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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 Wind-up!
[또봇/셈한] 과학과 인간의 문명, 수506호. -2- 중간고사 대체 발표는 10월 10일에 할 예정입니다. 그 때까지 준비하세요. 교수님의 말씀이 끝나고 학생들은 한숨을 쉬었다. 하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교수님들은 항상 자기들 수업만 듣는 줄 알지… 하나는 책상에 엎드렸다. 그 모습을 슬쩍 본 세모가 하나를 툭툭 쳤다. 하나가 벌떡 상체를 일으켰다. 네? 순식간에 강의실 안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하나를 향했다. 벌써 주 2회 강의를 들은 지 2주가 지났다. 즉 세모와 하나가 같은 공간에서 함께 강의를 들은 게 벌써 네 번째나 된 것이다. 하나는 괜시리 다이어리에 붙여둔 시간표의 이 교양과목에 살짝 볼펜으로 동그라미 표시를 해두곤 부끄러워했다. 그런 의미였다, 이 교양 과목은. 하나가 느꼈던 혼란과 비..
*BGM을 클릭해서 들어주세요!* [또봇/공한] 열심(熱心) 너는 마치 동백과 같았다. 하얀 눈을 뒤집어쓰고도 고고하게 네 향기를 퍼뜨리는, 그런 아름다운 꽃. 나는 너를 보고 있으면 하이얀 도화지 위에 피를 뚝뚝 떨어트리는 듯 피어오르는 동백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동백은 떨어질 때 목을 떨구지. 그 자체로 피를 연상시키나 막상 생명이 다할 땐 피를 흘리지 않아. 깔끔하지. 마치 너처럼. 그래서 나는 너를 좋아한다. 좋아해. 좋아해. 좋아해. 사랑해. 사랑해서 너를 그대로 가두고 싶어. 넌 그대로 내게 동백으로 남아 있어 줬으면 좋겠어. 좋아해, 하나야. 하나는 다이어리를 덮고 뒷걸음질 쳤다. 하얀 조명에 닿은 손이 파르르 떨렸다. 덜덜 떨리는 손을 입에 가져다 댔다. 하나는 상황파악이 어려웠다...
[또봇/셈한] 과학과 인간의 문명, 수506호. "옆에 앉아도 돼요?" 9월 1일. 조금은 선선해진 날씨와는 반대되는 따가운 햇빛에 가을 내음이 약간씩 섞여들어 올 무렵이었다. 여름 방학을 신나게 보낸 동기들과 선후배들이 학교로 밀려들어와 방학동안 한산했던 학교가 북적거렸다. 여느 개강과 다름없이 설레었지만 그 정도는 1,2년 전과 확연히 달랐다. 이젠 슬슬 취업 준비도 해야 하고…. 이게 나이를 먹어가는 건가, 하는 생각에 하나는 강의실 책상에서 공부 계획을 세우고 있다가 연필 끝을 잘근잘근 씹었다. 그리고 그 때였다. 이제까지 단순히 9월 초의 가을날이었던 학교가, 순식간에 설레임으로 가득 찬 순간이. "자리 있어요?" 입을 뗄 생각도 하지 못한 채 하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단지 어..
[후루미유] 무제 신입사원이 들어온 회사는 시끌벅적했다. 후루야의 팀에도 신입사원이 배정됐다. 이름은 미유키 카즈야. 생긴 것과는 다르게 회사 수석으로 들어왔다고 했다. 흐음… 후루야는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나이도 대리인 나보다 많은데 어떻게 수석이 됐지? 하지만 가뜩이나 인력부족이 극심했던 영업팀이라 지금은 이것저것을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그래도 나이 많은 건 싫은데. 하고 후루야는 입을 삐쭉였다. “잘 부탁드립니다! 신입사원 미유키 카즈야입니다!” 예, 후루야는 눈인사를 했다. 사실 후루야에게 미유키의 첫인상은 매우 안 좋았다. 언뜻 보면 준수하고 잘생긴 얼굴이었지만, 어딘가 날티나는게 후루야는 미유키가 자신과 안 맞을 것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원래도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는 것을 잘 못했..
[쿠라하루] 지워지지 않는 흉터 키스톤 콤비. 2루수와 유격수의 연계 플레이를 말한다. 사실 그딴 건 다 필요 없어. 그냥 딱 맘이 맞는 사람이 있거든. 아, 료상? 이제까지 호흡 맞춰왔으니까. 잘 맞는 분이었지. 아, 그렇다고 지금 너랑 안 맞는다는 말은 아니야. 앞으로 맞춰 가면 되는 거니까. 음, 그렇게 생각해. 쿠라모치는 본인도 무슨 말을 지껄이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방금 전에 찾아온 작은 코미나토가 '선배와 호흡을 잘 맞추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하고 질문했기 때문이다. 아니, 호흡을 잘 맞추려면 어떻게 해? 내가 너에게 묻고 싶은 말이다! 쿠라모치는 얼빠진 표정을 짓곤 이내 나오는 대로 내뱉은 것이다. 하지만 이 불쌍한 작은 코미나토는 수긍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실 눈이 잘 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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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합작에 참여했던 글입니다. [타지미하] 화이트 크리스마스 사진첩을 꺼냈다. 이제는 한 켠에 먼지가 소복하게 쌓인 사진첩. 나는 그 사진첩의 먼지를 손으로 슥슥 문질러 닦았다. 손이 닿는 대로 날아오르는 먼지들에 입으로 바람을 후 불며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리고 펼친 사진첩엔, 딱 7년 전의 내가 있었다. 우리가 있었다. 삼각대에 올려두고 찍은 사진이라 타이밍을 제대로 맞추지 못해 뛰어오다 찍힌 사진도 있었고, 다시 한 번 제대로 찍은 사진도 있었다. 포근해. 사진을 보자 7년 전의 그 날로 돌아간 것 같았다. * * * 그 날은 눈이 내렸다. 티비에서는 "3년 만의 화이트 크리스마스입니다!" 라며 떠들었다. 3학년 9반의 아이들은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크리스마스에 눈이 오는 게 무슨 ..
[하루아베] 보통의 나날들 "야, 모토키. 가수 J 커밍아웃 한 거 들었어?" "들었지." 나는 나만의 성을 쌓고 있었다.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못할, 보여줘서는 안 될 그런 성. 나는 그 성에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라는 결말을 보고 싶었다. 그게 잘못된 걸까? 난 잘 모르겠다. 적어도, 나는 그걸 목표로 이제껏 살아왔다. 그리고 내가 함께 하고 싶은 사람, 그 결말을 함께 맞이하고 싶은 사람이 누군지 찾아내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15년 만에 나는 그 사람을 찾을 수 있었다. 하루나 모토키. "더러운 호모새끼." 그런데 그 성이, 조금씩 무너진다. * * * ‘선배, 에너지 드링크 마셨어요?’ ‘엉.’ ‘몸무게는 재봤어요?’ ‘말 많네. 간다.’ 처음에는 솔직..
[이즈미하] 긍정일기 '하루에 한 번, 긍정일기를 쓰는 거에요. 집에 가다가 하늘이 예뻤다! 그럼 오늘 집에 가는데 하늘이 예뻤다. 보기 좋았다. 라고만 써도 좋습니다. 그렇게 하루에 세 개, 일주일만 써보고 다음 주에 뵐게요.' 6월 19일 (수) 날씨:맑음 -집에 가는 길에 고양이를 봤는데 고양이가 너무 예쁘게 생겼다. 귀여웠다. -엄마가 야끼만쥬를 해주었는데 엄청 맛있었다. 야끼만쥬는 맛있다. -과제를 하는데 바람이 선선하게 불었다. 바람이 불면 잘 잘수 있어서 좋다. ... 6월 25일 (화) 날씨: 비 -빗소리가 듣기 좋다. 비는 시원하다. -학교 가는 길에 사카에구치 군을 만났다. 사카에구치 군은 착하다. 좋은 사람. -엄마랑 집 앞에 키우는 상추가 많이 자랐다. 비 맞고 더 쑥쑥 자랐으면 좋..
[후루미유] 길 위에 흩날리는 추억 上 "하아~" 한숨을 푹 쉰 미유키는 더운 차 안의 공기에 답답함을 느꼈다. 아무래도 아까 직장동료들과 함께 마신 술 한 잔 때문일 것이다. 창문을 살짝 열자 밤공기가 훅 하고 밀려왔다. 차가운 공기에 코끝이 약간 아린 것도 같았다. 바깥은 짧아진 해 탓에 벌써 어두워진지 오래고, 덕분에 미유키의 시야 안에는 빨간 정지등들이 더욱 선명하게 들어와있었다. 문제는 그 정지등들이 20분째 안 움직이고 있다는거다. 미유키는 좁아터진 차 안에서 몸을 쭉 뻗었다. 179cm의 크다면 큰 몸집이 그 작은 경차 안에서 시원하게 펴진다면 그게 더 이상할 것이다. 노래라도 틀어볼까, 하고 라디오의 전원을 켰지만 나오는 말이라곤, "57분 교통정보입니다. 현재 서울 시내가 전체적으로 정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