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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 Wind-up!
[또봇/셈한] 또봇 전력 60분 ‘생일’ *전력 60분에 참여한 글입니다. 생각해보면 내 어린 시절의 삶은 불행했다. 애써 못 들은 척, 못 본 척, 모르는 척 하고 지냈지만 사실은 다 알고 있었다. 지나간 나의 과거는 내 기억 속에서 마치 안개가 낀 듯 뿌옇게 흐려져 있었다. 나는 애써 그것을 닦아내려는 생각도 하지 못하고 그저 온몸을 축 늘어트린 채 바라보고만 있었다. 어린 시절을 마주하는 훌쩍 커버린 나. 몸은 커버렸지만 마음은 아니었는지, 이미 커져버린 몸이 버거웠다. 특히나 왼쪽 손이 너무나도 무거웠다. 당장이라도 땅으로 툭 떨어질 것만 같은 왼쪽 손. 매년 생일마다 나는 즐거웠나? 어렸을 때는 생일이 제법 기다려지기도 했던 것 같다. 일단 아버지가 나를 챙겨준다는 것도 좋았고, 다정한 한 마디..
[또봇/셈한] 어떤 것은 입김이 닿는 순간부터 부패하기도 한다 언제나 닿을 듯 닿지 않았던 그 옷자락을 드디어 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때는 이미 시간이 꽤나 많이 흐른 뒤였다. 항상 그의 등 뒤에서 우물쭈물 했던 시간이 어언 5년이었다. 처음에는 내가 가지고 있는 감정이 무엇인지 도저히 알 수 없어서 방황했었다. 내가 잘못된 것인가 진지하게 고민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좋아한다’ 라는 감정을 가지게 된 상대가 오랜 시간 함께 지내던 친구였기 때문이었다. 물론 친구 사이에 오래 함께 얼굴 맞대면서, 부대끼면서 살다 보면 친구 이상의 감정도 생길 수 있고 친구보단 더 깊은 사이도 되고 싶고 한 것이 인간의 지극히 정상적인 감정의 흐름이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고 그것이 맞다고 믿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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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봇/셈한] desde ya! ‘우리 결혼하자.’ 그 때 뺨을 쳐버렸어야 하는 건데. 하나는 손이 근질거린다는 듯 애꿎은 펜을 집어 던졌다. 그 말이 있은 이후로 3년, 결혼이라는 달콤한 말에 꾀어 권세모와 같이 산 세월이 장장 3년이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회사도 가깝고 하니 집세도 아낄 겸 같이 산다고 거짓말을 했지만, 그 같이 사는 공간에서 여느 동거인과는 다른 별별 짓을 다 하는 것이 문제였다. 아마 부모님과 친구들은 모르겠지. 권세모가 이렇게 더럽고 지저분한 인간이었는지. 그 생각을 하니 하나의 머리에 핏줄이 하나 불뚝 섰다. 어제만 해도 그랬다. 평소엔 관심도 없던 건담 프라모델을 잔뜩 사들고 오더니 조립을 한답시고 집안을 잔뜩 어질러 놓곤 못하겠다며 잠든 것이다. 당연히 뒷정리는 하나 몫이..
[또봇/셈한] 그 사랑의 무게 하나는 반지를 만지작거렸다. 20년 간 아무것도 걸치지 않았던 손가락에 무엇인가가 들어간다는 것이 마치 족쇄 같이 느껴졌다. 네 번째 손가락을 차갑고 딱딱한 금속이 둘러싸고 있는 느낌이 썩 좋은 것은 아니었다. 익숙해진답시고 잘 때도 반지를 끼고 자던 하나였다. 그러나 일어나보면 늘 반지는 이불 안 어딘가에서 굴러다니고 있어서 그것을 찾는 데에만 몇 시간이 걸렸다. 무의식중에, 불편함을 느끼고 빼 버린 거겠지. 하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세모가 20살이 되는 해 첫날에 함께 종소리를 들으며 내민 반지였다. 그러니까, 서로 연인이 되었다는 증표인거지, 이거? 하나가 물었고 세모는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세모의 손에도 같은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하나는 세모와 자신의 손을..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eXvwa ‘넌 이런 데가 뭐가 좋냐?' 그 말에 내 앞에 있던 남자가 짐짓 미간을 좁히며 나를 노려봤다. 아, 알았어 알았어. 손을 대충 들어보이고는 불어오는 매서운 바람 탓에 목도리에 고개를 묻었다. 도대체 이 날씨에 바다에 왜 오자고 했는지 이해가 안 가네. 눈 뜨는 것도 힘이 드는구만. 하고 슬쩍 옆을 보자 코가 새빨개진 채 바다를 응시하고 있는 앳된 얼굴의 소년이 보였다. 축 처진 눈. 저 처진 눈이 나는 뭐가 좋다고 빠져가지곤 여기 이렇게 끌려왔나. 그러면서도 여전히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저 놈의 눈. '바다 너무 좋아요.' 단 한 마디였다. 겨울 바다에 부는 칼바람이 볼을 에는 모래사장에 둘이 걸터앉은..
*BGM이 존재하는 글입니다만, 제가 그냥 쓰면서 들었던 노래라 굳이 클릭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노래 렉 걸린거 아니고 원래 노래니까 걱정 마세요...ㅎㅎ [또봇/셈한] 딸기맛 프로틴 소년의 팔이 파르르 떨렸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바닥이라도 금세 맞닿을 것만 같은 얼굴이 새빨갰다. 이제 위로 올라가기만 하면 된다. 팔에 힘을 주고 그대로 바닥을 밀어냈다. 그리곤 쿵, 소년의 코가 바닥과 만났고 아악! 소리를 지른 소년이 코를 감싸 쥐었다. 무슨 일이냐며 놀라 달려온 쌍둥이 동생이 바닥에서 코를 쥔 채 누워있는 형을 보고 낄낄 웃었다. “뭐야 차하나, 운동했냐?” 아니야! 소년은 짐짓 눈을 흘겼다. 동생은 여전히 능글거리는 웃음을 지으며 소년을 놀렸다. 이제까지 내가 그렇게 운동하랄 땐 안하더니..
[하루쥰하루] 달밤 *쵸링님께 받은 리퀘입니다!^^ ==================== 눈앞에 무엇이 있는지 모를 정도로 깜깜한 밤, 하루나는 눈을 비볐다. 분명 의식이 깨어있고 정신이 멀쩡하나 그의 눈앞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그저 들리는 것은 둔탁한 파열음, 무엇인가 깨지는 소리, 두드리는 소리, 그것에 맞는 소리, 비명소리, 신음하는 소리, 흐느끼는 소리였다. 그 수많은 소리 중, ‘의미’를 가지는 것은 없었다. 단지 어떤 목적을 위해 싸우는 사람들. 그 사이에 단어는 필요 없었고 소통은 더더욱 필요하지 않았다. 하루나는 그 참혹한 광경에 귀라도 막고 싶었다. 아니, 사실 이미 손이 올라가 그 소리를 차단하고 있었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생생히 들려오는 소리에 하루나는..
*BGM이 존재하는 글입니다. 가급적 PC에서 읽어주시길 권장합니다. [또봇/공한]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날이 춥다. 입에서 뿜어져 나온 입김이 하얀 형체를 허공에 나타냈고 곧이어 날아다니며 흩어졌다. 나는 자꾸자꾸 숨을 내뱉었다. 속 안에 뜨거운 응어리가 져있는 것만 같아서, 그것을 토해내지 않으면 안 되는 것 마냥 나는 그렇게, 입김으로 시야를 가리고 또 가렸다. 추워서인지 코끝이 시큰했다. 어쩐지 눈물이 날 것만 같았지만 나는 그대로 내 앞에 놓여진 그 길을 걸었다. 수첩을 들고 나왔다. 잠시 쉬었었지만 글을 다시 써야했기 때문이다. 그 일이 있고 나서 첫 외출이었다. 웃음이 나왔다. 날은 여전히 추웠지만 그 추위 속에 흘러드는 햇빛이 2월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
*BGM이 존재하는 글입니다. 가급적이면 PC에서 읽어주시길 권장합니다.^^ [또봇/셈한] 교실 안, 너의 입술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 조용한 교실, 모든 학생들이 고개를 숙이고 필기에 열중하는 시간. 그리고 나는 너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 세모는 하루의 시간 중 이 시간을 가장 좋아했다.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오롯이 자신만의 하나를 즐길 수 있는 시간. 세모는 주위를 슬쩍 둘러본 후 하나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하나의 동글동글한 머리통서부터 천천히, 눈동자를 아래로 내리기 시작하면, 정갈한 앞머리에 가려진 눈썹, 조그맣지만 오똑한 귀여운 코. 오늘도,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최고인 내 차하나. …딱 한 가지만 빼면. “야 차하나.” 세모가 바로 옆에 있는 사람에게나 들릴만한 목소리로,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