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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 Wind-up!
“하나야. 이번 ios 업데이트 했어?”“응? 아니.” ios가 뭔데. 권세모는 둘의 대화에 귀를 쫑긋 세웠다. 종종 그 둘은 자신이 모르는 대화를 나누곤 했다. 아니, 사실 둘이 만나면 늘 그랬다. 권세모는 그 사실에 조금 많이 찝찝함을 느꼈다. 그렇다고 대놓고 그게 뭐냐고 물어보기에도 자존심 상하고.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관심 없는 척 하면서 그 쪽의 대화를 최대한 새겨듣는 것뿐이었다. “아직 안했어? 왜?”“아, 안정화되면 하려고 했거든.”“이번 업데이트는 저번 버전 오류 수정해서 나온 건가봐. 나는 어제 설치했는데 오늘 보니까 딱히 별 문제 없던데?”“그래? 그럼 나도 해볼까?”“괜찮더라고. 내가 해줄까?”“어, 괜찮은데.”“핸드폰 가져와 봐.” 그게 무슨 말인데. 권세모가 여기서 알..
빌어먹게도 더운 야구장이다. 분명 한창 더운 시간은 지난 지 오래인데, 2-3. 아슬아슬한 스코어와 등장한 4번 타자에 경기장은 들끓었다. 나는 보통 인도어형 인간이라, 야구도 늘 집에서 중계로 보곤 했다. 그런데 오늘은, 그러니까, 선배한테 끌려온 것이다. 야구는 직관이 제 맛이라며, 나를 나름대로 가장 좋은 자리에 앉혀 두었는데 TV보다 먼 타석에 딱히 구미가 당기지 않는 것이 사실이었다. 까앙-! 4번 타자의 야구 배트가 경쾌한 소리를 내며 크게 날아갔고, 동시에 2,3루에 나가 있던 주자들이 차례차례 홈 베이스를 밟았다. 관중석이 떠나갈 듯한 환호성에 가득 휩싸였다. 야구장에 환호성이 울려 퍼지는 때는 여러 상황이 있다. 타자가 안타를 쳤을 때, 그리고 그 타자가 타점을 올렸을 때, 지금처럼 역전..
RT이벤트에 당첨 되신 21ra님의 리퀘입니다!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지루하다. 수학은 완전 젬병인데. 자기가 안보는 사이 칠판 가득 적힌 수식들을 보며 권세모는 완전히 책상에 엎드려버리고 말았다. 엎드리면서도 시선은 여전히 한 군데에 꽂혀있다. 목적, 그러니까 이건 목적 때문이라니까. 권세모의 시선 끝에는 한 남학생이 걸려 있었다. 열심히 필기를 받아 적는, 수업시간에 조는 것이라곤 본 적도 없는 그런 모범생. 권세모의 외모나 수업태도와는 전혀 딴판이었다. 명령이어서 쳐다보는 것뿐이야. 어쨌든 수행해야 할 목적이 있으니까. 그럼 그럼. 권세모는 이제 본격적으로 소년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한쪽 팔로 턱을 괴고, 마치 예술품을 구경하는 양, 시선을 거두지 않고 그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를 눈에 담았..
다련님 생일 축하드려요!♡ “야 독고오공.” 퉁명스러운 권세모의 말에 고개를 박고 과제를 하고 있던 독고오공의 고개가 천천히 들린다. 왜? 하고 상냥하게 웃는 독고오공의 얼굴을 보자니, 씨…. 됐다. 소리가 절로 나온다. 그 말에 독고오공이 고개를 살짝 갸웃하더니 다시 수식이 잔뜩 펼쳐진 공책에 다시 코를 박았다. 아오, 저 눈치 없는 놈. 권세모는 애꿎은 빨대만 질겅질겅 씹었다. 뭐라고 써있는지도 모르는 수식 하나를 가지고 한 시간 째 저러고 있다. 천상 문과인 자신과는 달리 독고오공은 수학을 잘했다. 아니, 저걸 수학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하여간 독고오공은 저런 숫자도 영어도 아닌 걸 참 잘했다. 너-무 잘해서 한 번 문제를 풀기 시작하면 적어도 한 시간은 같은 자세로 미동도 안한다는 게 문제라면 ..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h5uAf*BGM이 존재하는 글입니다. 가급적이면 PC에서 보시길 권장합니다.“너, 차하나 엄청 쳐다보네.”“뭐?”“오늘 하루 종일 하나만 쳐다봤잖아.” 나를 불러 세운 주딩요가 생각지도 못한 직구를 꽂았다. 물론, 내가 하나를 쳐다본 건 맞지만, 다른 사람이 알아챌 정도였던가? 갑자기 달아오른 얼굴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그래서, 언제 말할 건데?” 주딩요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묻는다. 뭐, 뭘? 나도 모르게 말을 더듬자 한쪽 눈썹을 들어 올리는 주딩요. “알면서 모른 척 하긴.” 가끔 보면 매일 놀리기만 하는 것 같더니 이럴 때는 사람 마음을 너무 잘 알아채서 당황시킨다니까. 슬쩍 쳐다본 주딩요의 ..
*BGM이 존재하는 글입니다. 가급적 PC에서 읽어주시길 권장합니다. 당신의 첫 키스는 언제입니까? 식탁에 앉아 하릴 없이 인터넷으로 웹 서핑을 하는 도중 식상하기 그지없는 문장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첫 키스라. 첫 키스의 기억을 떠올려보자면, 셀 수도 없다. [또봇/셈한] 당신의 첫 키스는 언제입니까? 굳이 ‘처음’으로 한 키스를 꼽자면, 아니, 키스라기 보단 입맞춤 정도일까.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멋도 모르고 놀이터에서 미끄럼틀을 타다가 부딪쳤을 때? 그러니까, 입술과 입술이. 처음엔 그게 무엇인지도 모르고, 그저 당황스러운 기분에 서로 자신의 입을 막기에 급급했지. 아니, 사실은 알고 있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심지어 만화영화..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yQQNP*BGM이 존재하는 글입니다. 가급적 PC에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오오후리 전력 60분, ‘뒤를 돌아봤을 때 너는’ 처음 그를 보았을 때, 나와는 다른 강속구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 미트에 꽂혀 울리는 소리에 나는 눈물이 날 정도로 복잡한 감정이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부럽다. 저렇게 되고 싶다. 저 사람이, 최악의 투수? 라는 생각과 동시에 멋있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한 쪽 마음을 물들여 가서, 마운드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할 지경이 되었다. 고개를 들어 마운드를 쳐다보면 그가 있다. 경기에서 가장 주목 받는 자리에서, 당당하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그가 서 있다. 그리곤 세상에서 제일 멋진 모습으로 제..
이별이라는 게 참 그렇다. 그만 만나자. 라는 말을 꺼내기까지 걸린 시간에 비해 관계가 두 동강 나는 시간은 너무나도 짧다. 사실 그 한 마디로 이제까지 가지고 있었던 감정을 우두둑 뜯어내 버린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단지 이별이란, 그 말을 하면서 ‘앞으로 나는 너를 내 인생에서 조금씩 지워버릴 거야.’ 라고 내 자신에게 다짐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나는 너를 아직 보낼 준비가 안 되었다. 내가 먼저 이별을 선고했지만, 웃기게도, 나는 당장 네가 없는 하루를 상상조차 할 수가 없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나는 어둠이 무서워 방의 불을 끌 수조차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네가 없는 어둠이 무서워서. [또봇/공한] 유실물(遺失物) 저녁 10시, 네가 연구실에서 퇴..
“아.” 또 이런다. 하나는 또 다시 눈을 비볐다. 요즘 들어 자꾸 이러네. 간지럽지도 않은 눈을 비비자니 금세 발갛게 부어오른 눈꺼풀이 화끈거렸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밝아지지 않는 시야에 하나가 눈살을 찌푸렸다. 한 6개월 정도 됐을까, 길을 걸어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눈앞이 흐려지더니 머리가 어지러웠다. 밥을 안 먹어서 그런가?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은 하나가 가방에서 사탕을 하나 꺼내 먹었다. 그 뒤로도 몇 번 눈앞이 흐릿해진 적이 있었지만 요즘은 특히 더 심해졌고, 그 빈도도 잦았다. 눈을 몇 번 깜빡이던 하나가 고개를 휘휘 저었다. 기분 탓인가. 눈이 나빠졌나. 안경을 맞춰야겠다고 생각한 하나가 바쁘게 발걸음을 옮겼다. “악!” 순식간에 눈앞에 가까이 다가온 바닥에 하나가 가까스로 팔을 짚..
RT이벤트에 당첨되신 콘님께서 주신 소재입니다!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 이름은 하루나 모토키. 한 때는 제법 좋은 성과를 올려 잘 나가는 직위에 권력을 갖고 있었지만 지금은 조금 상황이 달라졌다. 아주 조금. 결코 내 명예에 금이 가는 정도는 아니고. 이 바닥에서는 그래도 나름 아직도 유명하고, 부하도 많고. 어, 그러니까 예전에는 현장에서 뛰는 게 내 전공이었다면, 지금은, “모,토키 상, 잠깐, 이, 쪽…”“어, 렌!”“이,거 새로 사온, 옷!”“와아. 렌한테 잘 어울릴 것 같아.”“모토,키, 상, 옷!”“아, 내 옷이야?” 잠깐 가 봐야 할 것 같다. 어쨌든, 분명 두 달 전까지만 해도 나는 현장에서 발로 뛰면서 세력을 넓혀 가는데 공을 세우는 실력파 중의 실력파였는데. 저 소년은 누구냐고? ..