금세 발갛게 부어오른 눈꺼풀이 화끈거렸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밝아지지 않는 시야에 하나가 눈살을 찌푸렸다. 한 6개월 정도 됐을까, 길을 걸어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눈앞이 흐려지더니 머리가 어지러웠다. 밥을 안 먹어서 그런가?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은 하나가 가방에서 사탕을 하나 꺼내 먹었다. 그 뒤로도 몇 번 눈앞이 흐릿해진 적이 있었지만 요즘은 특히 더 심해졌고, 그 빈도도 잦았다. 눈을 몇 번 깜빡이던 하나가 고개를 휘휘 저었다. 기분 탓인가. 눈이 나빠졌나. 안경을 맞춰야겠다고 생각한 하나가 바쁘게 발걸음을 옮겼다. “악!” 순식간에 눈앞에 가까이 다가온 바닥에 하나가 가까스로 팔을 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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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봇/셈한] 복수 *에반게리온 AU입니다.*에반게리온에 등장하는 에바는 로봇형 인조인간으로, 파일럿이 직접 로봇과 연결되어 움직일 수 있는 구조입니다. LCL이라는 인간의 혈액과 비슷한 액체와 플러그 슈트를 통해 싱크로율을 높이고, 파일럿이 원하는 대로 움직입니다. 신경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기체에 손상이 가해지면 파일럿도 그 충격을 고스란히 받게 됩니다.*사도란 에반게리온 세계관에서 등장하는 빌런 중 하나입니다. *AT필드는 파일럿의 능력에 따라 펼칠 수 있는 방어막 정도로 생각해주시면 됩니다.*에바라는 용어 대신 또봇이란 용어를 그대로 사용합니다. 물속에서 헤엄치는 기분이다. 그러나 호흡은 편안한, 이상하다. 어머니의 양수 속에서 잠들어 있다면 이런 기분일까. 태어나기 전으로 돌아가는 기분. 온몸..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neGqk*BGM이 존재하는 글입니다. 가급적 PC에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또봇/셈한] 둘만의 공간 교실의 공기가 축축했다. 분명 아침에 나올 때까지만 해도 맑았는데. 날이 잔뜩 흐린 게 당장이라도 비가 내릴 것만 같았다. 수학시간에 가우스실로 가는 길엔 마치 습기가 몸에 척, 척 하고 달라붙는 것 같았다. 아, 우산 안 가져왔는데. 하나는 그제서야 아침에 무거운 가방 무게를 조금이라도 줄이고자 꺼내두었던 우산이 생각났다. 어떡하지. 학교에 놓고 갔던 우산 없었나. 둥실 둥실 떠오르는 여러 생각에 언제 도착했는지도 모르게 몸은 이미 교실 안에 들어가고 있었다. 어, 비 온다! 누군가의 외침에 교실에 있는 모..
[또봇/셈한] 아리아드네의 실 뺨에 와 닿는 밤공기가 차다. 짙게 가라앉은 공기만큼 너와 나 사이의 거리도 무겁게 느껴졌다. 나는, 네가 왜 왔는지 알고 있다. 어깨에서부터 온갖 감정을 업고 온 너에게서 그것들이 한꺼풀씩 벗겨졌을 때, 너는 고개를 들었다. 너무나 복잡한 얼굴을 하고 있는 너를 보고, 나는 도저히 먼저 입을 열 수가 없었다. 잘 지냈냐는 안부인사 조차 할 수 없었다. 분명 너는 잘 지냈을 것인데. 나에게 전할 좋은 소식이 있어서 찾아온 것이었을 텐데. 그런 사람치고 너무나 안 좋은 너의 얼굴에 나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웃어보였다. 한참 동안 계속 된 침묵에 결국 입을 먼저 연 건 나였다. “소식 들었어.” 뜬금없이 튀어나온 말에 나도, 그도 깜짝 놀라 서로를 쳐다보았다. 아, 이런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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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XP1Bz*BGM이 존재하는 글입니다. 가급적 PC에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바이클론즈/화심피오] 이카루스의 날개 “말해주세요.” 이미 정해진 궤도에서 벗어난 지는 한창, 화심은 스스로 너무 오래 평화로움을 즐겼다 싶었다. 점점 더 가까이, 가까이,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밀랍이 녹아 깃털이 하나씩 뚝뚝 떨어지고, 종국엔 자기 자신도 함께 끝이 보이지 않는 깊은 심해 속에 가라앉을 것이다. 예상한 결말이었지만 역시 그 결말에 다가가는 과정은 힘들었다. 제 눈앞에 서 있는 꼬마 아이, 세상을 전부 잃은 듯한 표정을 하는 그 아이의 얼굴이 화심의 가슴에 깊게 파고들었다. “아저씨, 외계인이에요?” ..
(작업할 때 들었던 BGM입니다만 가사가 있어서, 듣지 않으셔도 상관 없습니다!)RT이벤트 당첨되신 라벤님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바이클론즈/태오래오] 흑심 *바이클론즈가 되기 전의 설정입니다. 모두가 잠든 밤, 방에는 사각거리는 소리만이 가득했다. 연필이 종이에 닿아 무언가를 만들어 내며 내는 소리. 연필의 흑심은 쓰면 쓸수록 줄어들지만 그와 반대로 무엇인가를 남기며 떠나간다. 생산적이야. 래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다이어리에 짤막하게 일기를 적고 있었다. ‘태오 형 5시 반에 출발. 도시락은 어제 밤에 싸둔 주먹밥.주먹밥은 상할 수도 있으니 안 상하는 걸 찾아봐야겠다. 내일 장보러 갈 것.형 퇴근 시간이 점점 늦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